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비슷한 일을 하면서 마음을 나누게 된 인연도 있고, 반려견이 이어준 특별한 인연도 있다. 그들은 서로를‘ 친구’라 부른다. 다양한 이야기로 뭉친 친구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열 팀의 열 명의 친구들, 총 100명의 우정이 <얼루어>의 카메라에 기록되었다.

사진가 오중석과 친구들

인생의 어떤 지점에서 갑자기 여러 명의 친구가 생기기도 한다. 사진가 오중석이 그렇다. 작년, 달력 특집 촬영을 계기로 <무한도전> 방송에 참여하게 된 게 이런 큰 선물로 돌아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여기 있는 스윗소로우, 모델 장윤주, 조정 코치 김지호, 개리, 체리필터의 드러머 손스타, 데프콘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곤 <무한도전>의 열혈 팬이라는 것,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무한도전>의 초대손님이 된 경험이 있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그들을 진짜 무한도전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모든 편견과 이해관계에서 무장해제된 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도전 말이다. 멤버들과 PD, 작가, 조명팀 등등 <무한도전>을 만드는 사람들은 계속 같은 자리에 있다. 그리고 초대손님은 다양한 특집에 잠시 얼굴을 비치고 다시 사라진다. 그런데 그들은 기꺼이 친구가 된다. 더 신기한건 서로 다른 특집에 초대된 손님들끼리도 친구다. 이유가 뭘까. 모두 입을 모은다. 그게 바로 <무한도전>의 힘이라고. 무한도전 멤버들과 스태프들은 새로운 사람을 진심으로 반겨주고, 손님들은 <무한도전>이라는 공간 안에서 금세 가족이 된다.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 첫 만남이 무척 행복했던, 그래서 다시 봐도 또 그 행복을 곱씹게 되는 사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무한도전>이 당신에게 남긴 것은? 평생 재미있게 웃으면서 지낼 수 있는 좋은 친구들.

왼쪽부터 노선미의 드레스는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팔찌는 벨앤누보(Bell&Nouveau). 세라의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목걸이는 벨앤누보, 슈즈는 지니킴(Jinny Kim). 김원경의 귀고리는 프란시스 케이(Francis Kay), 드레스는 스테파넬(Stefanel), 슈즈는 미우미우. 김원중의 턱시도 슈트와 보타이, 슈즈는 모두 프라다(Prada). 조선희의 드레스는 DVF. 슈즈는 게스슈즈(Guess Shoes). 김호성의 턱시도 슈트와 보타이는 브리오니(Brioni), 슈즈는 쉐 에보카(Che Evoca). 이영진의 귀고리는 벨앤누보, 드레스는 랙앤본 바이 블리커(Rag&Bon by Bleeker), 슈즈는 쉐 에보카. 지현정의 목걸이는 해리메이슨(Harry Mason), 드레스는 블루걸(Blugirl), 슈즈는 헬레나앤크리스티(Helena&Kristie). 이현이의 목걸이는 벨앤누보, 블라우스는 클럽모나코(Club Monaco), 스커트는 이상봉(Lie Sang Bong). 이승미의 귀고리는 프란시스 케이,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ta), 깃털 브로치는 벨앤누보, 슈즈는 쉐 에보카.

