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린 시절부터 스크린 앞에 배우로 선 김향기. 어느 순간 그녀가 아역 배우였다는 걸 잊었다. <신과 함께>로 이 배우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스무 살을 앞둔 김향기의 가을.

0925-191-1

드레스는 부부리(Bubulee). 빈티지 스툴은 라탈랑트(L’Atalante).

0925-191-2

트렌치코트는 쟈니 헤잇 재즈(Johnny Hates Jazz). 슈즈는 미소페(Misope). 귀고리는 앤아더스토리즈(&Other Stories).

일요일이에요. 학교에도 가지 않고, 촬영도 없는 일요일에는 무엇을 해요? 
원래 교회에 가는데, 오늘은 못 갔어요. 좀 멀리 있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이죠? 학교에 갈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대학교에 진학할 계획인가요?
오후에 촬영이 있는 날에는 조퇴할 수밖에 없지만 학교 가는 걸 좋아해서 자주 가려고 노력해요. 대학은 연극영화과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새로운 경험도 하면서요.

긴장돼요?
그럼요, 긴장되죠.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잖아요. 교복도 곧 못 입잖아요.

성인이 되면 새삼스럽게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뻔하지만 운전면허 따서 혼자 운전하고 싶어요. 지금은 항상 누군가가 데려다 주어야 하고 어딜 가고 싶으면 동행해야 하니까요.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 가고 싶은 데 가고, 멀리 나가서 바다도 보고 싶어요.

생후 27개월 때 데뷔했고 계속 작품을 해왔죠. 언제 처음 연기를 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늑대소년>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같이 찍었어요. 그리고 그 후에 좀 길게 쉬었는데 너무 심심하고 제 스스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초등학생 때는 많이 놀 시기잖아요? 그런데도 너무 연기가 하고 싶은 거예요. 연기가 나한테 재미있는 거라는 걸 느꼈어요.

아직 미성년이지만 웬만한 사람보다 사회생활을 오래한 셈이에요.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하나요? 
스스로 굉장히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작품을 하면서 한 번도 저를 불편하게 한 배우, 감독님이 안 계셨어요. 제게 잘해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너무 좋은 분들과 작품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활발한 성격도, 말을 잘하는 성격도 아니라 현장에서 대기할 때에도 보통 그냥 가만히 있어요. 그때에도 대선배님들이 먼저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그 맥락에서 하정우 배우가 지어준 ‘김냄새’라는 별명도 나온 건가요?
그쵸, 재미있게 해주려고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나이도 어리고 학생이니까 대화의 흐름을 잡기도 어려우실 텐데 다들 재미있게 해주셨어요. 다 너무 잘해주셨어요. <웨딩드레스> 때 송윤아 선배님은 지금도 그냥 엄마라고 부르거든요. 엄마 역할로 나오셨는데 정말 엄마처럼 대해주셨어요.

0925-191-3

블라우스는 커먼 유니크 (Common Unique).

요즘 <신과 함께>가 새로운 흥행 기록을 쓰고 있더라고요. 이 작품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엔 회사인 나무엑터스로 감독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직접 뵈었을 때 새로운 장르지만 같이 도전해보자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향기 씨는 무슨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가만히 있었죠.(웃음) 현장에서는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드리는 편이지만 평소에는 좀 말이 없어요.

처음부터 시리즈로 기획이 되었죠? 영화가 있고, 또 다른 영화가 이어져 만난다는 게 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이덕춘의 이야기도 더 있었고요. 
1, 2부 대본이 미리 다 나와 있었어요. 한 장소를 기준으로 1부 장면을 찍은 후에 바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는 2부 장면을 찍었거든요. 그래서 1, 2부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했어요.

