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지원이 친언니와 함께 남프랑스로 향했다. 열흘 동안 그라스의 그림 같은 집에 머물며 동네 시장에서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고, 생폴드방스와 니스를 탐험한 그들과 동행했다.

 회전 목마를 타고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을 만끽하는 하지원과 언니 전유경

배우 하지원을 수식하는 단어로 ‘시청률의 여왕’ ‘천만 여배우’가 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시크릿 가든> <기황후>,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해운대> <코리아>로 입증된 믿고 보는 배우의 이미지는 데뷔 이후 한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휴식’의 기회가 찾아왔다. 패션 라이프스타일 채널 온스타일에서 기획한 여행 프로그램 <언니랑 고고>를 통해서다. <언니랑 고고>는 꿈꾸던 여행지에서 현지인처럼 먹고, 자고, 즐기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기획되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쪽에 품고 있을 이런 로망을 쉼 없이 달려온 하지원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원이 선택한 여행지는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 그라스. 500년 전통을 가진 향수의 본고장으로, 전 세계 향수 원액의 70%를 공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칸이나 니스, 모나코 등 남프랑스의 유명 휴양지를 뒤로하고 그라스를 택한 데에는 하지원의 친언니 전유경의 역할이 컸다. 향기 전문가인 전유경은 아로마 에센셜 오일을 베이스로 한 천연 화장품 브랜드 쉭앤칙(Chic and Chick)을 운영하며, 동시에 하지원의 피부 전문 관리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녀의 동안 피부의 비밀은 언니가 직접 제조한 천연 화장품과 마사지 덕분이라고. 그러다 보니 자매는 천연 식물 재료와 향기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고, 자연스레 여행지를 그라스로 선택하게 된 것. 그라스에 머무는 내내 자매는 지천에 널린 로즈메리, 라벤더를 손으로 쓰다듬고 코로 가져가기에 바빴다.  

1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한 남프랑스 숙소. 1박에 20만원대 가격에 묵었다. 2 높이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따라 숙소로 가는 길. 3 그라스에 위치한 올리브 농장. 4 숙소에 머무는 내내 하지원과 삼각관계를 이룬 당나귀 조이와 라마 니타. 5 중세풍의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생폴드방스.

꿈꾸던 곳에서 현지인처럼 살기
숙소는 현지인의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서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에서 찾았다. 특히 프랑스는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교외에 세컨드 하우스를 두고 별장처럼 이용하는 게 일반화됐는데, 아름다움을 최고로 치는 프랑스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려 세컨드 하우스를 얄미울 정도로 멋지게 꾸며놓았다. 하지원은 라마, 당나귀, 백조, 고슴도치와 같은 동물이 가득한, 도미니크와 존 부부의 집에 묵기로 결정했다. 경유 시간까지 포함해 거의 20시간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집! 대문이 열리자 일렬로 늘어서 있는 높이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커다란 개 세 마리와 집주인 부부가 마중을 나왔다. 여장부 같은 안주인 도미니크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바깥주인인 존은 건축가로 현재 사는 집을 디자인했다. 돌로 지은 집 안에는 인테리어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가구와 소품이 가득했다. 집 앞에는 수영장과 ‘초원’이라 불러도 좋을 만한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정원 한쪽 연못에서는 백조가 노닐고, 라마와 당나귀가 풀을 뜯고 있는,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자연이 함께하는 공간이었다!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것을 좋아하는 낭만파 하지원은 아이처럼 뛰어다니면서 이곳을 천국이라고 불렀다. 문을 열면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리는 이곳에서 음악을 켜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꿈꾸던 곳에서 현지인처럼 살기 위한 첫 번째 일은 장보기였다. 로컬마트에는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와인과 치즈, 햄, 과일 등이 가득했다. 부엌과는 거의 담 쌓고 살았다는 하지원이지만 좋은 식자재 덕분인지 그녀가 준비한 요리는 꽤 훌륭했다. 그녀가 도전한 요리는 최소의 양념으로 허브의 풍미를 즐기는 남프랑스식 새우 요리 ‘새우 허브 소테’. 조리법은 무척 간단하다. 으깬 마늘을 올리브유에 볶은 다음 새우와 로즈메리를 넣어 살짝 볶았다. 완성된 요리를 그릇에 담기만 했는데 원재료가 좋아서일까, 아름다운 그릇 때문일까. 무척 맛있어 보였고 실제로도 맛있었다! 하지만 하지원의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술에 일가견이 있어 ‘술지원’이라 불리는 그녀가 직접 제조한 ‘허니레몬소주’. 소주와 레몬, 꿀을 섞어 제조한 이 술은 현지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1 파란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 니스 해변. 2  현지에서 구입한 식자재로 하지원이 처음 요리한 ‘새우 허브 소테’. 3 식당과 노점상이 모여 있는 니스 시장. 4 숙소의 호스트인 도미니크와 존 가족에게 요리를 대접한 하지원. 5 아기자기한 중세도시 생폴드방스의 전경.