사진가 조선희가 사랑하는 모델들

모델과 사진가는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처음 만난다. 모델이 만나는 조선희는 한번 보면 까다롭고 무서운 사진가다. 두 번 보면 열정이 대단한 사진가다. 세 번 보면 사진을 잘 찍는 사진가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보면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진가다. 그걸 깨닫는 순간 이미 모델과 사진가는 교감을 나누고 있다. 그 교감은 멋진 사진을 남길 뿐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도 새겨진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 까다로운 사진가 조선희가 사랑하는 모델들이다. 그들도 이런 시간을 거쳐 조선희와 친구가 되었겠지. 그들도 이제 알고 있다. 처음 본 조선희나 지금 알고 있는 이 따뜻한 조선희나 사실은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17년째 사진을 찍고 있다. 카메라 너머로 얼마나 많은 모델을 만났고, 이 내로라하는 모델들은 또 얼마나 많은 사진가를 만났을까. 그 많은 인연 중에 서로 친구가 되었다. 조선희가 먼저 그들을 <얼루어> 카메라 앞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아홉 명의 친구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스튜디오로 모였다. 조선희는 조금 미안해했다. 언제나 카메라의 주인공인 그들 사이에 나란히 서는 일을. 그래도 용기를 냈다. 오늘만큼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조선희는 사진도 찍고 포즈도 취했다. 국내 정상의 모델 노선미, 세라, 김원경, 김원중, 김호성, 이영진, 지현정, 이현이, 이승미는 자신들을 혼내고 가르치던 사진가에게 무서운 모델의 얼굴로 포즈를 가르쳤다. 모두가 깔깔댄 밤이었다. 촬영 전 조선희는 내심 걱정했다. 사랑이 항상 양방향일 수는 없다. 나는 좋아해도 그들은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 이 팀의 제목을 ‘모델들이 사랑하는 사진가 조선희’로 바꿔도 내용은 토시 하나 바뀔 게 없다는 걸 그녀도 이제는 알 거다.

이광섭의 스웨터는 유니클로(Uniqlo), 셔츠는 라코스테(Lacoste). 김대희의 셔츠는 라코스테, 카디건은 유니클로. 박성호의 셔츠는 데님&서플라이 랄프 로렌(Denim&Supply Ralph Lauren). 모자는 질 바이 질 스튜어트 바이 햇츠온(Jill by Jill Stuart by Hat’s on). 이종훈의 스웨트 셔츠는 유니클로. 정태호의 셔츠는 타미힐피거 데님(Tommy Hilfiger Denim). 머플러는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 김준현의 셔츠는 데님&서플라이 랄프 로렌, 안경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바이 다리인터내셔널(Vivienne Westwood by Dari International). 서수민의 셔츠는 지프(Jeep). 김원효의 셔츠는 라코스테, 카디건은 빈폴 바이 킴존스(Bean Pole by Kim Jones). 모자는 질 바이 질 스튜어트 바이 햇츠온. 김준호의 스웨터는 타미힐피거. 박영진의 셔츠는 헤지스(Hazzys). 안경은 로짜 바이 다리인터내셔날(Lozza by Dari International).

PD 서수민과 웃기는 남자들

여자 하나에 남자 아홉이 우르르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대한민국을 웃음바다로 만들고 있는 개그콘서트팀의 PD와 개그맨들이다. PD가 여자다. 무슨 복을 타고났길래 저 재미있는 남자들을 우르르 몰고 다니는 걸까. 부러웠다. 서수민 PD는 개그콘서트에 합류한 지 1년 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건 개그맨 박성호가 한 말을 요약한 것이다. 그가 일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대왕대비 마마’라고 부른다던 PD가 바로 여기 있는 서수민 PD다. 촬영 전 둘러앉아 짜장면을 먹고 있는 개그콘서트팀의 모습에서 막역함을 느꼈다. 그들은 일주일 내내 얼굴을 본다. 다 같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구성을 짜고, 대본이 나오면 방송 촬영 직전까지 연습을 한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만든 코미디를 우리는 매주 일요일 밤 9시 5분, <개그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만난다. 그들이 선물하는 웃음은 한 주의 마지막을 즐겁게 마무리한다. 그 주역들이 <얼루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캐릭터를 벗으니 누가 누군지 조금 헷갈린다. 친절한 설명을 달면 왼쪽부터 ‘슈퍼스타 KBS’ 사회자 이광섭, ‘감수성’의 대갈공명 김대희, 종영된 ‘꽃미남 수사대’의 경찰청장 박성호, ‘헬스 걸’의 헬스 보이 이종훈, 종영된 ‘발레리노’의 선생님 정태호, ‘9시쯤 뉴스’ 김준현 어린이의 1분 논평의 김준현, PD 서수민, ‘비상대책위원회’의 본부장 김원효, ‘감수성’의 감수왕 김준호, ‘두분 토론’의 남하당 대표 박영진이다. 이들이 남녀를 떠나, PD와 개그맨을 떠나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는 건 사진이 그대로 보여준다.

