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입고 태도를 바꾸는 K-렌즈의 게임 체인저들.


MYFiPN
전채윤 대표 | 눈동자 위에 가장 동시대적인 판타지를 가감 없이 투영하여 투명한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렌즈 플랫폼.
브랜드 이름 ‘마이피픈(MYFiPN)’에 담긴 뜻이 궁금하다.
‘피픈(FiPN)’은 사전에 없는 단어로, ‘First Impression(첫인상)’에서 따온 이름이다. 패키지를 뜯는 순간부터 렌즈를 착용하는 찰나의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근사한 장면처럼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렌즈의 그래픽 밀도가 높고 발색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홍채와 렌즈 그래픽이 겹치는 구간의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집착하는 디테일이 있다면?
렌즈는 수많은 점이 모여 선과 면을 이루는 제품이다. 핵심은 이 요소들을 어떻게 ‘블렌딩’하느냐다. 렌즈는 면적이 작아 그러데이션 폭이 제한적이고, 미세한 비율 차이로도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컬러 칩을 코드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함은 물론, 육안으로 확인되는 발색 균형을 집요하게 맞추면서 원하는 디자인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시도한다.
온라인 기반 브랜드의 영원한 숙제는 화면과 실물의 차이를 좁히는 것이다. 마이피픈은 실제 제품과의 괴리를 어떻게 줄이고 있나.
우리는 절대 그래픽을 합성하지 않는다. 창업 초기부터 온라인의 기대감이 실물의 실망감으로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화려한 화보에서도 그래픽만큼은 ‘보이는 그대로’라는 신뢰를 주는 것. 그 정직한 설득력이 마이피픈의 강력한 무기다.
일명 ‘굽굽 렌즈’로 불리는 ‘코비’가 트렌드재킹으로 터졌다. 트렌드에 대한 시의성과 순발력이 남다른 것 같은데.
매일 잠들기 전 2시간씩 트렌드를 탐구한다. 틱톡, 도우인 속 인플루언서 콘텐츠, 명품 브랜드 캠페인과 아마존의 신생 브랜드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렵한다. 특정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추구미’를 아우를 수 있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젠지가 열광하는 메이크업 트렌드를 분석해 디자인 힌트를 얻는다.
디자인이 화려한 렌즈에는 착용감이 불편하다는 편견이 따라붙는다. 심미성과 기능성 사이에서 충돌은 없었을까?
디자이너로서 욕심이 나더라도 착용감은 타협할 수 없는 1순위다. 다행히 한국의 렌즈 제조 공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Made in Korea’는 업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품질 보증 수표와 같다. 이 탄탄한 기술력 덕분에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하면서도 편안한 착용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뷰티 브랜드를 넘어 웹툰, 패션 등 이색 협업이 돋보인다. 심지어 경쟁사와도 협업했는데, 마이피픈만의 파트너 선정 기준이 있나?
뻔한 것은 재미없다. 협업의 기준은 언제나 ‘신선함’과 ‘새로움’이다. 뷰티 브랜드와의 전형적인 만남보다 캐릭터, 패션, 웹툰 등 렌즈의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호한다. 최근에는 물성을 넘어 공간, 시간, 웰니스 등 삶의 가치를 높이는 분야와의 협업도 구상 중이다.
마이피픈을 착용한다는 걸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지금 가장 동시대적인 뷰티를 마주하는 것’이라 답하고 싶다. 우리는 트렌드 최전선에 서기 위해 나아가는 트렌드세터로 남고 싶다. 우리 팀원은 “마이피픈을 착용하는 건 ‘판타지 추구미’를 입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렌즈를 착용하는 행위 자체가 현실에 상상하던 이미지를 덧입히는 판타지적 경험이라는 해석에 깊이 동의한다.
K-렌즈가 점차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지금, 마이피픈 앞에는 어떤 수식어가 더해지면 좋을까?
컬러 렌즈 업계의 ‘헤드라인’이다. 글 속에서 단번에 눈길을 끄는 헤드라인처럼,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하이라이트 같은 브랜드로 남고 싶다. 더불어 한국어 ‘참’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이고 싶다. 렌즈에 진심인 ‘참된 브랜드’ ‘진짜 브랜드’로 기억되는 것이 목표다.
곧 오프라인에서도 마이피픈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다.
올해 2분기, 홍대 인근에 첫 오프라인 스토어를 연다. 마이피픈의 감성을 오감으로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단순히 렌즈를 판매하는 일반 매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렌즈 외에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다양한 아이템도 선보일 예정이다. 들어오는 순간부터 ‘역시 마이피픈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위트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Hapa Kristin
김민숙 브랜드실 실장 | 천의 얼굴을 가진 페르소나 ‘크리스틴’이 제안하는 새로운 ‘나’의 자신감.
