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는 볼륨 스커트 없이 못 살아!

허리는 절제하고 볼륨은 과감하게. 힙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스커트가 다시 주목받는다.

드라마틱한 볼륨 스커트가 돌아왔다. 1950년대의 우아한 풀 스커트부터 80년대의 고압적인 파워 볼륨,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을 장악한 버블 실루엣까지. 사실 이 과장된 볼륨은 패션계가 30~40년 주기로 반복해 꺼내 드는 가장 고전적인 장치다. 할머니의 흑백사진 속에도, 손녀의 위시 리스트에도 허리는 바짝 조이고 힙에서 볼륨을 터뜨리는 스커트 한 벌쯤 늘 존재해왔다는 뜻이다. 관건은 이 거대한 존재감을 리얼웨이의 문법으로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있다.

이번 시즌 런웨이가 내놓은 답은 의외로 담백하다. 스커트가 소리를 지를 때, 상의는 속삭여야 한다는 것. 하체에 볼륨을 몰아주는 대신, 상의는 지극히 일상적인 아이템으로 눌러주는 절묘한 균형 감각이 핵심이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건 힙 라인이 극단적으로 부풀어 오른 벌룬과 버블 실루엣. 이 흐름의 중심에는 루이 비통과 미트리데이트, 프라다가 있다. 루이 비통은 크롭트 니트를 매치해 허리와 힙의 대비를 극대화했고, 미트리데이트는 단정한 셔츠에 미니 버블 스커트를 더해 프레피 룩을 완성했다. 이런 스커트를 입을 때는 상의를 최대한 덜어내는 게 상책이다. 보디슈트처럼 몸에 밀착되는 톱을 골라 실루엣을 선명하게 다듬거나, 스커트의 색이 강렬하다면 상의는 뉴트럴 톤으로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 것이 세련된 선택이다.

조형적인 주름과 소재의 힘으로 승부하는 쿠튀르형 볼륨 스커트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히 부풀리는 것을 넘어 건축적인 레이어를 보여주는 알라이아와 발렌시아가가 대표적인 예다. 일상에서 이런 스타일을 즐기고 싶다면 결국 소재가 관건이다. 빳빳한 타프타 대신 가벼운 나일론이나 얇은 코튼 소재를 선택해 시각적인 무게감을 덜어내야 한다. 여기에 아찔한 힐 대신 투박한 슬라이드나 플랫 슈즈를 툭 신어주면, 과장된 볼륨은 오히려 무심하고 쿨한 포인트가 된다.

한층 부드러운 변주를 원한다면 튤과 레이스를 겹겹이 쌓은 로맨틱한 피스들이 대안이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자크뮈스가 보여주듯, 가벼운 소재 덕에 드라마틱한 형태치고는 인상이 유연하다. 이런 스커트는 오히려 이질적인 아이템과 섞였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낡은 데님 재킷이나 헐렁한 스웨트셔츠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조각을 더해보자. 공주님 같은 실루엣이 순식간에 동시대적인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 결국 이번 시즌 볼륨 스커트를 즐기는 법은 명확하다. 스커트는 과감하게, 상의는 담담하게. 아래에는 판타지를 채우고, 위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옷을 걸치는 것. 이 한 끗 차이의 균형만 기억한다면, 런웨이의 과장된 실루엣도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사진 출처
    COURTESY OF GORUNWAY
    아트 디자이너
    이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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