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대중문화를 이끄는 거대한 축이 되었다. 한국을 벗어나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다. 자신의 재능으로 아이돌을 아이돌답게 만드는 여섯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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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득 안무가
손성득은 신화의 백업 댄서로 시작해 안무가가 되었다. 현재는 빅히트 소속으로 빅히트의 아티스트를 위한 안무를 만든다. 연습생부터 데뷔한 아티스트까지 안무를 비롯한 모든 퍼포먼스를 총괄한다.

안무가와 아티스트의 관계는?
같이 땀 흘리면서 뒹구는 관계. 정말 연습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수월해지는 것들이 있다. 처음에는 10가지 디렉션을 주어야 했다면, 지금은 2가지만 알려줘도 알아서 잘한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은?
방탄소년단의 신곡 무대와 5월에 열리는 콘서트 무대를 준비 중이다. 많은 것을 보여줄 계획이라 기력을 전부 쏟고 있다. 콘서트의 경우에는 곡에 따른 무대 퍼포먼스를 곡에 맞게 감독, 연출가와 조율해서 무대를 꾸미는 작업을 한다.

아이돌 작업의 특징은?
아이돌은 그룹의 성향, 방향,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또 팬덤이 원하는,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그들이 열광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차별점이다. 그러기 위해 연습을 진짜 많이 한다. 모든 것은 연습의 결과다. 아이돌 그룹은 아무리 바빠도 안무 연습 시간은 꼭 확보한다. 신곡 발표 전에는 모든 시간을 연습에 쏟고, 활동 중에도 최대한 뺄 수 있는 만큼 빼서 그 시간을 다 연습에 투입한다.

아무리 몸치라도 연습으로 모든 게 가능해지나?
연습으로 나아지긴 하지만 한계는 있다. 연습으로 못하는 티가 안 나게 할 수는 있지만 멋이 조금 다르달까. 춤에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춤을 출 때 움직임과 춤선이 다르다.

아이돌 그룹에서 ‘센터’는 정말 중요한가?
물론이다. 자기 파트 때는 무조건 앞으로 나와야 하지만 너무 그것만 고집하다 보면 전체적인 균형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그래서 확실히 센터의 역할을 해주는 멤버도 있어야 하고, 그가 섰을 때 분명히 탄탄한 느낌이 들어야 센터다.

함께한 멤버 중에 가장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 가장 많은 성장을 이룬 사람은?
방탄소년단의 정국. 많은 가능성을 가진 친구인데 초반에 그게 발산이 안 되어 걱정을 많이 했다. 방시혁 대표의 허락을 받고 미국에서 한 달 동안 함께 살았다. 진짜 문화를 느껴보라는 뜻이었다. 그러고 나니 결과가 정말 예술적이었다. 다녀와서 그야말로 ‘포텐’이 터졌다. 워낙 재능이 많아서 앞으로도 기대되는 무서운 친구다. 가장 많은 성장을 한 쪽은 방탄소년단의 지민이다. 안무를 짜기 위해 새벽 두세 시에 연습실에 가면 혼자 연습하고 있다. 지독한 연습 벌레다.

스스로 가장 만족하는 작업은?
방탄소년단의 데뷔 앨범과 2014 MAMA 시상식. 첫 무대에서 퍼포먼스에 대한 관객들의 리액션이 느껴졌고, 새로운 그룹을 알릴 수 있는 기반을 그 퍼포먼스가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한다. 2014 MBC <가요대제전>에서는 30명의 댄서와 함께 작업했는데, 해외에서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았다.

작업에 있어서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차이가 있다면?
남성미와 여성미가 가장 큰 차이고 그러다 보면 춤 스타일도 달라진다. 걸그룹을 작업할 때에는 내가 관객의 입장에서 어떤 이미지를 보고 싶은지 감정이입을 많이 한다. 또 아무래도 연습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여자친구의 안무를 작업한 적이 있는데, 선생님을 부르는 목소리 톤도 다르다.(웃음) 하지만 나는 남자그룹과 더 잘 맞는 것 같다.

당신의 분야에서 지금 아이돌의 트렌드를 읽는다면?
각 분야에서 세부적인 역할이 생기는 게 예전과 다른 점이다. 예전에는 안무가가 자체적인 크루를 만들어 활동했다면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소속으로 바꾸며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추세다. 아무래도 회사 소속이면 팀의 색이 더 강조되고 커뮤니케이션도 끈끈해지며, 신인 육성에도 유리하다. 요즘은 해외 유명 댄서와 안무가들이 케이팝을 자주 챙겨본다. 아이돌 퍼포먼스가 그만큼 정교해졌다는 뜻이다. 이제는 다 잘한다. 못하는 사람 찾는 게 쉬울 정도다. 그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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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비주얼 디렉터
김성현은 빅히트 소속 아티스트의 콘셉트, 뮤직비디오나 사진 아트워크, 무대와 의상 등 모든 비주얼 콘텐츠를 만든다. 지난 4년 동안 2AM, 임정희, 옴므, 방탄소년단 등과 작업했다.

지금 진행 중인 작업은?
오는 5월에 있을 방탄소년단의 스페셜 앨범 컴백과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아이돌 작업의 특징은?  
목적이 분명하다. 밴드 합주에 비유하면 좋을 거 같다. 음악, 콘셉트, 무대연출, 영상, 사진, 아트워크, 의상, 퍼포먼스 등 모든 요소가 하나로 합쳐져 연주된다. 또 다른 특징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 멤버와의 커뮤니케이션, 다른 파트와의 커뮤니케이션 모두 중요하다. 대표는 물론 안무가, 피디와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하는데, 앨범이 나올 때쯤이면 하루 종일 대화한다.