1부 장면을 찍고, 바로 2부의 다른 장면을…. 연기하기 힘든 조건 아닌가요?
감독님께서 처음 작품 들어갈 때부터 어떤 장면을 찍을 때, 일단 장면의 앞뒤 상황이나 맥락을 좀 더 찾아보고 장면을 찍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어떻게 감정을 유지했어요?
아무래도 대본을 자주 보게 되었어요. 관객분들이 보기에 감정선이 어색하면 안 되잖아요. 오히려 같이 찍게 된 상황에 대해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1, 2부를 같이 찍으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일단 1부가 개봉을 하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2부를 개봉해야 하는 상황인 거잖아요. 저는 촬영할 때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 했는데 주변에서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 거예요. 1부 안 돼도 2부는 개봉해야 되는데 어떡하냐고. 저는 현장에서도 너무 즐거웠고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촬영하는 동안 그런 문제에 대해서 걱정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첫 편 <신과 함께 – 죄와 벌>의 흥행 성적이 정말 좋았죠. 두 번째 편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배우로서도 어서 남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아요.
배우분들이 다 그 이야기를 했어요. 시나리오상 1부보다 2부가 인물들 간의 관계가 더 잘 표현돼 있잖아요. 1부 개봉하기 전에도 2부가 더 재미있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1부를 너무 사랑해주셔서 2부가 개봉되는 시점도 굉장히 행복하게 기다려지는 거예요. 1부를 좋아해주셨던 분들은 2부도 좋아해 주실 거란 맘으로 굉장히 즐겁게 기다렸어요.

차사 이덕춘의 첫 등장이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자기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성실한 직업인이랄까요? 
그렇죠.(웃음) 덕춘이는 누굴 만나도 진심을 다하고 또 그걸 숨기는 아이가 아니라서. 삼차사 중에서 강림과의 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신뢰를 갖고 열심히 하는 저승 차사였어요.

당신이 생각한 덕춘은 어떤 사람인가요? 
덕춘은 약해 보이고 상처도 잘 받을 것 같은 캐릭터지만 외유내강형이에요. 자기 할 말은 꼭 다 하고, 강한 신념을 가진 아이라고 생각해요. 2부에서도 덕춘은 1000년 동안의 일에 대해 정신적으로 충격받은 상황인 거잖아요. 그럼에도 관계를 유지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그런 마음을 지닌 아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덕춘은 용서를 하죠. 과거의 덕춘도 용서를 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나요?
저도 그랬을 것 같아요. 과거의 사건도 주변 환경에서 온 비극적인 상황이었던 거잖아요.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이 컸겠지만 덕춘이가 혼자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면서, 그런 상황들이 나중에 보이지 않았을까요.

알고 보니 차사 해원맥과 중요한 관계였죠. 주지훈 배우와 호흡이 잘 맞았나요? 여러 인터뷰에서 김향기는 천재다, 거목이다라고 극찬을 했어요. 
아이고….(웃음) 촬영이 너무 즐거웠고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었어요. 덕춘의 입장에서 과거의 해원맥은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이죠.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덕춘에게 많은 감정이 섞였을 것 같아요.

만약에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다른 역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역할에 관심이 가요? 
해원맥과 성주신이요. 둘 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예요. 해원맥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다른 게 매력이고요. 성주신은 굉장히 힘이 세잖아요, 강하고. 그러면서도 반전 매력이 있고요. 이승에서 여린 모습, 아무것도 손댈 수 없는 상황에서 보여지는 코믹한 요소들도 표현된 것 같고요.

환생할 수 있다면요? 뭐가 되고 싶어요? 
아직 상상은 안 해봤는데, 남자로 태어나면 어떨까요?(웃음)

촬영하면서 어떤 지옥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다 안 가고 싶어요. 너무너무 무서운데, 살인 지옥이 제일 무서웠어요. 영화 개봉하기 전에는 저도 완성된 CG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어요. 극장에서 봤는데 불길 안에 있는 지옥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헉!’ 하고 놀랐어요.

대부분 CG 같더라고요. 녹색 천 앞에서 연기하는 건 어땠어요? 
배경은 어쩔 수 없이 다 CG였는데, 밑에 제가 서 있는 공간은 있었거든요. 그런데 천륜지옥은 정말 모래밖에 없었어요. 연기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잖아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도 감정이 나올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제 감정보다 훨씬 수월하게 촬영을 마쳤던 것 같아요. 함께 호흡을 맞추고 설명을 들으니 어느 정도는 상상이 되더라고요.

