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사느냐의 단순한 기호를 넘어 인생의 방향과 태도를 결정짓는 채집과도 같다. 각자의 색과 무게로 삶을 사랑하는 여섯 여자의 취향과 패션 이야기.

 

1 노어를 전공한 아빠 덕에 사랑하게 된 러시아. 러시아 펑크 문화가 어우러진 고샤 루빈스키 컬렉션. 2 프랑스 남부 망통에는 내가 사랑하는 천재 아티스트 장 콕토 미술관이 있다. 3 글래머러스하고 도발적인 70년대를 가장 사랑한다. 당대 최고의 아이콘 비앙카 제거. 4 오트 쿠튀르의 아티스틱한 감성은 늘 영감을 준다.

1 노어를 전공한 아빠 덕에 사랑하게 된 러시아. 러시아 펑크 문화가 어우러진 고샤 루빈스키 컬렉션. 2 프랑스 남부 망통에는 내가 사랑하는 천재 아티스트 장 콕토 미술관이 있다.  3 오트 쿠튀르의 아티스틱한 감성은 늘 영감을 준다. 4 글래머러스하고 도발적인 70년대를 가장 사랑한다. 당대 최고의 아이콘 비앙카 제거.

 

5 여유로운 삶이 느껴지는 사진가 마크 보스윅의 집. 6 사진가 김영준이 찍어준 사진. 7 런던 생활을 마치고 파리에 들러 한 컷, 나의 파리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8 조쉬 올린스의 사진처럼 남부 프랑스에서 여행자처럼 살고 싶은 것이 나의 로망.

5 여유로운 삶이 느껴지는 사진가 마크 보스윅의 집. 6 사진가 김영준이 찍어준 사진. 7 런던 생활을 마치고 파리에 들러 한 컷, 나의 파리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8 조쉬 올린스의 사진처럼 남부 프랑스에서 여행자처럼 살고 싶은 것이 나의 로망.

 

행복한 경험이 남긴 인상적인 것들
김석원(비주얼디렉터&스타일리스트)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의 취향을 묻는다면 그것은 단답형이 될 수 없다.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이며 화려하고 글래머러스하며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고 하기엔 설명 부족이다. 그 취향이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면 이 또한 마찬가지. 인생의 매순간 찾아오는 영감에 의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 즉, ‘취향’은 형성된다. 내 취향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떠올리는 것은 내가 살아온 인생의 어떤 아름다운 순간들을 되짚어가는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아빠의 유학으로 영국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때 아빠는 유학생 신분이어서 우리 가족은 1년 반 동안 주말마다 영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텐트, 캠핑카, B&B에서 묵었다. 어린 시절의 다양한 경험은 무의식에 남아 한 사람의 인생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B&B에서 먹은 아침식사, 지하철에서 본 진짜 80년대의 펑크, 친구들이 신고 오던 스웨터와 장화 패션 등은 분명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때부터 나는 유럽의 오랜 역사에서 나오는 클래식한 문화와 이에 대한 반항심에서 나오는 삐딱한 문화를 동시에 사랑했다.

또한 중학생 시절 슈퍼모델의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 잡지 <톱모델>,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본 아방가르드함을 넘어 하나의 퍼포먼스 아트였던 요지 야마모토의 쇼와 맥시멀리즘의 끝을 보여준 크리스찬 라크루아의 오트 쿠튀르 쇼는 나를 파리로 떠나게 했다. 그리고 스튜디오 베르소 유학 시절 너무나 자유롭고 파격적인 학교의 가르침과 그 시절 유행했던 미래지향적인 제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 아방가르드한 마틴 마르지엘라와 꼼데가르송, 시크한 헬무트 랭, 화려한 펑크 스타일의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존 갈리아노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스타일들. 또 파리판 <보그>의 마리 아멜리소베의 어시스턴트가 되면서 늘 새로움을 갈망하며 미래지향적이고 시크한 스타일에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그녀는 지금도 나의 훌륭한 스승이다. 또한 나는 프랑스 남부를 많이 여행했는데 따사로운 햇살, 싱싱한 과일과 음식, 낙천적인 사람들과 문화와 예술이 만들어내는 천국 같은 분위기의 지중해는 언제나 내 마음속의 로망이다. 그들의 여유롭고 긍정적인 슬로 라이프는 내가 누리지 못하지만 늘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인생의 꿈이다. 영감은 인생의 매순간 찾아온다. 그러기에 내가 부족함을 인정하며, 늘 감각과 마음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