아이돌 작업의 어려움은?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계속 뭘 만들어야 하니까. 시간에 쫓기고, 변수도 많다.

어디에서 비주얼 영감을 얻나?
방탄소년단의 경우 영화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는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비주얼을 방탄소년단에 맞춰서 다시 해석한다. 데뷔할 때에는 당시 한국에 거의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 의상을 많이 입혔고, ‘소년단’에 포커스를 맞춰서 반바지에 니삭스를 신기면서 힙합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비주얼 면에서 가장 뛰어난 성장을 이룬 멤버는?
방탄소년단의 모든 멤버가 다 각기 다른 색깔로 뛰어난 성장을 이뤘기에 누구 하나를 뽑기는 어렵다. 비주얼과 패션에 가장 관심이 많은 멤버는 뷔다.

스스로 가장 만족하는 작업은?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시리즈. <트레인스포팅>처럼 충족되지 않은, 쉽게 말해 부잣집 아이들이 아닌 뒷골목 아이들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가장 힘들었지만 재미있게 작업했다. 사실 <화양연화 pt. 1> 때 반바지를 입혔는데 남자가 반바지를 입었다고 주변에서 말이 많았다. 그런 고정 관념을 깨고 싶었다.

당신의 분야에서 지금 아이돌의 트렌드를 읽는다면?
스마트폰 하나면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그로 인한 아티스트와 팬 간에 소통이 더 밀접해졌고, 그들을 위한 콘텐츠가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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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련 스타일리스트
최혜련은 패션 업계에서 20년 동안 활동한 스타일리스트로 혜령 컴퍼니의 대표다. 아이돌 스타일링은 소녀시대 ‘Gee’가 첫 번째 작업이었다. 이후 아이유는 ‘좋은날’부터 ‘모던타임즈’, ‘레드슈즈’까지 4년을 함께했고, 가인, 박보람, 와블, 헬로비너스, 배우 그룹인 서프라이즈와 작업했다.

아이돌 스타일링의 매력은 무엇인가?
소녀시대의 스타일링을 했을 때 서현이 고2였다. 그 나이에는 주얼리를 착용하지 않아도, 뭘 입혀도 예쁘다. 다음으로 아이유의 스타일링을 맡았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소녀시대, 아이유, 가인과 차례로 작업하면서 이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엄청나게 노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래 연습, 작곡 공부 등 치열하게 산다. 그 치열함에 감동해서 그들에게 ‘패션’을 입혀주게 되었다. 20년 동안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 모든 것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아이돌을 만드는 작업은 매번 새롭다.

언젠가부터 아이돌이 영향력 있는 패셔니스타가 되었다. 왜일까?
소녀시대가 뜨면서 아이돌에게 패션도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소녀시대 ‘Gee’ 때부터 광고 시장, 패션 브랜드 등이 모두 주목하게 되며 폭발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고 본다.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은 무엇인가?
곡에 맞는 콘셉트를 세우는 것. 그 다음으로 무대에서의 움직임 역시 고려해야 한다. 가장 많이 안무를 고려한 건 가인이다. 워낙 격렬한 안무를 하기 때문에 고민했다.

함께한 멤버 중 스타일 소화력이 가장 좋은 사람은?
모든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쏟기 때문에 답하긴 어렵다. 가인은 모든 아이디어가 가능하다는 점이 좋았다. 섹슈얼한 콘셉트도 충분히 가능했다. 내가 작업한 아티스트들은 다 콘셉트를 잘 받아들여줬고, 그래서 잘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 스타일링과 비주얼 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아이돌은?
레드벨벳. 특히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콘셉트에 맞춰서 비주얼을 잘 만들었다. 멤버 모두가 아이스크림 같았다.

스스로 가장 만족하는 작업은?
가인의 ‘파라다이스 로스트’. 아담과 이브에서 모티브를 따서 뱀을 형상화한 옷을 입었다. 영화 <모넬라>에서 영감을 받은 ‘애플’도 기억에 남는다. 가인의 의상은 100% 제작이라 특히 어려울 때가 많았다. 올인원을 입을 때에는 밑위가 안 맞으면 춤을 출 수가 없다. 저녁 6시가 무대면 새벽 6시부터 몇 번씩 리허설을 하는데, 그 사이에 옷을 손으로 일일이 수선했다. 이런 작업을 하다 보니 옷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현재는 비주얼 디렉터도 맡고 있다.

아이돌 작업의 특징은?
아이돌은 흡수가 빠르다. 콘셉트가 정해지면 잘 받아들인다. 본인들도 컴백할 때마다 확실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개인 취향이 강한 배우들과 다른 부분이다. 또 아이돌은 무대 의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실에 구애받지 않는다. 배우가 드라마를 하게 되면 일상생활의 옷을 입어야 하지만 아이돌은 적어도 무대 위에서는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아이돌 작업의 어려움은?  
의상을 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멤버마다 같은 콘셉트 아래 조금씩 다르게 입혀야 하는데, 아이돌 스타일링을 안 해본 사람들은 그 점을 힘들어 한다. 사실 패션 잡지 화보를 촬영할 때에는 옷을 제작할 일이 없다. 같은 스타일리스트라도 분야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 부분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제 10년이 지나니까 쉬워졌다.

당신의 분야에서 지금 아이돌의 트렌드를 읽는다면?
아이돌이라는 아티스트 집단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아이돌은 아프고, 컨디션이 안 좋아도 무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연습했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은 더욱 발전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