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은 <도적:칼의 소리>에서 또 한 번 낯선 얼굴이 된다. 

화이트 셔츠와 블랙 스카프 디테일 재킷은 발렌티노(Valentino). 블랙 타이는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이너로 입은 브라운 니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그레이 셔츠와 트라우저, 블랙 타이, 블랙 앵클 부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더블 재킷과 슬리브리스는 아미(Ami). 

블랙 니트는 페라가모(Ferragamo).

블랙 레더 재킷과 브라운 카고 팬츠는 우영미(Wooyoungmi). 부츠는 로에베(Loewe). 이너로 입은 블랙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보호자>를 보니, 예전 <연인>에서와 겉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더라고요. 2006년 작품이죠.
<보호자> 촬영을 3~4년 전에 했으니까 지금보다 어렸던 건 맞고요.(웃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박유나 배우와 하다 보니 생각이나 말을 그 친구를 따라가려고 했어요.

어떤 걸 배웠어요?
예를 들어 하트를 할 때 손가락 하트 말고 볼 하트를 해야 된다고 유나 씨가 그러더라고요. 그나저나 <연인> 때 얘기를 하실 줄이야.

그 드라마로 배우 김남길을 처음 알게 됐거든요. 다음 작품에서 바로 톱스타가 되더라고요.
톱스타…!(웃음)

<선덕여왕>의 최고 시청률은 45%에 달했어요. 지금은 상상도 못하죠.
시대가 많이 바뀌었죠. 시청률이 45% 나올 때는 중박 정도 하는 작품의 시청률이 20%대였어요. 공중파 위주로만 방송을 하다 보니 보는 사람도 많았고요. 요즘은 시청률보다 <오징어 게임>처럼 글로벌로 성공해야 대박이다 할 거예요.

<선덕여왕>에서 김남길은 신들린 듯 연기했어요. OTT의 시대라 예전 작품도 거슬러 볼 수 있죠.
보는 분이 있을까요? 유튜브에 짧게 편집된 걸 보는 분은 있을 것 같아요.

그때부터 OTT의 시대까지 온몸으로 관통하는 중 아닌가요? 제작 환경도 크게 달라졌고요.
어느 정도는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해요. 관심이 많아요. 저는 시민단체를 하고 있으니까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자주 찾아봐요. 우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고, 이거에 대해서 어떤 게 옳은 거고 옳지 않은지에 대해서요.

배우로서, 시청자로서 이런 변화를 어떻게 즐기고 있어요?
시간이랑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원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게 가장 크죠. 반면, 콘텐츠가 너무 많으니까 조금만 늦어지면 잊히는 기분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시대나 그렇지만 동시대와 융합하는 게 더 중요해졌어요.

그 안에서 잊힐 겨를 없이 작품을 하고 있네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운이 좋았어요. 팬데믹 때 촬영해둔 작품도 이번에 공개되고, 콘텐츠도 다양하게 쌓이는 중이고요.

최근 3년간 가장 길게 쉰 기간이 얼마나 돼요?
지금이에요. 한 달 정도 쉬고 있어요. 작품이 없을 때는 해외 콘서트 투어 다니고, 로드 다큐 <뭐라도 남기리>도 찍고, 또 다음 작품을 준비해요. 그러면 쉴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원들이 있어서 못 쉬어요.(웃음) 제가 회사 대표라 그런 것도 있지만, 요즘은 일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연기하는 게 예전처럼 두렵거나 하지 않아요. 시대가 바뀌어서 일이 많아진 것도 있고, 저도 시대를 관통하면서 도전하는 게 새롭고요.

변화의 계기가 있었나요?
<무뢰한> 이후로 연기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내 필모그래피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느 순간 뒤돌아봤을 때 작품이 더 많이 쌓여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작품 수에 대한 조바심이 났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연기하는 게 되게 재미있어졌어요.

<무뢰한>이 전환점이 되었나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무뢰한>은 제 배우 인생에서 2막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선덕여왕>으로 얼굴을 알린 후 배우 생활을 하면서 제가 갖고 있던 수많은 질문이나 의문을 확신으로 바꿔준 작품이죠. 그 안에서 전도연, 박성웅이라는 좋은 선배를 만난 것도 뜻깊죠. 제가 연기적으로 고민이 많은 걸 도연이 누나는 첫눈에 알아보시더라고요. 아무 말도 안했는데도요. “같이 치열하게 고민해보자”는 게 너무 좋았고, 그때 그런 경험을 처음 해봤어요. 그때서야 저 자신에 대한 솔직한 연기를 하게 된 거 같아요.

답을 찾았군요?
그게 어떤 확답, 명쾌하게 1+1=2라는 답은 아니에요. 그런 답에 도달하는 방법, 과정을 좀 찾은 기분이었죠. 그 후로 신나게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작품을 하면 쉬는 기간이 좀 길었어요. 어떻게 보면 나름의 꼴값을 떨었다고 할 수 있는데, ‘메소드를 했으니까 이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좀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다음 작품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무뢰한> 이후에는 연기가 재미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계속 연기하고 싶더라고요.

