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멋지게 꾸밀 줄 아는 레이디 가가. 스스로 여신이 된 그녀의 뷰티 시크릿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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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은 할리우드 힐에 위치한 레이디 가가의 집 앞에 도착했다. 곧바로 보안 요원이 문을 열고 신분증을 촬영한 후 대기실로 안내했다. 지하에 위치한 대기실방 한가운데 있는 소파에는 방금 들여놓은 것 같은 셀린느 쇼핑백이 홀로 놓여 있었다. 누군가는 손님을 위한 환영 선물이라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몇 분 후 계단을 올라 마주한 레이디 가가는 두 팔을 활짝 벌려 나를 꼭 안아줬다. 함께 주방을 지나쳐 방으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아시아, 구스타프, 코지라는 이름의 세 마리 프렌치불독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이어진 좁은 통로, 한쪽 벽면 선반에는 오스카상 상패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엔 그래미상 트로피가 줄지어 있었다. 살짝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9개쯤 될 듯하다. 그리고 들어선 그녀의 사무실 공간. 그리 넓진 않았지만, 슬라이딩 유리창을 열면 로스앤젤레스의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중앙엔 커다란 블랙 유리 테이블이, 한쪽 측면엔 새하얀 하이백 가죽의자가 있었다. LG(레이디 가가의 친구들은 그녀를 이렇게 부른다)는 나보다 키가 20cm나 작았지만, 특유의 아우라로 나를 압도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알렉사 채프먼의 블랙 실크 드레스를 입고 말하는 내내 발레리나처럼 곧은 자세를 유지했다. 제법 무거워 보이는 볼드한 실버 이어링을 하고, 머리는 포니테일로 높게 올려 묶고 있었다. 오늘 이렇게 우리가 만난 이유는 뷰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내가 녹음기를 켜고 첫 번째 질문을 하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꺼냈다. “오늘 눈에는 ‘글램 어택’ #체인드 발레리나를 바르고, 꼬리 부위에는 #레전드로 포인트를 줬어요. 입술엔 ‘RIP 립라이너’ #드레그로 모양을 잡고, ‘르 라리엇 립글로스’ #엔트란스로 볼륨을 더했고요.” 레이디 가가는 하우스 래보라토리스의 첫 메이크업 컬렉션과 함께 이제 막 뷰티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녀의 메이크업 브랜드는 10월 아마존을 통해 전 세계에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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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ED VICTORY EYE 하우스 래보라토리스(Haus Laboratories)의 리퀴드 아이섀도 ‘글램 어택’ #체인드 발레리나, #바이크, #레전드를 사용했다. LIP 하우스 래보라토리스의 ‘RIP 립라이너’ #슬레이어와 리퀴드 멀티 아이섀도 ‘글램 어택’ #로즈 비치를 사용했다.

“난 나만의 미의 기준을 갖고 살아왔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러길 원해요.”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레이디 가가는 10여 년 전 과감한 블랙 아이라인, 속눈썹과 닿는 뱅헤어, 스팽글 브라로 뉴욕 클럽에 등장하며 이미 뷰티 업계를 넘어서 일종의 문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크리스털로 만든 머리 장식, 전기회로판에서 영감을 얻은 레오타드, 데이비드 보위의 번개 장식, 생고기 드레스까지! 기존 팝스타의 성적 이미지를 뒤집었고, 성에 대한 관념에 도전했으며, 대중에게 진실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짚어보게 했다.

관념을 바꾸고자 했던 그녀가 물리적인 아름다움을 만드는 게임에 푹 빠진 것이다. 립라이너, 글로스, 무지갯빛 물고기의 등지느러미처럼 반짝이는 리퀴드 아이섀도 같은 것 말이다. 지금 레이디 가가는 지구의 모든 사람이 그녀의 화장품을 사길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화장품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변화하길 바란다. 레이디 가가가 메이크업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킨 것처럼!

“어릴 적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기도 해요.” 몇 주 전 나와의 통화 중에 그녀가 한 말이다. “어릴 적 받은 괴롭힘이 다시 나를 찾아와 힘들게 하기도 해요. 그럴 땐 메이크업을 하죠. 메이크업은 내게 항상 용기를 주거든요.” 레이디 가가는 화장품 사업에 온 열정을 쏟았다. 하우스 래보라토리스 제품의 시머 성분과 색소의 비율까지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제품 퀄리티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하지만 그녀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감정, 메이크업을 통해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이다.

