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사느냐의 단순한 기호를 넘어 인생의 방향과 태도를 결정짓는 채집과도 같다. 각자의 색과 무게로 삶을 사랑하는 여섯 여자의 취향과 패션 이야기.

 

1 최근 1960년대 독일에서 만들어진 빈티지 세라믹을 수집하고 있다. 2 디터 람스의 비소에와 아르네 야콥센의 앤트 체어, 그리고 블랙 USM.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간결하고 단단한 가구를 거실에 두었다. 3 남편과 나의 취향으로 집결된 한옥에서의 작은 결혼식.

1 최근 1960년대 독일에서 만들어진 빈티지 세라믹을 수집하고 있다. 2 디터 람스의 비소에와 아르네 야콥센의 앤트 체어, 그리고 블랙 USM.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간결하고 단단한 가구를 거실에 두었다. 3 남편과 나의 취향으로 집결된 한옥에서의 작은 결혼식.

 

4,6 단순함의 아름다움이 담긴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작품과 그의 작업을 닮은 세린느의 주얼리.  5 패션 사진가이자 파인 아트 작가인 김형식의 모던한 사진 작업. 7 가장 좋아하는 블랙과 화이트, 네이비 컬러의 심플한 옷들.

4, 6 단순함의 아름다움이 담긴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작품과 그의 작업을 닮은 세린느의 주얼리. 5 패션 사진가이자 파인 아트 작가인 김형식의 모던한 사진 작업. 7 가장 좋아하는 블랙과 화이트, 네이비 컬러의 심플한 옷들.

 

신중하게 고르고 다듬은 아름다움
김누리(프리랜스 패션 에디터 & 스타일리스트)

2년 전 결혼을 준비하며 그간 취향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했던 것들이 필터처럼 걸러졌다.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그간 내가 뭘 좋아했고, 또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시끌벅적 여럿이 만나는 모임보다는 친구 한두 명과의 조용한 만남이, 나가서 뛰놀기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또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거추장스럽고 요란하고 화려한 것이라면 꺼려졌다.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한 한옥에서의 작은 결혼식, 공주 같은 드레스 대신 선택한 심플한 미디 원피스, 수수한 호접란 머리 장식을 고르면서 진짜 나다운게 뭔지 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결국 나의 취향이 때론 넌더리가 났던 예민한 성격과 성향에서 비롯됐다는 거부할 수 없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깨끗하고 단순하며 명쾌한 것들을 선호하는 취향은 신혼집 가구를 고를 때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미드센트리 모던, 바우하우스, 디터 람스 등 내게 영감을 주던 오래됐지만 여전히 모던하고 세련된 이미지들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장은 집이 휑할지언정 단 하나를 사더라도 오래 보아도 싫증나지 않을, 잘 만들어진 빈티지 가구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마음에 드는 건 1960년대에 태어난 디터 람스의 비소에(Vitsoe). ‘Less is More’라는 디터 람스의 철학이 담긴 이 근사한 모듈형 시스템 가구는 내가 닮고 싶은 삶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간소한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그건 태생적으로 예쁜 걸 좋아하고 욕심이 많은 내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우니까. 대신 그의 디자인 방식처럼 그게 옷이든, 물건이든, 인간 관계이든 간에 작은 것에 더 신중하고 간결하게 집중하고 싶다. 쓸데없는 생각과 고민이 많은 지극히 소심한 O형인 난 오늘도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Less is More’를 꿈꿔본다. 언젠가 또 그 선택들이 모이면 좀 더 단단한 모양으로 응축돼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