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유산을 해체하고,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쌓아 올리는 디자이너들. 지금, 패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LOEWE by JACK MCCOLLOUGH & LAZARO HERNANDEZ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가 이끄는 로에베는 이번 시즌, ‘창의성’을 공예의 본질로 정의했다. 그들에게 창의력은 단순한 미적 행위가 아니라 스페인적 정체성과 세계적 감각을 잇는 유일한 해답이다. 재료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실험하고, 과정을 드러내며, 결함조차 미학으로 전환하는 태도. 그것이 곧 로에베가 말하는 ‘유일한 해답으로서의 창의성’이다.
컬렉션은 선명한 시선으로 시작한다. 잉크가 막 흩뿌려진 듯한 색채가 유희처럼 이어지고, 형태는 단정하면서도 재기 발랄하다. 파카와 아노락, 탱크톱은 스포츠웨어의 자유로움을 품고, 폴로 셔츠와 5포켓 진, 보머 재킷, 미니드레스는 직관적 라인으로 구조적 리듬을 만든다. 모든 중심에는 가죽이 있다. 로에베의 장인이 다루는 가죽은 더 이상 단일한 재료가 아니다. 절단, 가공, 몰딩을 통해 조각처럼 빚어지고, 데님처럼 보이는 팬츠는 미세한 레더 조각을 레이저 커팅해 만든 섬세한 페더 텍스처로 완성됐다. 솔기를 감춘 몰드 기법의 아이템은 몸의 에너지와 움직임을 조형적으로 바꾼 오브제처럼 존재한다. 이처럼 잭과 라자로가 구현한 창의성은 명료하고 관능적이며, 동시에 따뜻한 유머를 지닌 손끝의 상상력이다.


BALENCIAGA by PIERPAOLO PICCIOLI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첫 번째 발렌시아가 컬렉션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남긴 구조적 미학을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린 작업이었다. 파리의 살롱을 재현한 쇼장은 향수 ‘게타리아’의 향기로 채워졌고, 보이지 않는 향은 공간을 감싸며 하우스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로 작용했다.
이번 컬렉션의 중심은 형태와 구조다. 모든 실루엣은 정밀한 재단과 균형 잡힌 비율에서 출발했고, 마감의 섬세함은 인간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니트웨어는 아카이브 원단을 새롭게 해석했고, 하우스의 상징인 가자르(Gazar)는 현대적 방식으로 다시 구현되었다. 이번 시즌, 피치올리는 그 가자르를 한층 가볍고 유연한 구조로 재탄생시켰다. 꽃과 깃털 자수는 동일한 소재로 제작해 장식이 아닌 구조의 일부로 작동했고, 재단의 힘으로 옷이 스스로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그의 손길을 거친 발렌시아가는 절제 속에서 깊이를 더한 우아함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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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GORUNWAY
- 사진 출처
- GETTY IMAGE, INSTAGRAM(JEAN PAUL GAULTIER, MASION MARGIELA, VERSA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