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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가 지향하는 미래의 그린 키워드(2)

2026.04.10김지은

2026 F/W 4대 패션위크에서 포착한 지속 가능성의 신호들.

버려진 것을 재사용함으로써 개척 정신을 극대화한 나타샤 진코.

버려진 것들의 재탄생

나타샤 진코는 2026 F/W 컬렉션에서 포스트 소비에트 시대의 결핍에서 비롯된 수선과 재사용의 문화를 현대적 업사이클링으로 풀어냈다. 꽃무늬 식탁보와 침대 커버 같은 가정용 텍스타일을 펜슬스커트와 퀼팅 코트로 변주하고, 택배 상자와 종이 봉투, 테이프를 가방 디테일로 활용해 소재의 순환을 감각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천연 모피 금지 흐름 속에서 ‘뉴락(New Rock)’ 협업 부츠에 가짜 퍼 쥐 장식을 더함으로써 동물복지 기준을 지키면서도 브랜드 특유의 실험성을 이어갔다. 


셀린느에게 쇼장을 제공한 17세기에 건립된 인스티튜 드 프랑스.
셀린느에게 쇼장을 제공한 17세기에 건립된 인스티튜 드 프랑스.

역사적 건축 공간을 무대로

런웨이의 화려한 세트는 종종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해 제작되고 곧바로 철거된다. 짧은 순간을 위해 막대한 자재와 에너지가 투입된다는 점에서, 런웨이 연출의 환경적 비용에 대한 문제의식도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시즌에는 도시의 문화유산 공간을 런웨이 무대로 삼는 연출이 눈에 띄었다. 셀린느는 17세기에 건립된 인스티튜 드 프랑스 안뜰에서 쇼를 열었고, 조머는 1862년 개관한 샤틀레 극장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타임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리슐리외 사이트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으며, 산드로는 1898년에 문을 연 오페라 코미크의 살 파바르 극장에서 컬렉션 프리뷰를 공개했다. 오랜 세월을 간직한 건축 공간을 패션쇼 무대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런웨이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동시에, 대규모 일회성 세트 제작을 줄이려는 최근 패션쇼 연출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에코 퍼를 대거 런웨이에 올린 마이클 코어스.

뉴욕, 모피의 시대를 끝내다

뉴욕도 결국 모피 금지 흐름에 합류했다.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는 2026년 9월 뉴욕 패션위크부터 공식 일정 내 모피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상에는 밍크와 여우, 토끼, 친칠라 등 모피 생산을 위해 사육되거나 포획된 모든 동물의 털이 포함된다. 다만 원주민 공동체의 전통적 자급 수단이나, 식육산업의 부산물인 시어링 등 일부 소재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미 규정을 시행 중인 런던과 달리, 뉴욕은 올가을 컬렉션을 과도기로 거친 뒤 9월 시즌부터 본격적인 규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랄프 로렌과 마이클 코어스 등은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시어링과 페이크 퍼를 대거 활용하며, 모피 금지 이후를 대비한 하이엔드 대체 소재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 요구 기준이 우선 적용된 BFC NEWGEN 쇼.

영국 패션위크의 지속 가능 선언

영국이 패션위크의 지속 가능성 기준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영국패션협회(British Fashion Council, BFC)가 코펜하겐 패션위크의 ‘지속 가능성 요구 기준’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 이는 4대 패션위크 중 최초의 사례다. 새 기준은 2025년 파일럿 기간을 거쳐 올 1월부터 ‘BFC NEWGEN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 의무 적용되었다. 이후 런던 패션위크 전체 일정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요구 사항의 핵심은 명확하다. 컬렉션의 최소 60%를 인증된 선호 소재로 구성하고, 퍼와 야생동물 가죽 사용을 금하며, 패션쇼 제작 과정에서 일회용 소품과 불필요한 폐기물을 최소화할 것. 여기에 지속 가능 전략 수립과 공급망 투명성, 미판매 제품 폐기 금지 등 운영 기준까지 포함된다. 지속 가능성이 패션위크 참여를 위한 필수 조건이 되는 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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