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베이컨은 책을 세 부류로 나누었다. 맛만 볼 책, 통째로 삼켜야 할 책, 꼭꼭 씹어서 소화해야 할 책. 이 책은 과연 어디에 속할까? 펼쳐 봐야 안다.

<산토끼 키우기>
영국의 정치·외교 전문가가 팬데믹 기간 중 시골집에서 우연히 야생 산토끼 새끼를 키우게 된다. ‘산토끼(Hare)’는 ‘토끼(Rabbit)’와 달리 인류가 길들이지 못한 동물이다. 작가는 이 산토끼를 성체가 될 때까지 키워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어떻게 야생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를 돌볼 수 있을까? 결국 공존에 대한 고민이다. 클로이 달튼 지음, 바람북스

<안녕 긴 잠이여>
하라 료가 2023년 세상을 떠나며, 도쿄 신주쿠의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도, 탐정 사와자키의 여정도 막을 내렸다. 기존 작품을 아껴 읽어야 할 독자를 위해 대표작 <안녕 긴 잠이여>가 새롭게 출간됐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계보를 잇는 동시에 레이먼드 챈들러와 필립 말로의 광팬이었던 작가는 제목에서도 두 작가를 오마주했다. 하라 료 지음, 비채

<후리>
알제리 작가 카멜 다우드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2024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다. 알제리에서 헌법으로조차 언급이 금지된 알제리 내전, 이른바 ‘검은 10년’을 정면으로 다루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알제리 작가 최초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이 책은 정작 고국에서는 금서가 되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비극이 문학의 언어를 타고 도착했다. 카멜 다우드 지음, 민음사

<제인 오스틴의 책장>
제인 오스틴은 어떤 문학을 읽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을까? 이 책은 희귀책 수집가인 저자가, 어쩌면 제인 오스틴이 될 뻔한 숨은 여성 작가 8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이야기다. <에블리나>로 당대를 풍미한 프랜시스 버니, 편지 곳곳에서 발견되는 마리아 에지워스까지. 이들은 왜 사라져야만 했는지, 그 흔적을 따라간다. 리베카 롬니 지음, 휴머니스트

<밤은 부드러워, 마셔: 어나더 라운드>
미식가이자 애주가로 유명한 한은형 작가가 밤의 기운을 빌려 좋은 음식과 영화, 글과 함께 마시는 이야기다. 루쉰의 단편에서 콩과 사오싱주가 나오면 참지 못하고 콩을 조리는 식이다. 술을 마실 이유는 차고 넘치고, 먹고 싶은 것도 많다. 책에서 온통 기분 좋은 술 냄새가 풍겨오는 듯하다. 한은형 지음, 을유문화사

<내 영혼의 델리카트슨>
<뉴욕타임스> 서평가 드와이트 가너는 부제 ‘먹기, 읽기, 먹기에 관해 읽기, 그리고 먹으면서 읽기에 대하여’처럼 늘 음식과 문학을 탐닉하는 사람이다. 아침, 점심, 장보기, 음주, 저녁이라는 5장으로 나눠, 하루 종일 우리가, 또 남이 무엇을 먹는지를 이야기한다. 먹으면서도 먹는 얘기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드와이트 가너 지음, 오월의봄

<기억의 순간들>
어느덧 중년이 된 주인공은 책에서 25년 전 남친의 메시지를 발견한다. 한때는 삶의 전부처럼 뜨거웠던 연인, 영원할 줄 알았던 친구, 그리고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엄마까지. 세월의 흐름 속에 마모되고 변해버린 관계를 반추하며, 그는 깨닫는다. 결국 인생이란 수많은 관계가 엮여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무늬였음을. 이아 옌베리 지음, 문학동네
- 포토그래퍼
- 서종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