그림 같은 생폴드방스와 니스
그라스에서 드라이브를 겸해 찾은 곳은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생폴드방스와 니스였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생폴드방스로 들어가면 중세풍의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프랑스 현지인들에게도 관광지로 이름 높은 생폴드방스는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와 갤러리, 기념품 가게, 화장품과 목욕용품, 향 관련 가게가 가득하다.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모두 그림 같았고, 심지어 바닥에 장식된 돌마저도 꽃 모양이었다. 생폴드방스는 산악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성벽 테라스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 또한 일품이다. 마을이 작아서 두세 시간이면 전부 돌아볼 수 있지만 자매는 이곳의 느슨한 분위기에 취해 느린 호흡으로 거닐었다.

니스는 고급 휴양 도시답게 멋진 레스토랑과 럭셔리 부티크,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도심 안쪽으로 들어서면 시장 노점상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꽃과 비누, 향수 등 예쁜 것들만 골라서 판매하고 있었다. 노점상을 지나면 탁 트인 마세나 광장이 나오고 트램과 커다란 태양의 신 조각상이 서 있는 분수가 보인다. 전통을 자랑하는 상점도 꽤 많은데 역시 스케일이 남다르다. 100년 넘게 운영해온 올리브 오일 전문 매장과 초콜릿 매장, 3대째 이어온 소품가게 등 모두 유서 깊은 곳들이다. 니스 해변에서 커피를 한잔하며 느긋하게 쉬겠다는 처음의 계획은 뒤로하고, 들어가는 가게마다 폭풍 쇼핑을 마친 하지원은 초콜릿 박스와 올리브 오일을 한아름 품에 안고 있었다.

1 니스 노점상에서 판매하는 꽃들. 2 유명인사들의 향수병이 전시된 그라스의 향수 박물관. 3 니스 마세나 광장의 분수. 4 그라스의 올리브 농장 내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맛본 카나페. 5 그라스의 향수학교 GIP에서 향기에 취한 하지원과 언니 전유경.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드디어 그라스에 온 목적 중 하나인 향기 탐방에 나섰다. 그라스를 대표하는 향수 공방들 중 파리와 그라스, 딱 두 곳에만 있다는 GIP(Grasse Institute of Perfumery)를 찾았다. 유명 브랜드의 조향사들이 거쳐간 곳으로 그 유명세를 지키기 위해 일년에 수강생을 12명만 받는다고 한다(여름마다 1~2주 동안 서머 스쿨을 운영한다). 하지원과 전유경은 장미, 오렌지, 재스민 등 20개의 향을 조합해서 나만의 향 만들기에 도전했다. 수백에서 수천 가지 향을 조합할 수 있다고 하니 향의 세계는 생각보다 무궁무진했다. 내추럴 향과 합성 향에 대한 용어가 줄줄이 등장했는데, 향에 대한 지식이 웬만큼은 돼야 이해할 수 있는 수준. 평소 꽃과 과일 향을 선호하는 하지원은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 향을 만들었고, 진한 오리엔탈 계열 향을 선호하는 언니 전유경은 우디와 머스크가 어우러진 향을 만들었다. 이어서 향한 곳은 향수박물관. 묵직한 파이프를 베이스로 식물과 꽃이 어우러진 현대미술관 같은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매는 4천 년 동안의 향수 제조 역사를 모던하게 풀어낸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대 이집트부터 오늘날까지의 향 제조 기술이 한눈에 보였는데, 마리 앙투아네트 소유의 보석함과 나폴레옹의 향수병, 그리고 현대의 각종 향수병이 예술 작품처럼 전시되었다.

10일 동안 남프랑스를 여행하며, 하지원은 꼭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환상적이었어요. 나만의 비밀정원 같아요.” 여행의 여운은 남프랑스의 향기처럼 깊게,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만들었다. 

하지원의 베스트 스팟 5

 

1 Tennis Club Du Vingnal
한쪽에서는 테니스를 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식사를 길 수 있는 레스토랑.

주소 268, Chemin des Picholines 06740 Chateauneuf de Grasse 

 

2 La Royrie
갓 짜낸 올리브 오일을 판매하고 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곳. 
주소 Domaine de La Royrie, 88 Chemin des Hautes Ribes 06130 Grasse, www.oleologie.fr

 

3 Maison Auer
1820년부터 운영해온 콩피와 초콜릿 전문가게. 
주소 7 Rue Saint-Francois de Paule 06300 Nice, www.maison-auer.com

 

4 Casa Pellegrino
그라스의 식료품 가게. 품질 좋은 치즈와 와인, 햄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주소 12 Rue Leo Brun 06130 Grasse

 

5 Restaurant La Terrasse
생폴드방스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레스토랑. 
주소 66, Rue Grande 06570 Saint-Pa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