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백진희와 함께 떠난 제주 여행기
배우 백진희와 제주로 떠났다. 온통 파랗고, 노랗고 또 향기로운 것들로 가득한 제주의 봄을 여행하는 일곱 가지 방법. 제주를 한 바퀴 도는 동안 하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제주에서 머물기 한 번쯤 제주에서 살고 싶다고, 어럼풋한 꿈만 꾸고 있다면 제주 사람의 집에서 머물 것. 조금씩 형태는 다르지만 돌로 쌓은 담과 벽, 그 틈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꽃의 다정함만은 같다. 새로운 집을 얻고 동네 한 바퀴 도는 사이 어느새 정이 든다.
작품이 끝난 배우는 잠시 휴식기를 가진다. 그럴 때 무엇을 할까? 가장 많이 들려주는 대답은 역시 여행이다. 제주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며 긴 겨울을 보낸 백진희에게 다시 제주를 여행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그 결과 우리는 제주에서 하루 낮,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작전명 ‘제주여행스냅’으로 불린 이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_제주에 가자고 했을 때 어땠어요? 사실, 이제는 제주가 지겹지 않을까 싶기도 했거든요.
정말 가고 싶었어요. 왔는데 너무 좋아요! <미씽나인>을 촬영했던 그때와 또 달라요.
_드라마를 지난겨울에 촬영했죠? 화면 속에서는 어디 따뜻한 남쪽 나라의 무인도 같아서, 촬영지가 제주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맞아요. 제주 도민분들도 제주에 그런 곳이 다 있었냐고 하세요. 아까 산 방산 근처 촬영지였던 곳을 지나갔는데, 가보고 싶더라고요. 마음가짐이 다르니 제주가 더 달라 보여요. 그땐 제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있어서 제주도의 풍경을 즐길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_<미씽나인>에서 당신이 연기한 라봉희는 제주 해녀의 딸이죠. 바다 에 익숙한 덕분에 조난당한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봉족장’이 되고요.
사실 수영을 잘 못했는데 촬영하면서 많이 늘었어요. 신기했어요. 12월 에 내려와서 두세 달 있었는데 제 인생에서 제주도에서 이렇게 많은 시 간을 보낸 건 처음이었죠.
_서울로 돌아온 후 제주가 문득문득 그립기도 했어요?
출연 배우끼리 정말 재미있게 촬영을 했거든요. 사실 촬영 자체는 고됐 어요. 주어진 상황이 너무 열악했어요. 그런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너 무 좋아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셸터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수다 떨 면서 대기하던 순간들이 문득문득 떠올라요. 오정세 오빠와는 드라마 끝 나고 같이 봉사활동도 다녀왔어요.
_오늘 촬영 콘셉트가 ‘제주에서 하고 싶은 일곱 가지’여서 덕분에 제 주 섬을 한 바퀴 돌았어요. 지금은 함께 야간 드라이브를 하며 인터뷰 중 이고요.(웃음)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여기저기 볼 수 있기도 했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간 마을이 너무 좋았어요. 새 소리를 그렇게 많이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_꿩이 날아가더라고요!
보셨군요! 전 뭐가 저렇게 낮게 날아가지 했는데 꿩이었어.신기하더라고 요. 또 그 향이 너무 좋지 않아요? 나무 냄새랑, 귤꽃 냄새랑. 일곱 가지 중에서 가장 좋은 건 숲길이었어요. 숲길이 정말 좋아요. 나무랑 새소리, 바람소리, 나무 냄새가 너무 좋아서 숲길 걷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톱은 오즈세컨(O’2nd). 귀고리는 제이미앤벨(Jamie&Bell). 차는 뉴 MINI 컨트리맨(The New Mini Countryman). 재킷은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쇼츠는 올세인츠(All Saints).
Drive & Surf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바람을 느껴보거나, 서핑보드를 손에 쥐고 바다로 뛰어들거나. 해변은 잠시 멈춤을 위한 정거장으로 완벽하다. 사계 바다 등 서핑으로 이름난 해변에는 어김없이 서퍼들이 바다를 타거나 거스르고 있다.
