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패션 킥은 쿨한 ‘스커트 셋업’
스커트 셋업은 단정함이라는 오래된 형식을 다시 꺼내 든다. 오늘의 리듬에 맞게, 조금 느슨하게.

새해가 되면 옷장은 조용해진다. 무엇을 추가할지보다 무엇을 정리할지가 먼저 떠오른다. 나다움을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지만, 과하게 힘주고 싶지는 않은 마음. 2025년 런웨이가 제안한 답은 의외로 익숙한 형식인 스커트 셋업이었다. 다만 이번 시즌의 셋업은 단순히 돌아왔다기보다는 다시 쓰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스커트 셋업은 본래 질서의 옷이다. 동시에 그 질서는 늘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1920년대, 코코 샤넬이 재킷과 스커트를 여성에게 입혔을 때도 그랬다. 몸을 조이던 규칙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었고, 움직임을 허락하는 옷이었다. 단정함은 더 이상 얌전함의 다른 말이 아니었다. 그저 실용적이고, 편안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을 뿐이다. 1963년, 재키 케네디의 핑크 트위드 셋업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기억된다. 비극적인 순간에 기록된 이 옷은 과하지 않은 재단, 흔들리지 않는 실루엣으로 설명 없이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커트 셋업은 이때부터 한 사람의 태도를 드러내는 장치처럼 읽히기 시작했다.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1970~80년대에 이르면 셋업은 자연스럽게 권력의 옷이 된다. 반복되는 형태와 일정한 길이, 장식 없는 실루엣은 신뢰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셋업은 이 시기를 거치며 ‘단정함은 곧 신뢰’라는 인상을 확고히 하게 된다. 지금, 다시 스커트 셋업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 연장선에 있다. 현대의 여성은 하나의 역할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과 일상, 책임과 여유로움, 단단함과 유연함을 오가며 하루를 보낸다. 셋업은 이런 복잡함을 정리하려 하기보다 기본 틀은 유지한 채 내부의 분위기를 변화시킨다. 색과 질감, 길이, 볼륨으로 개인의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는 이런 변화가 분명히 감지됐다. 미우미우는 다소 거친 울 텍스처와 레트로한 버튼으로 완벽하지 않은 단정함을 표현했다. 다리지 않은 선과 일상적인 느낌이 남은 재킷과 스커트는 정돈되었으면서도, 경직되지 않은 태도를 드러낸다. 펜디는 구조적인 실루엣은 유지하되 레몬 컬러를 활용해 분위기를 환기했다. 익숙한 셋업 위에 가볍게 얹은 색이 전체적인 인상을 새롭게 바꾼 것이다.
샤넬은 크림 화이트 트위드 셋업에 시폰 케이프를 더해 한층 부드러운 이미지를 창조했으며, 구찌는 베이비 핑크 PVC 셋업이 지닌 무게감을 경쾌하게 들어 올렸다. 루이 비통과 에트로는 패턴과 텍스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셋업을 감정적인 표현의 수단으로 다뤘다. 스커트의 길이 역시 선택의 영역이 되었다. 미니 길이는 활기를, 무릎 아래 길이는 안정감을 더해준다.
셋업은 구조가 분명한 만큼 이런 작은 차이가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이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캐롤린 베셋 케네디가 떠오른다. 그가 즐겨 입던 미니멀한 스커트 셋업은 과시 없는 단정함이 얼마나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장식은 최소화했음에도, 실루엣과 소재의 선택만으로 충분히 선명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시즌의 스커트 셋업은 단정함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지나치게 날카롭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숨기지도 않으며, 갖추었지만 고정되지 않은 상태. 과거의 형식을 빌려 오늘의 리듬에 맞게 입는 방식이다. 스커트 셋업은 여전히 질서를 상징하는 옷이지만, 이제 그 질서는 훨씬 더 개인적인 영역이 되었다.
- 사진 출처
- COURTESY OF GORUN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