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견디며 세월을 덧입은 지속 가능한 아우터가 쌀쌀한 날씨를 마주하는 때. 변화하는 환경과 인체 그리고 실용성을 체계적으로 설계한 질 좋은 아우터 한 벌을 잘 고르고, 기나긴 시간 대물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속 가능한 선택이다.

TECHNICAL NYLON
화약 제조업체였던 듀폰 연구소는 1930년대 합성섬유 나일론을 개발해 낙하산과 텐트를 만드는 업체에 납품했다. 가볍고 질기며 건조가 빠를뿐더러 가는 셸이 공기를 머금어 근사한 볼륨을 만들기에 곧 패션계의 신소재로 주목을 받았다. 1960년대 영국 스트리트의 멋쟁이는 슈트를 보호하려고 나일론 점퍼를 애용했고, 1984년 미우치아 프라다가 나일론 소재를 럭셔리 세계로 들여오면서 또 다른 판로를 개척하게 된다. 특히 오늘날엔 폐어망을 원료로 개발한 리-나일론의 상용화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테크 테일러링 룩이 각광받고 있다. 한편 몽클레르는 동시대 가장 창의적인 디자이너와 협업해 예기치 못한 스타일을 끝없이 창조 중, 매트한 감촉과 스포티한 뉘앙스로 완성되는 나일론 점퍼의 변신은 끝이 없다.


VARIETY CAMEL
귀한 낙타털로 만든 아우터에서 기원했지만, 현대에 이르러 울이나 캐시미어에 따뜻한 색을 입혀 본래의 포근한 텍스처를 구현한 캐멀 코트는 지적인 품격을 대변한다. 몸 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과 래글런 숄더,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기장의 단순한 형태 속에는 철저하게 계산한 테일러링이 숨어 있다. 특히 1981년 기성복의 쿠튀르화를 목표로 탄생한 막스마라 ‘101801’ 캐멀 코트는 맞춤복 같은 완벽한 재단으로, 40여 년 동안 패턴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2025 F/W 시즌 막스마라는 가죽 벨트를 휘감아 허리를 잘록하게 조인 코트 연출법을 제안했다. 거리를 나설 때 이 극적인 스타일링을 활용해본다면 클래식한 아우터에 신선한 변주를 꾀할 수도 있을 듯.


MODERN PRINCESS
파리 오트쿠튀르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찰스 프레드릭 워스는 19세기 후반, 허리 절개를 최소화하고 몸의 옆 선이 어깨부터 밑단까지 길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프린세스 라인을 선보였다. 이 로맨틱한 실루엣에 18세기 남성 승마 코트인 르댕고트의 라펠, 칼라 등의 요소를 접목한 것이 오늘날의 프린세스 코트. 모나코 왕비의 자리에 오른 그레이스 켈리가 즐겨 착용한 벨 라인 코트,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정치적 우아함으로 승격시킨 품위 있는 ‘재키 룩’까지. 한 벌의 옷에 드레스를 입은 듯 완벽한 우아함이 깃들어 있다. 구찌로 이적한 뎀나 바잘리아가 하우스의 뿌리를 되짚으며 선보인 ‘라 파밀리아’ 컬렉션에도 어김없이 프린세스 코트가 등장했으니, 한겨울의 레이디라이크 룩을 완성하기에 손색없다.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GORUNWAY
- 사진 출처
- GETTY IMAGE
- 아트 디자이너
- 임정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