귤밭의 네 가지 표정 어쩌면 제주 사람들은 귤밭으로 계절을 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5월, 제주에는 온통 귤꽃이 핀다. 윤기 나는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고개를 내민 작고 흰 꽃의 진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꽃 피는 귤밭을 방문한 당신은 행운.
_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에는 어떻게 보냈어요?
끝나고 도쿄로 화보 촬영 갔다가, 간 김에 며칠 여행했어요. 그리고 인도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얼마 전에는 친구와 러시아를 여행했어요.
_어떤 여행을 즐겨요?
엄청 돌아다녀요. 새로운 나라에 가서 새로운 것들 보는 게 재미있어요.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왔는데, 이쪽을 보면 유럽 분위기가 나 고, 저쪽을 보면 아시아 느낌도 나고 막 섞여 있어요.
_인도 봉사활동은 어떻게 떠나게 되었어요?
플랜 코리아와 함께 국내외에서 봉사활동을 5년째 하고 있어요. 학교도 짓고, 우물 사업하고, 그러면서 아이들 만나고 그랬는데 인도에 대한 다 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에는 인도로 봉사활동을 가고 싶었어요. ‘B ecause I Am A Girl(BIAAG)’이라는 캠페인을 여는데, 홍보대사로서 함께 가게 되었어요. ‘디디’가 힌디어로 ‘언니’라는 뜻이래요. 여자아이들이 디디라 고 부르면서 뽀뽀하고 안기고. 정말 모두 똘망똘망 예쁘고 선해요.
_주로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많이 해요?
처음 태국에 봉사활동을 갔을 때 부채와 물감을 준비했어요. 더우니까 함께 부채에 그림 그리기를 하자는 의미로 가져갔어요.바다를 그리라고 하니 그리질 못하는 거예요. 한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어서였죠. 그게 제 겐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_해외에는 봉사 여행이 ‘공정 여행’의 한 축이 되고 있어요. 해보니 어 때요?
봉사활동을 가서 본 모습과 여행을 가서 본 모습은 정말 너무 달라요. 봉 사활동을 가면 쓰레기 마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돼요 . 쓰레기 더미에 집이 있고, 거기서 아이들이 뛰놀기도 하고 먹을 것을 찾 아 먹기도 하고요. 그곳이 놀이터이자 생활 터전인 거죠. 막상 여행을 가 면 리조트에서 화려하고 좋은 것들만 보게 되잖아요. 여행에서 보는 모 습과 봉사활동으로 가서 실상을 보는 건 정말 달라요.
_계속 봉사 여행을 떠나게 하는 원동력은 뭐예요?
제가 갔다 오는 게 그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하루를 만들 어주고 싶어요. 그런데 다녀오면 제가 더 좋아요. 그게 원동력이에요 .
_다른 삶이나 세계를 보는 게 연기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더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매년 다니다 보면 좀 더 마음이 말랑말 랑해지는 것 같거든요.
수영장 풍경 제주 리조트를 찾는 이유의 절반쯤은 수영장 때문이다. 20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는 켄싱턴 제주 호텔의 루프탑 수영장은 아마도 제주에서 가장 조용한 수영장일 것.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저녁이 되면 밤까지 풀 파티가 이어지니까.
예술가의 제주 제주를 새로운 보금자리로 삼는 예술가들의 발길이 속속 이어지는 중. 아틀리에와 전시관, 카페 등을 겸한 복합 공간이 조금씩 들어서고 있다. 이곳은 작가 정혜진의 전시관이다.
_<오만과 편견>의 검사나, <미씽나인>처럼 무인도에서 생존하는 역, <기황후>의 타나실리 등 주체적이고 의지 있는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요 . 실제로도 그런가요?
생활력은 강한 편인 것 같아요.(웃음) 콜라로 화장실을 닦으면 물때가 잘 빠진다는 걸 안다거나요. 연기를 하다 보면 그 캐릭터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일년에 한두 작품을 하다 보면 거의 5~6개월은 제 시간이 없 거든요. 작품이 끝나면 제가 그전에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안 나요.
_여전히 어떤 작품에 끌려요?
<미씽나인>은 제 캐릭터뿐만 아니라 나머지 캐릭터도 다 살아 있는 게 좋 았어요. 또 진취적이고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여성 캐릭터가 많지 않기 때 문에 이걸 잘해내면 보시는 분에게 큰 쾌감이 있을 것 같았어요. 중점적 으로 보는 포인트는 없지만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끌리는 게 있어요.
