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밀리터리가 가을/겨울 트렌드를 장악했다.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화려한 장식을 더해 그 어느 시즌보다 풍요로운 스타일을 제시한다.


_MON0029
디자이너들은 군대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일까? 최근 몇 년간 밀리터리는 빠지지 않고 트렌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적이 없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올 가을/겨울은? 지난겨울 큰 인기를 끌었던 실용적인 밀리터리 항공 점퍼나 카키 컬러의 장교풍 코트, 카무플라주 패턴이 다시금 등장했고, 이는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리터리 룩은 진보적인 국면을 맞이했는데,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군복의 요소들이 장식미로 점철된 여성성과 만나 승리의 팡파르를 울린 것이다. 더없이 화려한 자카드, 금장 단추와 금색 수와 빛나는 보석과 시퀸이 곁들여진 견장과 와펜 등 여성스러움의 도움을 받아 이전에 비할 데 없이 훌륭한 테마로 발돋움하였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01
밀리터리 룩의 변신을 이끈 디자이너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미우치아 프라다였다. 프라다는 각진 어깨에 더블 포켓이 달린 오버사이즈 장교 코트에 새하얀 깃을 달았고 세일러 모자를 매치해 올 시즌 밀리터리 트렌드가 육상전에서 해상전으로 바뀌었음을 선포했다. 그리고 코트의 행렬에 우아한 50년대 풍의 금박 자카드 소재의 풀 스커트를 매치하고 코르셋으로 허리를 양껏 조이며 잘록한 몸의 굴곡을 강조했다. 혹은 화이트 셔츠에 울소재의 아가일 패턴 타이츠와 레이스업 트레킹 부츠를 매치하여 섹시미를 더하기도 했다.

 

02

1 골드 도금 귀고리는 각각 1백만원대,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2 사피아노 가죽 소재 키링에 달린 플랙스 글라스, 메탈 소재 참은 각각 30만원대, 모두 프라다(Prada). 3 울 소재 스웨터는 41만원,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Michael Michael Kors). 4 면 소재 셔츠는 가격미정, 발맹(Balmain). 5 송아지 가죽 소재 레이스업 부츠는 1백85만원, 버버리(Burberry).

프라다가 선보인 부드러운 밀리터리 룩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그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어야 할 현대 여성에게 전하는 강인함 속에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는 현명한 답을 제시했다. 지난 가을/겨울 컬렉션에 이어 다른 브랜드들이 2017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선보인 기간 동안 또 다른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씨 나우 바이 나우(See Now,Buy Now)’를 선보인 뉴욕의 타미 힐피거 역시 해군에서 받은 영감에 여성성을 더한 ‘소프트 밀리터리’ 룩을 제안했다. T.H. 애틀랜틱호라고 씌어진 거대한 선박이 설치된 런웨이를 배경으로 지지 하디드가 쇼의 시작을 알렸다. 현재가 아닌 과거 해군에 대한 로맨스를 펼쳐 보였는데 피코트, 세일러 팬츠 등에 주얼 장식, 시퀸, 티아라가 더해져 1940년대 풍의 사랑스러운 세일러 룩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번 가을 뉴욕 컬렉션 기간에 발표한 가을/겨울 컬렉션도 해군에서 영감 받은 실용미를 살린 글램한 룩이 쏟아져 나왔다. 역시 지지 하디드가 쇼의 시작을 알렸는데, 클래식 해군 재킷에 닻 프린트의 티셔츠를 짧게 동여매고 스키니 실루엣의 가죽 팬츠를 입고 등장했다. 그 뒤로 맥시코트와 미니스커트의 매치, 훈장이 달린 박시한 스웨터, 속이 훤히 비치는 드레스가 이어졌는데, 이전의 컬렉션에 등장한 소녀들이 자라 성숙미를 더한 듯한 인상을 풍겼다.

 

03
여성성을 드리운 밀리터리 룩과 더불어 호사스러운 장식을 더해 귀족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것 역시 이번 시즌 밀리터리 룩의 특징. 런던에서 ‘씨 나우 바이 나우’를 선보인 버버리는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과 ‘셉템버’ 컬렉션에서 모두 우아하고 정교한 밀리터리 테일러링을 선사했다. 전자에서 정교한 시퀸, 크리스털 장식 드레스나 자카드 드레스에 번쩍이는 금색 단추가 달린 오버사이즈 밀리터리 코트를 매치하는 방식으로 실용적인 보헤미안 무드를 드리웠다면, ‘셉템버’ 컬렉션은 시적인 밀리터리 룩으로 가득했다. 성별이 모호한 인물의 시간 여행을 담아낸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란도>와 영국풍 전원의 개념을 확립한 원예가인 가든 랭커스터의 조경 이미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발췌한 오래된 벽지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에는 과거와 현재, 여성과 남성을 넘나드는 요소들이 충돌했고, 그 연결고리에는 19세기 대영제국의 군복이 있었다. 꽃무늬 벽지 패턴의 실크 파자마 위에 호화로운 매듭 자수가 장식된 영국군의 코트를 재해석한 재킷을 매치하거나 거대한 금색 태슬이 달린 판초와 부츠를 선보이는 식이었다. 계절과 성별, 시대의 경계마저 희미해지는 시점에 어울리는 테마로 밀리터리는 꽤 적절한 듯 보인다.
성 역할이 붕괴되고 있는 지금의 시류는 밀리터리 룩 역시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 여성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때보다 풍부한 스타일을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몸을 타고 흐르는 슬립 드레스에 오버사이즈 밀리터리 코트를 걸치는 스타일링, 허리를 잘록하게 동여맨 장교 코트와 풀 스커트의 매치는 우아하면서 동시에 쿨한 여자를 위한 현명한 스타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04

6 폴리에스테르 소재 원피스는 89만원, 베르수스(Versus). 7 벨벳 소재 팬츠는 가격미정, 힐피거 컬렉션(Hilfiger Collection). 8 메탈 소재 선글라스는 20만원대, 젠틀 몬스터(Gentle Monster). 9 라인스톤과 메탈 소재 브로치는 가격미정, 샤넬(Chanel). 10 소가죽 소재 크로스백은 2백53만원, 에트로(Etro). 11 면과 실크 소재 재킷은 3백30만원, 버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