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짜서 만든 한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명진, 아티스트 사이다, 니트 디자이너 김수미가 만든 니팅 퍼포먼스를 보면 알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명진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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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라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옷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상업적인 비주얼을 만들다 보니 목마름이 있었다. 아티스트 사이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공감하는 생각을 한번 실현해보자 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생각이었나? 옷은 아름다움을 향한 각자의 생각을 전하는 매개체라는 것과 트렌드가 아닌 우리의 취향을 집약해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자는 생각. 옷을 좋아하기도 하고, 특히 한복에 관심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한복의 아름다움은 단순하고 명료한 선인데, 편의에 의해 개량되는 한복은 복잡한 소재, 장식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나의 기호는 아니었다. 그런 욕구가 한복의 실루엣을 보다 편안한 니트 조직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한복 외 평소 어떤 옷을 좋아하는가? 미니멀한데 아방가르드한 옷. 너무 전위적인 것은 비현실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꼼데가르송을 즐겨 입는다.

한복을 바탕으로 한 니트 의상은 생소하다. 나는 아담한 전형적인 동양인 체형인데, 서양인에게 맞춰진 옷들은 잘 어울리지 않아 멀리하게 되더라. 그러다 한복을 지어 입어보니 한복이 지닌 단순하지만 계산된 선이 일상에서 편안하게 입기 좋고 현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요소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복의 곧고 계산된 선과 유연한 니팅이 만나 어떤 실루엣이 탄생했는가? 한복 본연의 곧음 그대로 살렸다. 동정의 형태, 배래, 화장 등은 한복 고유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했다. 선은 단순하지만 니트 소재의 실루엣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주름, 늘어짐의 여유로운 인상을 만들었다.

평상시에 어떻게 입으면 좋을까? 한복이라고 생각하면 어렵지만 마고자를 모티브로 한 재킷의 경우 앞섶의 각도를 변형하여 허리 쪽으로 길게 내려 고름을 리본처럼 묶을 수 있게 하는 등 얼핏 보면 한복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모던하다. 저고리를 변형한 재킷은 데님 팬츠와 입거나 철릭은 봄/여름에 원피스처럼 입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