두 편의 <신과 함께>로 흥행 배우가 되었어요. 지금까지 좋은 작품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기분인가요?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신과 함께>를 통해 단기간에 제일 큰 사랑을 받았어요. 작품이 잘되니까 너무 기분이 좋고 행복했어요. 그런데 그러다 사람들의 관심도 확 커졌다고 느껴지니까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지금 시기가 성인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점이잖아요. 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웃음)

촬영 들어가기 전에 설계하는 편은 아니에요. 현장에서 느껴지는 공기라든지 세트, 야외 촬영장, 동선 같은 건 현장에서 만들어지니까 그때그때 현장에서 느끼면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셔츠와 드레스는 모두 마가린 핑거스(Margarin Fingers).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미소페. 빈티지 책은 라탈랑트.

셔츠와 드레스는 모두 마가린 핑거스(Margarin Fingers).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미소페. 빈티지 책은 라탈랑트.

언제 대중들의 관심을 느꼈어요? 
편지를 많이 보내주시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늘었어요. 1부 개봉하고 며칠 안 지났는데 자고 일어나면 막 늘어나 있는 거예요. 작품이 사랑을 받으니까 저에게도 사랑을 같이 주시는 거잖아요?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대만 갔을 때, 레드카펫에서 같이 사진 찍는 행사를 했었거든요. 우리말로 연습해서 오셨더라고요. 편지도 우리말로 찾아서 번역해서 쓰셨나 봐요. 편지를 보고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작품을 직접 선택하나요? 
회사에서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해주세요. 대본을 읽고 나서 엄마랑 이야기를 하는 편이에요.

어떤 작품이 김향기의 마음을 움직여요? 
제일 중요한 건 아무래도 시나리오죠. 대본을 읽으면 역할보다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먼저 들어오는데, 스토리가 맘에 들면 하고 싶어요. 하게 되면 캐릭터에 대한 건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왕따, 자살 등 영화 속에서 힘든 상황에 놓인 역할이 많았는데, 요즘 어린 배우가 감정 소모가 큰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요. 스스로 연기와 현실을 구분하려고 노력하는 편인가요?
주변에서도 그 점에 대해 염려를 많이 해주세요.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힘든 캐릭터면 감독님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작품이 끝나고 다른 작품에 들어가면 거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편이라 인물에서 금방 빠져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즐겁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유독 힘들었던 캐릭터가 있었나요? 
작품을 끝내고 다른 작품에 들어가면 또 다른 캐릭터에 몰입을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전 작품이 잘 생각나지 않는데, 되새겨서 이야기를 할 때 좀 울컥했던 적은 있었어요. <우아한 거짓말> 때인데, 제가 무대에서 어떤 질문을 받았는데 순간 울컥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는 거예요. 캐릭터를 다시 설명하려다 보니까 그때 인물의 감정이 떠오른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다 보니 <유리 가면>이라는 만화가 떠오르네요. 연기 천재 소녀가 등장하는 만화인데, 늘 본능적으로 연기하면서 머리로 연기하는 라이벌을 이겨요.
그래요? 저 만화 좋아하는데 봐야겠어요. 저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설계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생각해두면 막상 현장에 갔을 때, 혼란이 오더라고요. 현장에서 느껴지는 공기라든지 세트, 야외 촬영장, 동선 같은 건 현장에서 만들어지니까 현장에서 느끼면서 하는 편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서, 대중들이 어릴 때부터의 모습을 다 지켜보게 된 셈이에요. “김향기가 이렇게 컸어?”라는 이야기 많이 듣죠? 
네. 많이 하시죠. 저를 보시면서 세월을 느끼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웃음) “되게 작은 줄 알았는데 많이 컸다”고, “아가씨 다 됐다” 이런 말도 많이 하세요.

아역을 거치며 느낀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저는 연기하는 게 즐겁기 때문에 행복하고 감사해요. 하지만 주변에서 학교 생활을 놓치는 걸 아쉬워하는 친구를 많이 봐서, 그걸 단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어릴 때부터 관심을 받다 보니까 자기 생활하는 데 있어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도요. 그런데 저는 주로 영화를 많이 해서 현장에서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드라마만큼 스케줄이 많진 않았어요. 학교도 잘 안 빠진 편이고, 한 동네에서 오래 살아서 친구들도 오래 사귄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편안하게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좋아하는 연기를 하지 않았나 해요.

