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안녕을 고하고 있다. 올해도 문화 전반은 분주히 돌아갔고, 기억할 만한 일들은 기억될 것이다.

 

문학상의 향방

| 노벨 문학상 |
작년 심사위원이 연루된 ‘미투 스캔들’로 수상자 발표를 미뤘기에 이번 수상자는 둘이었다. 2018년 수상자로는 올가 토카르추크가, 2019년 수상자로는 페터 한트케가 선정되었다.

| 대산문학상 |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문학상으로 이번 제27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은 시 부문 오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 소설 부문 조해진 <단순한 진심>이 수상했다. 수상자에게는 부문별 상금 5천만원과 함께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상패가 주어진다.

| 김승옥 문학상 |
계간 문학동네가 주관하는 김승옥 문학상은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이 그 대상이다. 작가 정보를 지운 블라인드 심사를 통해 작품을 심사했고, 그 결과 수상작 7편이 모두 여성 작가의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대상은 <어느 밤>의 윤성희 작가에게 돌아갔다.

 

하드커버 VS. 페이퍼백

하드커버와 페이퍼백 중 당신이 선호하는 쪽은 무엇인가? 마음산책은 손보미의 소설 <맨해튼의 반딧불이>를 하드커버와 페이퍼백 ‘경쾌한 에디션’ 두 가지로 출간했다. 가격은 각각 1만3천5백원과 6천8백원으로 책정됐다. 독자의 선호를 알아보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출판계는 지금

구독 서비스
구독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뿐만이 아니다. 직접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구독’하는 시대가 온 것.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는 신호탄 격. 문보영 시인은 일기를 실제 우편과 이메일로 발송하고, ‘일간 매일마감’은 네 명의 작가가 잡지처럼 콘텐츠를 만든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가장 빠르게 읽으며 직접 후원할 수 있다는 점도 구독의 장점이다. 출판계가 채택해온 연재 방식이 아닌 직접 구독의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는 중.

들어볼까, 책
밀리의서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이 적극 뛰어들면서 오디오북 콘텐츠 제작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한동안 정해인, 이병헌, 이상윤, 장기하, 이제훈, 옹성우, 한승연 등의 셀럽을 목소리로 자주 만나게 되었다. 아르테의 ‘작은책’ 시리즈는 기획 단계부터 종이책과 오디오북을 동시에 내는 전략을 취했다. 한예리, 김새벽 등이 전 페이지를 직접 읽었다.

이 커버, 리커버
책의 ‘굿즈화’는 계속되는 중. 그만큼 갖고 싶은 책을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 가운데, ‘리커버’ 열풍도 그중 하나다. 단순히 표지를 바꿀 뿐만 아니라 그때그때 인기 콘텐츠와 협업한 표지, 워터프루프북, 코스터북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기도.

에세이의 날
에세이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출간한 김영하의 <여행의 기술>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에세이만을 위한 에디션도 늘어났다. 올해도 공감의 키워드는 계속되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등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출판사의 유튜브
팟캐스트 다음은 유튜브. 출판사들은 자체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며 독자와의 직접 소통에 나섰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개봉을 앞두고 편집자에게 출간 뒷이야기를 들어본 민음사 공식 유튜브 콘텐츠는 타 콘텐츠보다 월등히 높은 3만4000뷰를 기록했다.

 

여성 작가의 시대

여성 작가가 문학계를 이끌고 있다는 건 더 이상 말하기에 입이 아프고, 글로 쓰기엔 손가락이 아플 정도다. 올해 이들은 좁은 한국을 떠나 해외 독자들을 만났다. <82년생 김지영>은 아시아를 넘어 내년 2월에는 영국에서 출간될 예정. 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를 비롯, 정세랑, 최은영, 김금희 작가의 작품이 올해 해외 독자들을 만났다.

 

젊은 시인의 사회

조해주와 박세미는 우리가 계속 시를 읽어야 할 이유 같았다. 특히 90년대생 시인 조해주의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는 조심스럽고 서정적인 마음으로 지금 독자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나일 확률>을 낸 박세미, 이소호, 황인찬, 양안다, 육호수, 이설빈, 이이체 등 젊은 시인들은 시의 새로운 얼굴을 시로써 다시 그려나가고 있다.

 

<샘터>는 계속된다

내년 창간 50주년을 앞둔 월간 <샘터>가 재정 악화로 인해 휴간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휴간은 사실상 폐간이나 다름없기에 이대로 작별을 고하는가 싶었다. 그러자 50년 동안 <샘터>와 함께해온 사람들이 나섰다. 후원하겠다는 독자들과 우리은행 등 기업 후원이 이어지며 발행을 계속하게 된 것. 독자들로 한 잡지의 운명이 바뀌게 되었고, 발행인의 글에서는 물기가 느껴졌다. <샘터>와 독자들이 오래도록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