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는 담백한 ‘애니멀’ 패션이 뜰 예정
이번 봄, 익숙한 애니멀 패턴이 야생 대신 도시를 닮은 얼굴로 돌아온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돌아오는 애니멀 패턴이지만, 2026년 봄의 인상은 유난히 차분하다. 과거의 애니멀 패턴이 공격적인 포효와 리얼한 질감으로 힘을 과시했다면, 이번 시즌은 정돈된 선과 치밀한 컬러 작업, 그리고 담백한 스타일링으로 존재감을 조절한다. 마치 폴카 도트나 스트라이프를 대신하듯 하나의 그래픽 언어로서 작동하는 것. 이런 변화는 계절감과도 맞닿아 있다.
겨울의 애니멀 패턴이 퍼나 헤비한 울, 가죽 위에서 볼륨감을 강조했다면, 봄의 애니멀은 시폰, 실크, 얇은 니트처럼 가벼운 소재 위에서 피어난다. 무게감을 덜어낸 덕분에 패턴 사이에는 움직임과 여백이 생겼다. 몸을 덮고 보호하던 겨울의 방식에서 벗어나 은근히 드러내되 과장하지 않는 투명한 매력을 보여준다.
스타일링의 문법도 달라졌다. 룩의 중심에서 시선을 독점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데님과 화이트 셔츠, 미니멀한 니트와 섞이며 강도를 조절한다. 단정한 일상복 사이에 스며든 애니멀 패턴은 야생의 전유물이 아닌, 도시적인 일상 속에서 선택한 세련된 요소로 읽힌다.
이번 시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브라 패턴이다. 강렬한 흑백 대비와 힘 있는 선 덕분에 본능적으로 도시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케이트는 지브라 스커트를 직선적인 실루엣으로 풀어내며 리듬감을 구조화했고, 디아티코는 날렵한 톱과 매치해 그래픽적인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MSGM 역시 이를 전형적인 장식이 아닌, 하나의 시각적 장치로 다루며 스트라이프처럼 활용한다. 스네이크 패턴도 한층 차갑고 고급스러워졌다. 특유의 질감과 은은한 광택만으로도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페라가모는 패턴을 과시하기보다는 미니멀한 실루엣에 얹어 소재 자체의 긴장감을 살렸고, 루이 비통은 웜톤 컬러를 매치해 조용한 관능미를 이끌어냈다. 반면 엘리 사브는 부드러운 드레이프와 스네이크 패턴을 결합해 차가움 속에서도 절제된 우아함을 유지한다.
카우 패턴은 이번 시즌 톤 조절의 핵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흑백의 대비는 분명하지만 인상이 강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이를 구조적인 아이템에 적용해 안정감을 더했고, 브랜든 맥스웰은 미니멀한 스타일링을 통해 패턴 특유의 여백을 강조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무드를 자아내는 것이 이 패턴의 묘미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시즌의 모든 애니멀 패턴이 단독으로 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니나 리치는 레오퍼드와 도트의 경계를 흐리며 새로운 리듬을 연출했고, 엘리 사브와 루이 비통은 액세서리와의 컬러 매칭을 통해 시선을 분산시킨다. 애니멀은 이제 룩의 주인공이 아니라 전체의 균형을 조율하는 세련된 요소로 기능한다. 결국, 2026년 봄의 애니멀 패턴은 더 이상 야생을 흉내 내지 않는다. 도시의 속도와 온도에 맞춰 정제되고, 그래픽처럼 치밀하게 배치될 뿐이다. 차분하고 계산된 인상, 포효를 멈춘 애니멀 패턴은 그래서 더 오래도록 잔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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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COURTESY OF GORUNWAY
- 아트 디자이너
- 이청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