신나게 연기하는 게 느껴져요. 예를 들어 <보호자>와 <아일랜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고, 흐름이죠.
박보람 감독님은 <열혈사제> 때 B팀 감독이었어요. 같이 고생하고 고마운 것도 많아서 “메인으로 입봉하는 작품이 생기면 꼭 도와주겠다”고 했죠. 서로 잊고 살다가 갑자기 어느 날 “선배, 그때 얘기한 거 유효하세요?” 하고 연락이 왔어요. 작품을 한번 보내보라고 했는데, 그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었어요. 읽고 제가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뭐라고 하셨나요?
“다른 사람한테 가면 내가 굉장히 배 아플 것 같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을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꼭 하고 싶다”고 했어요. 내가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제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동적인 역할과 정적인 역할을 넘나들면서도 같은 캐릭터가 없어요. 비슷한 역할을 피하려고 하나요?
액션 연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은 정적인 부분에 대한 연기가 더 자신 있어요. 굳이 늘 새로운 걸 찾는 건 아니에요. <열혈사제>를 했는데, <열혈스님>이 들어오면, 그런 건 할 수 없죠. 매 작품마다 다르게 해야지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작품 안에서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고민한 부분이 결과로 드러나지 않나 싶어요.

이번 <도적: 칼의 소리>에서는 또 어떤 얼굴이 되나요?
처절한 얼굴? 저희 드라마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각자의 소중한 걸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고요. 묵묵히 그 시대를 살아가는 캐릭터를 연기했으니까 그런 얼굴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작품을 선택할 때는 또 어떤 마음이었어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찍을 때였는데, 독립운동을 하는 시대를 얘기하지만 서부 웨스트 무비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게 독특했어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도 싶었고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정적인 부분을 쓴다면, 이건 좀 더 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일 거라고 생각해서 촬영을 되게 기다렸어요.

공개를 앞두고 홍보에도 매진할 시기인데, 또 새롭게 할 게 많아졌죠?
사실 그 홍보 활동이 오늘부터거든요.(웃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가는 거 이상으로 잘 하고 싶은데 말이죠.

공개된 포스터나 티저 영상을 보면, 1920년대 배경 속에 카우보이가 있어요.
새롭죠? 처음에는 이게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잘 맞더라고요. 다양한 걸 수용하면서 발전해간 시기여서인지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찍으면서 되게 신났어요. 우리가 만약 그 시대에 있었으면 진짜 저렇게 살았을 것 같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역사적인 사건과 시대적인 것에 대해 많이 공감해주시면 좋겠어요.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할 때는 책임감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저도 우리나라 사람이니까요.

그 시대를 배우 유재명, 서현, 이호정 등과 함께 살아보는 건 어땠어요?
구수했어요. 마치 누룽지의 탄 맛처럼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라서 표현함에 있어 그런 구수함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이호정, 최청화 배우랑 많이 붙고요. 혼자 할 때보다 같이 해보니 힘들어도 같이 이겨낼 수 있어 외롭지는 않더라고요. 다함께 만들어낸 완성도에 대한 부분은 자신 있어요.

배우가 작품에 자신 있으면 좋죠. 믿고 보겠습니다.
저는 늘 자신 있게 얘기해요. 재밌을 거다!

요즘은 또 뭐에 흥미가 있어요?
바이크와 사람들 만나는 거. 요즘은 사람들이 저한테 바이크랑 연애하느냐고들 해요. 집이 광교인데, 출퇴근을 가끔 바이크로 하거든요. 어제도 바이크로 출근했고요.

경기도인은 강하죠. 이동할 때 1시간은 기본으로 잡고 생각하는데, 서울인은 30분 이상 걸리면 멀다고들 합니다.
경기도에 살아서 좋은 건 지각을 안 해요. 왜냐하면 차 막힐 걸 감안해서 미리 나오니까요. 촬영장이나 누구를 만날 때도 지각을 해본 적이어요.

문득 궁금해지는데, 김남길의 주요 역할은 몇 개예요?
3개죠. 대표, 배우, 시민단체. 아, 4개다. 한량?(웃음)

만약 내일 일정이 아무것도 없다면 역할 중 뭘 선택할 건가요?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1시간 정도 뛰거든요. 그 이후엔 바이크를 타고 교외로 나갈 거 같아요. 로드 다큐를 찍으면서 밖에서 타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완전히 빠졌어요.

여기서 더 변화하고 싶은 것도 있어요?
바꾸고 싶은 게 없어요. 있더라도 그 또한 과정이라고 여기거든요. 그런 생각은 해요. 지금 생각하는 걸 가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다르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