가장 많이 지지해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가족인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즐겁게 하려면 이 일을 하면서 겪는 일과 고민을 말하고 상담하는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지금까지는 가족이 제일 큰 존재였던 것 같아요. 특히 엄마와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했죠. 어릴 땐 엄마가 항상 현장에 함께 다녔는데, 몇 년 전부터는 엄마가 언제까지 케어해야 되냐고, 이제 혼자 갈 때 되지 않았냐고 하세요. 그런데 저는 괜히 엄마와 같이 있는 게 좋았어요. 매니저 언니가 있는데도요.(웃음)

지금까지 많은 배우와 작업했는데, 닮고 싶은 배우도 있었나요?
촬영 현장에 들어가지 않을 때는 굉장히 유쾌하고 말도 잘 걸면서 현장을 즐겁게 해주시는 분들이 생각나요. 그러다 촬영에 들어가면 싹 변하시는 거예요. 선배가 되면 저렇게 현장에서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을 편하게 해줄 힘을 갖고 있다는 건 대단한 것 같아요.

그분들은 거꾸로 모니터 속 당신을 보면서, “김향기, 무서운 아이!” 그럴 수도 있어요. 아까 말한 만화에 자주 나오는 대사예요. 
하하하…!

배우가 평생 직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싶어요, 전. 연기에서 오는 즐거움이 큰 것 같아요. 스스로 고민하면서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 그 인물이 돼보는 거잖아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편하고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데, 연기할 때 하게 되는 고민은 다른 것 같아요.

드레스는 부부리.

드레스는 부부리.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음…좋은 배우의 기준을 정하기는 힘들잖아요. 일단 어떤 직업이든 고민 없이 멈춰 서 있으면 발전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여느 직업처럼 연기도 항상 늘 새로운 작품이 나오고, 늘 새로운 장르가 생기고, 새로운 기법이 도입되고요. 세상이 변하는 만큼 연기하는 캐릭터나 다양성도 점점 늘어나잖아요. 그런 작품들에 있어서 열린 마음으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느껴요.

또 새로운 작품이 개봉을 기다리고, 지금도 작품 촬영 중이죠? 
<증인>이라는 영화예요. 제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고등학생이고요. 모든 소리를 기억해요. 제가 증인이 됩니다. 어떤 살인 사건을 목격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예요. 작년에 촬영한 <영주>는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요.

<영주>도 아주 독한 이야기던데요. 혹시 어려운 역할에만 흥미가 생기나요? 
하하!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저에게 기회가 오는 작품들을 보고 선택을 하는 거예요. 정말 아닌데(웃음). 감독님과 이야기가 많이 필요한 캐릭터를 하기는 해요. 하지만 어쨌든 그 캐릭터도 어디선가 있을 법한 인물이에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감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잖아요. 다양한 상황이 영화에서 표현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맘이 생겨요. 그래서 그런 역할이 제의가 들어오면 해요.

김향기가 연기하는 모든 인물은 휴머니즘을 가지고 있어요. 매번 인물에게 다가서는 방법이 있어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있고,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 놓인 인물은 겉으로 이런 행동을 해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해봐요. 우리도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있진 않잖아요. 연기할 때도 똑같은 것 같아요.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오로지 한 가지 생각에만 잠길 때도 있고, 정말 다른 느낌을 가질 때도 있고요. 그런 상황에서의 고민, 감정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게 돼요.

연기를 하면서 작품 속에서 많은 선과 악을 만났어요. 성선설과 성악설 중에선 뭐를 믿어요? 
하하하! 마침 그 주제로 학교에서 수행 평가가 있었어요. 전 성선설을 썼거든요. 사람이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경우를 보면 어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화가 많잖아요. 그래서 성주신의 대사이기도 한데 “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을 뿐이야”라는 말이 떠올라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기본적으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까요.

어쨌든 그 캐릭터도 어디선가 있을 법한 인물이에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감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잖아요. 다양한 상황이 영화에서 표현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