‘크리스틴’이라는 가상의 페르소나 설정은 렌즈 업계에서 전례 없는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렌즈를 단순한 시력 교정 도구가 아니라 브랜드가 새로운 무드를 제안하는 매개로 삼고 싶었다. ‘크리스틴’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녀의 이름이다. 이는 특정 인물을 지칭한다기보다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다양한 취향과 무드를 상징한다. 우리는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서고 싶지 않나. 제품마다 다른 무드와 성격을 부여해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에 투영하도록 설정했다. 초기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이 방향을 확신하게 됐다.
렌즈 패키지에 그려진 제각기 다른 모습의 크리스틴에서 브랜드 특유의 위트를 느꼈다.
제품명과 디자인이 1차원적으로 연결되기보다, 엉뚱함을 섞어 소비자가 그 안에 숨은 상황과 스토리를 유추하고 상상하는 재미를 느끼길 바랐다. 예를 들어 ‘퍼스트 러브 크리스틴’은, 단순히 ‘첫사랑’ 하면 떠오르는 몽글몽글함만 담고 싶지 않았다. 첫사랑은 때로는 쓰고 아프기도 하지 않나. 굿즈로 나온 텀블러 이름을 ‘티어 차징 컵(Tear Charging Cup)’으로 지은 것도, “눈물이 마르면 안 되니 물을 마셔라”라는 엉뚱한 메시지를 던지는 식이다.
‘장원영 렌즈’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뮤즈와의 시너지가 컸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특정 모델 이미지가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고민도 했을 텐데.
원영 님은 최고의 뮤즈이자 확성기 역할을 해준 고마운 모델이다. 하지만 브랜드가 모델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그래서 초기 ‘원앤온리 크리스틴’ 캠페인 이후로는 철저히 제품 기획을 선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원영 님이 끼면 예쁘겠다’가 아니라 ‘고양이 같은 렌즈를 만들자’는 기획이 먼저고, 그 콘셉트에 뮤즈를 대입하는 거다. 그렇게 브랜드 고유 색깔인 ‘하파스러움’을 지켜가고 있다.
‘빈 크리스틴’과 ‘돌리 크리스틴’ 등 베스트셀러마다 개발 의도가 명확하다. 그중 4톤 렌즈인 ‘돌리 크리스틴’은 개발 과정이 특히 험난했다고 들었다.
‘돌리 크리스틴’은 샘플링만 20번 넘게 거쳤다. 4가지 컬러를 레이어링해야 했는데, 자칫하면 인위적이거나 소위 ‘파충류 눈’처럼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려하지만 내 눈동자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발색을 잡기 위해 베이스 컬러부터 수없이 수정했다. 반면 ‘빈 크리스틴’은 데일리 렌즈지만, 시장에 널린 흔한 디자인을 피하기 위해 섬세한 하이라이트를 넣어 눈동자가 초롱초롱해 보이게 차별화했다. 우리의 철학은 ‘화려해도 데일리하게, 데일리해도 유니크하게’니까.
신제품 출시 주기가 SPA 브랜드 수준으로 빠르다. 이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퀄리티를 잃지 않는 비결은 무엇인가?
R&D 팀의 목표는 명확하다. 트렌드를 좇지 말고 트렌드를 만드는 거다. 단순히 시장에서 유행하는 걸 모방한다면 아무리 공들여 개발한 신제품이라도 시간 낭비라고 본다. ‘하파크리스틴’이라는 이름으로 내기에 부끄럽거나 새롭지 않다면 출시 직전에 드롭시키기도 한다.
뻔하지 않은 오프라인 스토어가 하파크리스틴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느낌도 있다.
소비자가 매장까지 찾아오는 수고를 하려면, 특별한 장치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투명 포토카드’다. 렌즈 그래픽이 인쇄된 투명 카드를 눈에 대보며 간접적으로 착용 느낌을 확인하는 도구로, 소비자가 렌즈 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체험 자체가 매장에서 경험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온라인 콘텐츠를 오프라인에서도 즐기도록 해 매장을 방문할 더 많은 이유를 만들고자 했다.
K-렌즈 열풍의 주역으로서, 하파크리스틴이 생각하는 ‘한국 렌즈 디자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미국에서 체감한 건 K-뷰티가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미친 속도’를 동시에 가진 유일한 카테고리라는 거다. 미국 바이어는 한국 제품의 디테일과 트렌드 반영 속도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렌즈는 의료기기라 진입 장벽이 높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 하파크리스틴도 단순한 렌즈 브랜드를 넘어 K-뷰티의 문화를 향유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
하파크리스틴을 착용하는 게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길 바라나?
개인적으로 렌즈는 ‘속옷’과 같다고 생각한다. 뷰티란 남에게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기만족에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렌즈는 아주 작은 영역이라 남들은 그 미묘한 차이를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알지 않나. 예쁘고 편한 속옷을 입었을 때처럼, 착용한 나 스스로가 기분 좋고 자신감이 생기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 단순히 “예뻐지게 해줄게요”라고 말하기보다 소비자가 스스로를 더 좋아하게 만들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 정형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크리스틴’처럼 각자의 취향과 무드를 존중하는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란다.
- 포토그래퍼
- 최문혁
- 모델
- 수아
-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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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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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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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세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