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유산을 해체하고,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쌓아 올리는 디자이너들. 지금, 패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MAISON MARGIELA by GLENN MARTENS
글렌 마틴스의 메종 마르지엘라 쇼는 7~15세의 61명으로 구성된 어린이 오케스트라의 불협화음 연주로 시작되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차이콥스키, 모차르트의 명곡이 고사리손에서 다소 거칠게 흘러나오며 런웨이의 첫 장면이 펼쳐졌다. 해체된 턱시도 베스트를 중심으로 전개된 테일러링은 둥글게 조절된 어깨, 낮게 떨어진 크로치, 블라우스 블랑슈를 닮은 타이 디테일을 통해 익숙한 포멀함에 낯선 긴장을 더했다.
가죽, 울, 데님을 함께 사용한 구조는 하우스의 역사적 코드와 현대적 기능성을 잇는 장치로 작용했다. 그는 슬립 드레스를 이번 시즌 핵심 아이템으로 활용했다. 아우터로 재해석한 롱 슬립, 슈트를 덮는 라이닝 셔츠와 팬츠, 즉흥적으로 테이핑한 실루엣이 등장했다. 16세기 플로럴 벽지의 질감을 옮긴 프린트, 업사이클링 주얼리와 레인웨어, 실크 스카프와 턱시도 셔츠가 융합된 새로운 이브닝웨어까지. 특히 포 스티치(Four Stitch) 마우스피스의 착용은 모든 모델의 표정을 비슷하게 만들어, 메종 마르지엘라가 꾸준히 탐구해온 변형과 익명성의 미학,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VERSACE by DARIO VITALE
밀란의 피나코테카 암브로시아나. 르네상스의 숨결이 깃든 공간 위로 베르사체의 심장이 다시 뛰었다. 대리석 복도를 가로지르는 실루엣은 회화 속 인물이 현실로 걸어 나온 듯했고, 관능과 절제, 신성과 쾌락이 한 장면에 포개졌다. 그곳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베르사체라는 이름의 기억과 욕망이 교차하는 성전이었다.
다리오 비탈레는 이번 시즌, 하우스의 근원을 되짚었다. 지아니 베르사체의 편지와 기록물 속에서 길어 올린 영감으로, 그는 옷을 감정의 언어이자 존재의 표현으로 확장했다. 이번 컬렉션은 대조와 충돌의 미학으로 요약된다. 실크와 가죽, 데님과 금속, 시스루와 프린트가 만나 낯선 조화를 이루고, 전통 이탈리아적 우아함 속에서 원초적 에너지가 숨 쉰다. 블루종 위로 겹겹이 쌓인 니트와 셔츠, 패치 가죽과 금속 장식이 에너제틱한 리듬을 구현했고, 드러난 피부와 질감의 마찰은 강렬한 관능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움직임이었다. 자연스러운 드레이프가 몸의 리듬을 따라 유기적으로 흐르던 룩. 이번 컬렉션은 베르사체의 본질을 새 시대의 감각으로 번역한 선언이다. 자유롭고 대담하며, 위험할 만큼 아름다운, 베르사체의 본능이 다시 깨어난 순간이었다.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GORUNWAY
- 사진 출처
- GETTY IMAGE, INSTAGRAM(JEAN PAUL GAULTIER, MASION MARGIELA, VERSA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