“번지지 않는 강력한 립펜슬을 갖고 싶었어요. 립펜슬을 좋아하지만, 항상 번지거나 지워지는 것이 아쉬웠거든요. 그 드림 립펜슬을 이젠 제가 만들게 되었죠.” 메이크업은 그녀에게 날개 같은 존재다. “어릴 적 메이크업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제가 ‘레이디 가가’가 될 수 있었어요. 기분이 저조할 때 저를 세상으로 끌어올린 건 바로 메이크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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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걸친 갑옷 스커트는 로럴 드윗(Laurel Dew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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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 OF HONOR EYE 하우스 래보라토리스의 ‘글램 어택’ #엔젤 베이비와 #로즈 비치로 눈두덩을 화려하게 연출했다. LIP 하우스 래보라토리스의 ‘RIP 립라이너’ #아크와 ‘르 라이엇 립글로스’ #에서리얼로 입술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이어링은 에릭슨 비먼(Erickson Beamon).

“메이크업을 하면 마음에 새로운 울림이 생겨요. ‘그래, 변화하자, 변화하자! ’를 속으로 외치면 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죠.”

 

34세의 레이디 가가는 명성과 부, 문화 그 어떤 분야에서도 정상의 위치에 있다. 현실 그대로 로스앤젤레스 꼭대기에서 세상을 향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정상에 올라섰지만, 밑바닥이 어떤 것인지도 잘 알고 있다.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했고, 19살에 음악 프로듀서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은 섬유근육통으로 고통을 받기도 했다. “22살부터 투어를 했지만, 2년 전 조앤 월드 투어는 정말 최악이었어요. 슈퍼볼 쇼와 코첼라 페스티벌, <스타 이즈 본> 작업을 끝내고 난 직후라 체력이 바닥이었죠. 쇼를 마치자마자 비행기를 탔고, 다른 나라나 주에 내려 고작 40분간 호텔에서 잠들었다가 바로 다른 무대에 오르곤 했어요.” 이런 현기증 나는 상황에서도 그녀를 잡아준 건 메이크업이었다. 스테파니 제르마노타(레이디 가가의 본명)가 무대에 올라 수만 명의 관객 앞에서 ‘레이디 가가’가 될 수 있는 힘이 바로 메이크업인 것이다.

“사라(가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나를 의자에 앉히고 눈물을 닦아주었어요. ‘이제 네 얼굴에 힘을 불어넣을 거야’라고 말하면서요. 메이크업하는 동안 눈물이 나면 미안하다고 했죠. 그녀는 ‘다 괜찮아’라고 말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사라는 메이크업을 하고 프레디는 헤어스타일링을 해줘요. 그들은 나에게 말하죠. ‘자, 거울 속 너를 봐. 여기 레이디 가가가 있어.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이제 보여주면 돼!” 그리고 무대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요. 그들 없이 레이디 가가 는 절대 존재할 수 없어요.” 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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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RCE FIGUREHEAD EYE 하우스 래보라토리스의 ‘아이-라이-네르’ #펑크로 아이라인을 그리고, 리퀴드 아이섀도 ‘글램 어택’ #다이너스티로 눈두덩을 연출했다. LIP 입술엔 하우스 래보라토리스의 ‘RIP 립라이너’ #앵포앵트와 ‘르 라이엇 립 글로스’ #코르셋을 발랐다. 블레이저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이어링은 레인보우 유니콘 버스데이 서프라이즈(Rainbow Unicorn Birthday Surprise). 반지는 릴리안 샬롬(Lillian Shalom).

“누군가에게 ‘용감하게 자신을 받아들여라’라고 말해주세요. 나도 너와 같았지만 지금 여기에 있다고 말이에요.
어떤 사람은 아마 ‘나조차 날 싫어하는데 도대체 누가 날 아껴줄까?’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 이들에게 자애심을 북돋우는 말을 해주세요.
난 언제나 사람들에게 스스로에게서 영감을 얻으라고 말해요. 그게 제 뷰티의 비결이에요.” 