가수 백지영과 사진가 공성원의 인연

가수 백지영과 사진가 공성원이 함께 오픈한 애견 카페, 그르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자유롭게 차와 음식, 담소를 즐길 수 있는 곳. 서울 중심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것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겐 참 행복한 일일 거다. 처음에는 백지영의 카페라는 유명세로 호기심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가을을 맞은 그르르는 사람 반, 반려견 반의 모습으로 제대로 애견 카페의 모습을 갖췄다. 강아지가 돌아다닌다고 화를 내는 손님도 없고, 옆 사람이 불편할까 눈치 보는 손님도 없다. 초면에도 무슨 종이에요? 이름은 뭐예요? 인사를 건네는 따뜻한 모습이 자연스럽다. 심지어 매일 그르르를 찾는 사람도 있다. 일주일 전에 이곳에서 봤던 사람과 반려견을 다시 만나 반가워하고 안부를 묻는 사이도 늘었다. 그렇게 오픈한 지 두 달 만에 반려견을 사랑하는 백지영과 공성원을 중심으로 단골 손님끼리 친구가 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서로의 반려견이 소중한 인연을 맺어준 셈이다. 반려견과 공생하는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그르르 카페에서 담았다. 왼쪽부터 김민형, 이성호, 김지혜, 유승주, 백지영, 공성원, 지현이, 김영화, 김영훈, 정석휘.

디자이너 홍승완과 멋쟁이 남자들

하루에 그것도 동시에 열 명의 남자를 만났다. 그들은 어린 남자에게선 느낄 수 없는 진중함과 오랜 시간 서서히 밴 취향이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그 열 명의 남자를 하나하나 떠올린다. 흰색 와이셔츠에 흰색 보타이를 매치할 줄 아는 남자, 디자이너 홍승완의 브랜드 로리엣의 매니저 김효섭. 니트 재킷에도 행커치프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남자, 마케팅을 대행하는 인디케이트의 대표 이준우. 모두가 ‘아니요’라고 할 때 ‘예’라고 하며 선글라스를 썼던 남자, 디자이너이자 앤디앤뎁의 대표 김석원. 가만히 있어도 점잖음이 배어 나오는 남자, 슈즈 브랜드 유니페어의 매니저 강재영.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카키색 재킷 안에 숨겨놓은 보라색 베스트를 슬쩍 밖으로 꺼내던 남자, 슈즈 브랜드 알쿠노의 매니저 이강산. 슈트를 원칙에 맞게 제대로 입을 줄 아는 남자, 탐스슈즈를 수입하는 코넥스솔루션의 대표 강원식. 데님 셔츠에 카고 팬츠를 입고 넥타이를 하는 자유로운 남자, 슈즈 브랜드 로크를 수입하는 올댓아웃핏의 대표 임준영. 길게 내려오는 머리와 짤막한 팬츠 길이가 트레이드마크인 늘 한결같은 남자, 디자이너 홍승완. 타고난 멋과 매의 눈을 가진 남자, 편집숍 샌프란시스코 마켓의 대표 한태민. 카메라 앞에서 재킷 앞섶을 손으로 잡을 줄 아는 당당한 남자, 상명대학교 디자인과 교수 이원제. 이 멋쟁이 남자 열 명이 친한 친구 사이다. 언제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는 그들도 모른다. 나이도 다 다르다. 홍승완을 중심으로 건너건너 친구로 만나, 또다시 새로운 친구를 얻었다. 그렇게 계속 친구는 는다. 멋을 알고 풍류를 즐기는 남자들끼리의 소통은 분명 그들을 단단하게 뭉치는 이유일 거다. 흩어지면 누군가의 아빠로 남편으로 상사로 여느 가장들처럼 살겠지만 그들은 든든하다.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홉이나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