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Y2K쌀롱⑫ 드디어 천송이가 예능을? 알고 보면 개그캐인 ‘전지현’의 과거 소환

2025.11.17김가혜

전지현전지현

1997년부터 2025년까지, 우리가 여전히 전지현을 사랑하는 이유.

2025, 전지현과 자매들

업로드 10일만에 조회수 330만.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 출연한 전지현을 봤다.

프런트로에 앉은 듯 루이비통 베니티백을 무릎 위에 올린 채 우아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한 전지현. 하지만 자매로 설정된 홍진경, 장영란, 이지혜의 살신성인 입담에 숱하게 옆으로 쓰러지며 끅끅끅끅 웃음소리를 냈다.

1997, 전지현과 왕지현

전지현
온라인커뮤니티

지인 따라 갔다가 연예인 된 이야기. 평범하게 살래야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얼굴 천재들의 데뷔 클리셰다. 전지현 역시 마찬가지. 모델이던 “아는 언니 촬영장에 갔다가 잡지 표지 모델로 데뷔”했다.

그 표지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당시 커버 크레딧을 잘라 다이어리에 붙인 기억이 있다. 아니다, 사실은 좋아하던 남학생에게 줄 일기장에 붙였다(80년대 생들은 왜들 그렇게 일기로 마음을 전했을까?) “이 모델 예쁘지? 이름이 왕지현이래” 썼던 기억이 난다.

2000, 전지현과 god(feat. 재민이)

작품 홍보기간도 아닌 시기에 홍진경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처음으로 유튜브 예능에 출연한 전지현. 두 사람의 인연은 ‘천송이’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에서 시작됐다. 기억나니? “천송이가 랩을 한다 쏭쏭쏭!” 놀랍게도 <무한도전> 애청자였던 전지현의 애드리브였다.

그의 마지막 예능 출연은 2000년 <god의 육아일기>. 당시 영상을 보면 ‘와썹맨’ 박준형은 전지현을 “싫어, 싫어”라고 부른다. 이게 무슨 인사냐고?

스무 살 전지현은 당시 ‘같은 회사 오빠들’ 지오디의 3집 타이틀곡 ‘거짓말’에서 헤어지자는 남자에게 “싫어! 싫어!”라고 절규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박준형은 박진영의 전지현 차별을 고발한 바 있다. 발음과 감정 디렉팅으로 한 소절 녹음하는 데 한 오백 년 걸리기로 유명한 JYP가 전지현의 “싫어, 싫어”는 단번에 오케이 했다나?

전지현의 1999년 ‘셀프카메라’(<박상원의 아름다운 TV 얼굴>)에도 등장하는 지오디 오빠들. 서점에서 <꽃보다 남자> 해적판 <오렌지보이>를 찾고, 신문선의 “골이에요 골!” 성대모사를 하는 고 3 전지현은 데니와 윤계상에게 스티커 사진 잘 찍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2001, 전지현과 차태현

전지현
인스타그램@netflixkr

전지현의 리즈 시절 짤로 통하는 전설의 ‘배라’ 알바생 사진. 드라마 <해피투게더>(1999)에서 오남매의 막내 ‘서윤주’를 연기하던 모습이다. 아이스크림을 푸려면 전완근 힘이 중요하건만, 전지현처럼 핑크색 모자가 잘 어울려야 배라 알바생이 될 수 있었다.

‘서태풍’ 오빠 이병헌의 도너츠 먹방으로도 회자되지만, 전지현이 일하는 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 매장을 그 누구보다 뻔질나게 드나든 건 ‘하신엽’ 역의 차태현.

두 사람은 2년 후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와 ‘견우’로 재회했다. 긴 생머리의 청순한 ‘그녀’가 음주 구토로 무고한 시민의 가발을 벗기는(!) 만행을 보고 정이 뚝 떨어진 ‘견우’. 하지만 차마 만취한 사람을 부평역 플랫폼에 버리고 갈 수 없었기에 그날부터 ‘엽기적인 그녀’와 지독하게 얽히고 만다.

원작 인터넷 소설의 감성을 담아 이모티콘을 넣어야만 감정 전달이 되던 시절의 연애질. 보고 있으면 이렇게 ^——————–^ 웃게 되는 영화.

명장면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황순원의 <소나기> 패러디 장면을 좋아한다. 둘의 추억이 담긴 옷을 함께 묻어 달라 했다는 소녀의 유언을 듣고 소년이 몰래 우는 <소나기>의 애틋한 엔딩을, 엽기적인 그녀는 업어준 남자애를 같이 묻어달라는 ‘순장 엔딩’으로 바꿨다. 웬즈데이보다 한 수 위, 달콤살벌한 K언니의 매력이 넘친다.

전지현
<엽기적인 그녀>(2001) 스틸

<엽기적인 그녀>는 전지현 신드롬을 일으켰다. 청순한 외형과 그렇지 않은 성격의 조합은 모두가 ‘그녀’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지금이야 단발병, 커트병, 히피펌 유발자가 많지만 그 시절엔 긴 생머리에 “엘라스틴 했어요”가 우리들의 책무였다. 전지현도 저렇게 열심히 유지 관리하는데, 어디 감히 자르고 볶고 부스스해?

2025, 전지현과 테크노댄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 시절 노래가 있다. ‘겟업~!’으로 시작하는 스트레치 앤 번(Stretch & Vern)의 ‘Get Up! Go Insane!’도 그렇다.

1999년이었다. 흰색과 검정색 버전의 가죽 톱과 레깅스 차림으로 테크노 댄스를 추던 전지현. 류시원에게 “저 이번에 내려요”라던 음대생에게 2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캔커피 여신과 배라 여신에 이어, 전지현은 세기말 테크노 여신이 되었다.

격렬한 테크노 댄스 끝에 나온 광고 상품은 “컬러가 숨쉬는” 잉크젯 프린터. Y2K 콘셉트로 기획된 <2022 가요대축제> 티저 영상에서 장원영이 패러디 한 그 광고다. 재미있는 건 올해 <금쪽 같은 내 스타>에서 20대 ‘임세라’ 역의 (장원영 친언니) 장다아 역시 그 댄스를 추었다는 사실.

돌고 돌아 Y2K. 돌고 돌아 다시 전지현이다.

전지현
<도둑들>(2012) 촬영장 스케치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