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뿐 아니라 용기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오염될 수 있는 게 화장품이다. 민감한 성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화장품 회사들이 발전시켜온, 화장품 용기 속에 숨겨진 과학에 대하여.

1 돌리면 올라와요
100% 밀폐되지 않은 용기는 제품을 사용한 뒤에도 빛과 공기가 닿아 제품이 변질될 수 있다. 그래서 펌프 내부에서 공기와 접촉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제품을 사용할 때에만 펌프 입구가 용기 밖으로 노출되도록 디자인했다.
폴라초이스의 리지스트 인텐시브 링클 리페어 레티놀 세럼 30ml 3만9천원.

2 공기 유입 차단 볼
술이나 된장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누룩을 발효시켜 얻는 물질인 코직산을 함유한 제품이다. 처음 출시했을 때 채택한 스포이트형 용기를 펌프형으로 바꾸면서 펌프 입구에 볼을 박아 넣어 공기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다.
코스메 데코르테의 화이트로지스트 스팟 컨센트레이션 EW 20ml 13만원.

3 밀폐를 위한 3단계
공기와 닿아 산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펌프의 주입구에 3단계 밸브를 채택해 완벽하게 밀폐되게 했다. 플라스틱 용기 안에 짤주머니 형태로 제작한 용기를 넣어 제품을 이중으로 보호한다.
라로슈포제의 똘러리앙 울트라 40ml 4만원대.

4 세계 최초 멸균 용기
공기 유입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밀폐 기술로 피부 자극을 유발하는 보존제 없이 멸균 상태에서 제조된 제품을 무균 상태로 안전하게 보관한다. 사용 전후나 사용할 때 제품이 튜브에서 나오는 사이에도 공기의 유입을 차단해 개봉 후 사용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아벤느의 똘레랑스 엑스트렘크렘 50ml 8만원.

5 터치 앤 믹스
파우더와 에센스를 한 병에 담고 사용하기 직전에 섞어서 더욱 신선한 조합으로 피부에 흡수되도록 한다. 액체와 섞이면 변질되기 쉬운 화이트닝 성분을 캡슐에 담아 보존한 것이므로, 파우더와 에센스를 섞은 다음 10일 안에 사용하는게 좋다.
헤라의 화이트 프로그램 바이오제닉 파우더 앰플 7.7g×6개 15만원대.

6 일회용 캡슐
열과 공기, 금속, 빛 등에 의해 산화되기 쉬운 미백 성분인 비타민 C의 단점을 개선한 비타민 C 유도체를 함유했다. 한 캡슐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양을 담아 제품의 변질에 대한 걱정 없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아덴의 비져블화이트닝 멜라닌 컨트롤 나이트 캡슐 50캡슐 12만원.

7 보존력을 높이는 특수 재질
방부제를 최소화한 저온생발효 제조법을 이용해 만든 성분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바이오세라믹 소재 용기에 담았다. 친수성을 띠어 생체 조직에 유해한 작용을 하지 않는 바이오세라믹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라메르의 크렘 드 라 메르 30ml 21만원.

8 탄탄한 알루미늄
공기 중에서 단단한 산화물 보호피막을 만들어 내부 부식이 되지 않는 알루미늄 소재로 용기를 만들었다. 또한 빛과 적외선에 대한 반사율이 높아 빛과 열에 의한 변질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노에사의 스킨 토닉 프레쉬 스무스니스 125ml 17만원.

9 열과 빛을 차단하는 갈색병
미백 효과가 높은 99.8%의 고순도 비타민 C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가루 타입으로 만들었다. 에센스나 보습제와 섞기 전까지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열과 빛을 차단하는 특수 갈색 용기를 채택했다.
필로소피의 터보 부스터 C 파우더 7.1g 6만5천원.

10 촉촉함을 주는 실리콘 몰드
열로 녹인 포뮬러를 금속 틀에 부어 만드는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실리콘 고무를 이용해 형을 뜨는 실리콘 몰드 기법을 사용해 제작했다. 이 때문에 용기 안에 담기는 립스틱이 천천히 굳으면서 미네랄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더욱 촉촉하고 부드러운 제형이 완성된다.
맥의 미네랄라이즈 리치 립스틱 드리미니스 4.04g 3만2천원.

피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화장품 속 모든 유효 성분은 용기에 보관 된 상태에서 피부 속으로 흡수되기 전까지 다양한 오염 요소에 노출돼 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화장품을 사용하는 매순간, 스포이트나 스패출러를 사용해 덜어낼 때에도 공기에 노출돼 유효 성분은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화장품이 100% 밀폐형 용기에 담겨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전히 단지형 용기나 스포이트형 용기 등, 사용하면서 공기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용기가 나오는 이유 말이다. 이에 대해 랑콤 연구팀의 캐롤린 블라티에 박사는 말한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질감도 중요하잖아요. 피부 속으로 흡수되는 보습 성분도 중요하지만 피부 겉에 남아서 촉촉함의 지속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이런 효과를 주는 제품 중에서 공기 중에 노출되어도 제품을 사용하는 기간 동안 변질될 염려가 적은 것들을 단지형 용기에 넣는 거예요. 편리성을 더한 스포이트형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그 사용기한을 무제한으로 볼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제품마다 개봉 후 사용 기한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공기 중의 박테리아가 눈에 보이지 않고, 지금껏 실온에 보관하면서 사용했던 제품이 변질되는 것을 직접 보지 못한 경우가 더 많기에 ‘과연 화장품이 공기와 닿았을 때 피부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까’ 하는 의문도 든다. 피부 전문가 폴라 비가운은 저서 <오리지널 뷰티 바이블>에서 이렇게 말한다. “적절한 용기에 보관하지 않은 상추가 냉장고 안에서 얼마나 오래가던가요? 어떤 방식으로든 공기 노출을 줄이는 포장은 화장품을 구입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에요. 아울러 빛도 차단해야죠. 빛은 어떤 종류든 문제가 되니까요.” 물론 괜찮다고 해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변질을 걱정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화장품 회사들도 오랜 연구 끝에 얻은 유효 성분이 피부로 흡수되기 직전까지 안정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화장품 용기에 남모를 정성을 들이고 있다. 화장품이 공기에 노출되어 산화되고 증발되는 등의 화학 반응을 일으켜 고유 성분과 그 기능을 잃게 되는 경우, 공기 중의 미세 먼지와 미생물 등 오염 물질이 들어가는 경우, 빛에 노출돼 제품이 변질 또는 변색되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내용물을 보호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화장품에 멸균 용기를 도입한 아벤느의 연구원 누리아 페레즈는 말한다. “제품에 담긴 유효 성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빛과 열, 공기와의 접촉을 완벽하게 차단해야 해요.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은 무의미하죠. 공기와 닿고, 제품에 직접 손이 닿는 순간부터 박테리아가 옮을 수 있으니까요.” 눈에 띄는 명확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찝찝하다면 이런 용기들에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