Burning News 7996, 2011-2013 ⓒTim Parchikov

Venice Burano 2011 1652 ⓒTim Parchikov

타오르는 뉴스와 베니스의 태양

눈 내리는 하얀 겨울, 한 남자가 불타는 신문을 움켜쥐고 있다. 자칫 위험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이미지는 지금 러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팀 파르치코브의 작업이다. 뉴스는 원래 의식을 일깨우고, 심장에 불을 붙이고, 지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의 뉴스는 확실히 불타오르고 있긴 하다. 뉴스의 원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과잉과 자극만 남은 뉴스는 모든 것을 불태워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겨울 풍경을 옆에 두고 이번에는 태양이 내리쬐는 알록달록한 베니스로 향한다. 작가는 관광지인지 세트장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 도시 베니스에 진짜 베니스가 존재하는가? 라는 역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팀 파르치코브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눈 내리는 러시아의 하얀 겨울과 태양 가득한 베니스의 골목을 상상하며 삶의 여유와 환기에 관해 생각하게 만든다. 2020년 2월 2일까지. 공근혜갤러리.

 

ⓒK Museum of Contemporary Art, 2019

움직이는 조각의 시작

모빌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경매사 크리스티가 발표한 100대 아티스트, 옥션 최고 경매가 3백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거장 알렉산더 칼더의 회고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한 가지 단서가 붙었다. ‘예술은 즐거워야 한다’라는 알렉산더 칼더의 평소 신념을 전시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 특히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사치갤러리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초기 드로잉 및 프라이빗한 소장품을 포함한 150여 점의 원작이 공개된다. 또한 모빌 작품의 모태가 되는 회화 작품까지 함께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동안 모빌의 거장으로만 알려져왔던 알렉산더 칼더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그가 영감을 받았던 다양한 매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예술도 삶도 즐거워야 한다. 2020년 4월 12일까지. K현대미술관.

 

<Untitled (KNTFPOG)>, 2019, Oil paint, archival glue and screenprint on paper mounted to linen, 96×74.5cm ⓒArtist and Kukje Gallery

점과 점 사이

호주 출신의 작가 다니엘 보이드는 그간 작업을 통해 호주의 탄생 배경에 관한 기존의 낭만주의적 개념을 경계하고 의심하며 일방적인 역사관이 미화시키거나 놓친, 혹은 숨겨놓은 시선을 객관적으로 복원해왔다. 그는 한국 첫 개인전을 통해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며 현 세계의 질서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신작을 선보인다. 그의 회화는 메시지를 완전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상당 부분이 접착제인 풀로 찍은 하얀 점으로 구성되어, 그 내용의 정보값 중 일부를 가리게 된다. 다양한 점의 수만큼 작가는 이 세상을 단일의 역사 구조가 아닌 다수의 서사로 읽어내려 한다. ‘심연의 경험은 그 심연의 안과 밖에서 이루어진다’는 프랑스 철학가 에두아르 글리상의 말을 곱씹으며 부산으로 향하는 길. 2020년 2월 29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