 

사실 이번이 그녀와의 두 번째 인터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 번 다 우리는 메이크업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첫 번째 인터뷰에서는 많은 기자가 여러 번 들었을 법한 ‘엄마가 화장을 하 는 것을 지켜보는 어린 소녀’라는 상투적인 스토리를 듣고 눈시울 을 붉혔다. 레이디 가가의 이야기엔 뭔가 다른 울림이 있었다.“엄 마가 메이크업을 할 땐 정말 아름답고 강인해 보였어요. 성장하면 서 용감해지는 데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그중 가장 강력한 효과가 있는 것이 메이크업이었죠.”

레이디 가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늘 축하 혹은 포용이 깔려 있 었다. 그녀가 스스로 내린 그녀의 임무는 ‘용감한 세상을 만들고, 젊은이들의 안녕을 지지하는 것’이다. 2011년 발표한 그녀의 노래 ‘Born This Way’도 그렇다. ‘왜냐면 넌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니 까. 네가 무엇이든지 너 자신을 환대하고 사랑하라’고 노래한다 . 레이디 가가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 생고기 드레스 역시 성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퍼포먼스였다. “그 건 성 소수자병사들을 위한 거였어요. 우린 모두 평등하고, 똑같 이 최고급 등심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로 입었던 거죠.” 성 소수자 들이 군대에 자원할 경우 성 정체성을 숨겨야 하며, 만일 밝혀질 경우 군인 자격이 박탈된다는 ‘ Don’t Ask Tell’ 법률에 대항한 것 이다. 그녀의 브랜드 하우스 래보라토리스의 존재 역시 LGBTQ+ 공동체(성 소수자 공동체), 특히 젊은이들을 옹호하는 데 힘이 되 길 바란다. “모든 성 정체성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년 이 여자 아이로 불리길 원한다면 ‘엄마, 나 반짝이는 아이섀도를 바르고 싶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죠. 바로 아이섀 도가 하우스 래보라토리스의 제품이 되길 바랍니다. 아들이 원한 다면 엄마는 드레스와 화장품을 얼마든지 사 줄 수 있어야 해요 . 누구든지 ‘나는 게이다.’ 또는 ‘ 나는 소년이 아니라 소녀다 혹은 소 녀가 아니라 소년이다’를 말할 수 있어야 하죠. ”현재 하우스 래보 라토리스가 박애주의적 연대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런 방향성을 띠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순 없다. 그녀와의 인 터뷰가 끝나갈 즈음, 현실은 또 다른 총기 난사 사건으로 휘청거 렸고, 그녀는 또 포용력을 발휘했다. 멕시코 국경 인근의 엘패소, 오하이오주의 데이턴, 서부 캘리포니아의 길오리 등 162개 교실 에 자선기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

좌절이나 고통, 따돌림이나 차별에서 벗어나는 예술은 변화시키 는 힘을 가졌다. 레이디 가가가 말하는 메이크업은 그런 강력한 힘을 가진 예술 중 하나다.


MY B E AUTY T RUTHS WITH LADY GAGA

 

끝까지 모두 사용한 나의 공병템은?
아나스타샤의 브로우 젤. 브러시가 곡선에 맞게 잘 그려진다.

최근 구매한 뷰티 제품?
톰 포드 뷰티의 컨실러.

나만의 새로운 뷰티 노하우가 있다면?
디올 파운데이션과 하우스 래보라토리스의 글램 어택 인 아프로디테를 섞어 바른다.

최고의 마스카라를 꼽으라면?
마크 제이콥스 뷰티의 벨벳 누아르.

내가 해본 가장 사치스러운 뷰티 시술은?
마이크로커런트(미세전류 자극) 관리를 좋아한다. 근육을 리프팅해주는 동시에 스트레스까지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가장 좋아하는 뷰티 아이템?
립라이너.

지금 뿌린 향수는?
모노이 티키 타히티 오일.

가장 좋아하는 타투는?
오른쪽 팔에 있는 토니 베넷이 그린 마일즈 데이비스의 트럼펫. 베넷이 자신의 본명으로 사인도 해주었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타투는?
‘Be Kind’ 타투.

최고의 운동을 꼽으라면?
자이로토닉. 필라테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기구는 마치 중세 시대 고문 도구 같아 보인다.

나만의 5분 메이크업 루틴은?
컨실러, 컨투어, 마스카라, 립라이너를 하고 하이라이트를 준다.

내가 메이크업을 지우는 방법은?
엠브리올리스 크림을 사용한다.

내 인생 최고의 메이크업 도구?
내 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