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으로 강력한 힘을 지닌 파울로 코엘료는 새 소설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터키를 대표하는 작가인 오르한 파묵은 새 에세이집을 냈고,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찰스 부코스키의 새 시집도 등장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이 일찍 도착한 기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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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가의 새로운 책.

파울로 코엘료의 새 소설 <스파이>는 여성 스파이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마타 하리’를 주제로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정보를 넘긴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받고 처형된 마타 하리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프랑스 법원은 마타 하리가 빼돌린 군사 기밀로 인해 연합군 5만 명의 목숨이 희생되었다고 했지만, 기밀 정보를 넘겼다는 증거는 단 한 건도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를 ‘드레퓌스 사건’처럼 무고한 희생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스파이이기 이전에 그녀는 관능적인 춤으로 20세기 유럽을 사로잡은 전설적인 무희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팝스타나 영화배우 같은 존재였다. 인기로 인해 권력을 가진 남자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다양한 기밀 정보를 얻게 된 것. 지난 20년간 발표된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의 기밀문서 등 수많은 자료를 뒤진 코엘료는 파리 만국박람회로 들썩이던 시기의 유럽을 배경으로 마타 하리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주체적인 여성으로 마타 하리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마타 하리는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로 그 시대 남성들의 요구에 저항하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택했다. 그녀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작가의 말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을 소설로만 만나왔다면 반드시 <이스탄불> 같은 에세이를 읽어보길. 작가의 에세이에서는 작가의 솔직한 매력과 작가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이스탄불을 느낄 수 있다. 오르한 파묵의 새 에세이 <다른 색들>에서는 작가의 개인적인 삶이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작가가 글을 쓰는 방식, 딸과 함께하는 사소하고 소중한 시간부터 터키의 현실과 정부 비판으로 인한 소송 등을 겪으며 보고 느낀 것을 적었다. 여기에 작가가 참여한 인터뷰와 수상 소감이 더해졌다. 지금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작가 찰스 부코스키의 새 시집도 도착했다. 몇 달 전 찰스 부코스키의 에세이선집과 소설이 속속 출간된 데 이어, 이번에는 민음사의 세계시인선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이 출간된 것.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멋지게 들리는 건 내가 도박하듯 글을 쓰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찰스 부코스키. 한 편집자는 그를 미치광이라고 부르곤 했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까지 닥치는 대로 여러 직업을 전전해오며 다른 시인이 갖지 못한 현실성, 소탈함, 힘을 갖게 된 듯하다. 소설과 에세이, 시를 모두 괴물처럼 잘 쓰는 ‘미치광이’에게 빠져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