_이제 필모그래피가 제법 쌓였는데, 배우로서 당신이 가진 장점은 무 엇이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그걸 찾아가는 것 같아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연기에는 많 은 책임감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작품에 임할 때마다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부분에 있어서 책임질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_그럼 당신에게 ‘잘된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사람이 남은 작품인 것 같아요. 시청률 숫자보다 같이 했던 사람들이 너 무 소중했고, 그 안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있는 작품이요. 그런 작품 이 많지 않다고 선배님들께서 말씀해주시더라고요.
_요즘은 뭘 꾸준히 하고 있어요?
운동은 필라테스 계속 하고 있고요, 탄츠 플레이를 시작해서 몇 번 가봤 고, 구몬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서 하고 있어요. 저는 쉴 때가 오히려 더 바쁜 것 같아요. 뭘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하고, 꼬박꼬박 운동하고, 뭐 라도 배우려고 하고, 못 만났던 사람도 만나려고 하고….
제주의 숲 아침 일찍 눈을 떴다면, 일출을 보러 가는 대신 숲길로 떠나 제주의 고요함을 만나볼 것. 사려니 숲길이나 비자림처럼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이름 모를 산 어귀나, 오름에서 작은 평화를 얻을 수 있다.
_더 해보고 싶은 역할은요?
진취적인 캐릭터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대부분의 여성 들이 그렇잖아요.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도 많기 때문에 그런 현대 여성 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자요.
_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진취적이면 냉정하게 그려지고, 사랑스러우면 순진하고 백치미적으로 그려지곤 해요.
어려운 것 같아요. 잘 연기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작품을 잘 만나야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막상 작품이 시작되면 제가 좌지우지할 능력은 없거든요. 잘 선택해서 잘 연기해나가는 게 배우의 몫인 거죠.
_ 작품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편인가요?
<미씽나인>은 모든 배우가 그게 가능했어요. 그래서 리허설도 오래 걸리 고, 하루에 많은 장면을 찍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데 한번 그렇 게 해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배우가 창의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크게 깨 닫게 한 작품이었어요.
_현장에 가면 이제 선배죠?
아직도 제가 선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선 배가 되어 있어요. 제가 <반두비>라는 독립영화로 데뷔했는데, 감독님의 새 영화 시사회에 다녀왔거든요. 주인공 친구가 당시의 제 또래인 것 같 더라고요. 제가 영화를 찍을 당시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어요 . 제가 처음 연기했을 때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을지 궁금해 지더라고요. 물론 연기도 못했을 거고 촌스러웠겠지만요.(웃음)
_연기 아닌 다른 것으로 당신을 표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아직까지는요. 책을 읽는 건 너무 좋은데 그걸 쓰는 과정은 진짜 고통스 러울 것 같아요. 창작의 고통은 상상이 안 돼요.
_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지는 않나요?
아직은 해본 장르보다 안 해본 장르가 더 많아요. 영화<라 라랜드>를 기 내 영화로 봤는데 정말 슬펐어요. 신인 배우의 삶도 그렇고, 그 둘의 마음 상태가 공감되면서 기내에서 막 울었어요. 엠마 스톤이 오디션 보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 있잖아요. 거기서부터 막….
_예능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 중 하나인데, 예능 출연 계획은 없어요?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예요. <도시의 법칙>이라는 다큐멘터리 비슷한 예능 에 출연하긴 했는데 정말 다르더라고요. 안 하겠다는 마음은 아닌데 아 직도 겁이 좀 나요.
_이렇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호텔에 다 왔네요. 내일은 어떻게 보낼 건가요?
아침 일찍 비자림 숲에 가고 싶은데, 다들 포기하고 싶은가 봐요. 테디베어 박물관에 열쇠고리를 사러 갈까요?
-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Kim Sang Gon
- 스타일리스트
- 조보민
- 헤어
- 정은구(김활란뮤제네프 도산라벨르)
- 메이크업
- 송은경(김활란뮤제네프 도산라벨르)
- 촬영 협조
- 켄싱턴 호텔 제주, 따미가 전시관, 제주뀰밭, BMW MINI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