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에 삶이 크게 달라졌죠? 2년 전만 해도 세상은 차강윤이라는 배우를 몰랐는데요.
엄청 달라졌죠. 지금도 사실 많이 모르신다고 생각하지만, 1년 새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지금 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정말 간절하게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더더욱 허투루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작품에서는 다양한 나이대를 연기하지만, 실제로는 스물두 살입니다.
맞아요. 2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휴학 중이에요. 연기하는 제 친구들도 학교를 다니거나, 알바를 하면서 연기하거나 해요.
배우를 꿈꾸던 학생을 벗어나 프로의 사회에 들어오니 어때요?
첫 작품부터 느낀 게 많아요. 분장팀, 헤어팀, 미술팀, 소품팀 다 한 작품을 위해서 6~7개월을 고생해요. 본인의 위치에서 책임감을 갖고 하시죠. 모두가 프로라고 느꼈어요. 그게 진짜 멋있는 것 같아요. 제가 특별한 게 아니에요. 안 보이는 곳에서 움직이는 분들이 있으니 제가 잠깐 그렇게 되는 거죠.
첫 작품인 <졸업> 얘기를 해보자면, 전교 1등 학생 역할인 ‘시우’는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오디션이 정말 치열했다던데요?
오디션 현장에서 대본을 주셔서 한 타임당 서너 명씩 들어갔어요. 현장 대본이 정말 두꺼웠어요. 안판석 감독님이 “읽어봐라” 하시는 대로 읽었죠. 여자 역할도 읽고 남자 역할도 읽어보고요. 그러다 ‘시우’를 읽어보라 시키셨는데 감독님이 그래도 괜찮게 보셨나 봐요. 연기를 너무 하고 싶어서 보조 출연을 신청해서 현장에 가곤 했거든요. 뭘 모르니까 뭐라도 경험해봐야겠다 싶어 엄청 돌아다니기만 했지, 그런 상업 오디션은 처음이었어요. 너무 감사하게 시작한 것 같아요.
오디션에 합격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여쭤본 적 있어요?
감독님이 좋게 봐줄 만한 뭔가를 내가 가지고 있나?(웃음) 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 긴장하고 있었거든요. 감독님이랑 사석에서 몇 번 뵈었는데, 제가 가진 것을 높이 봐주신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제 자존감 지킴이셨어요. 너무 감사하죠.
그리고 안판석 감독의 다음 작품인 <협상의 기술>에서는 한층 비중 있는 역할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감독님 현장에선 배운 것밖에 없었어요. 언젠가 연출도 하고 싶은데, 감독님 영향으로 꿈이 더 구체화되었어요. 연기자가 연출도 하려면 다양하게 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작품을 만드는 건 정말 값진 거죠. 그런 즐거움을 알게 해주셨어요.
데뷔 후 1년여 만에 벌써 다섯 개의 작품으로 만났어요. 올해만 네 작품이 공개되죠. <언젠가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견우와 선녀> <협상의 기술>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까지. 대단한데요?
그래서 감독님께 감사함이 있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런 거 필요 없고 연기 열심히 하고 잘하라”고. 그게 또 저한테는 자극이 되거든요. 제 주변엔 감사하게도 항상 자극을 주는 분들이 계셔서 제가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자극받을 사람을 항상 찾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왜냐하면 사람마다 갖고 있는 게 다르니까요. 다 흡수하고 싶어요. 그래서 후배가 생기거나 할 때 제가 도와주고 챙겨줄 수 있는 단계가 된다면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이 업계의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현장을 만들고 싶은 게 제 목표 중 하나입니다.(웃음)
지금은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짧은 휴식기라면서요?
러닝을 엄청 좋아하게 됐어요. 원래 좀 활동적이거든요. 몸 쓰는 걸 좋아해서 클라이밍, 농구도 좀 했고요. 러닝은 저한테는 또 도전이라서 자주 해요.
언제 어디 가면 뛰고 있는 차강윤을 만날 수 있어요?
시간은 매일 달라요 중랑천도 뛰고, 한남대교, 반포대교, 잠수교를 한 바퀴 돌기도 하고 너무 재밌더라고요. 무조건 채우는 건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오늘 화보 콘셉트는 아침 루틴이죠. 하루를 어떻게 시작해요?
폰 잠깐 했다가 노래 듣고, PT 샘한테 연락해서 헬스장 예약해요. 다음 작품은 몸이 너무 커지면 안 되고 체지방 관리만 조금 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독립한 지 8개월쯤 됐어요. 새벽에 들어올 때가 많아지니 부모님이 못 쉬는 것 같아서 독립했어요. 요리를 좋아해서 아침은 꼭 먹고, 파스타도 해먹곤 해요.
독립하면서 새로운 루틴도 생겼어요?
보통 월수금이 분리수거하는 날인데, 저는 수요일 날 주로 버려요.(웃음) 혼자 사니까 부모님이 참 대단하시구나 느껴요. 부모님이 항상 다 해주신 그 감사함을 이제야 깨닫는 것 같아요. 저번에 가스비가 밀려서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하하.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그냥은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요. 자동이체를 해야 하는 걸 몰랐어요.
1년 새 독립까지, 많은 걸 이뤘네요.
요즘은 그런 변화가 너무 재밌어요. 아빠가 군인이세요. 또 어디로 발령이 나실지 모르니까, 근처 계실 때 자주 뵈려고 해요. 저도 어릴 적부터 이사를 엄청 다녔어요. 친구를 사귈 법하면 이사 가고. 초등학교만 세 곳인가 네 곳인가. 그래서인지 적응력이 나쁘지 않아요.
보조 출연자도 해봤을 정도면!
그때의 기억이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제가 쉽게 배우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근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보조 출연자도 반장님 따라 들어가서, ‘와, 현장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보느라 바빴어요. 15만원 정도 받았을 때 ‘나도 연기로 돈 벌었다!’ 하는 만족감이 컸죠. 보조 출연한 작품 중 <퀸메이커>가 있는데 ‘저분이 카메라 감독님이구나’ ‘저분이 동시녹음팀 감독님이구나.’ 속으로는 ‘대박…’을 외쳤죠. 또 보조 출연자분들이 건성건성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분들 없으면 작품이 안 만들어지죠.
배우가 되기 위해 모델, 보컬, 연기 수업까지 안 해본 게 없다면서요?
그래서 자신 있어요.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이 있겠지만 부딪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저는 입시가 너무 힘들었어요. 기숙학교를 다녔는데 코로나 시절에 연기 수업을 받느라 코를 한 90번 찔렀을 거예요. 동아리실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어떤 게 가장 힘들었어요?
애들 다 자습하고 있는데 나 혼자 뭐 하고 있나. 하지만 간절하니까 뭐든 진짜 움직였죠. 워킹 연습해야 하니까 아침 먹고 걷고, 점심 먹고 걷고, 저녁 먹고 걸으면서 운동장을 돌았어요. 나중에는 학교에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고3 때 체육 선생님이 “너는 뭘 해도 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에 엄청 감동받았어요.
그렇게 간절한 꿈을 이뤄보니 어때요?
너무 행복하죠. 더 많이 경험하고 싶어요. 아직 멀었죠. 제 꿈은 꼭 오스카! 연기로 인정받은 다음에 연출을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엄청 많네요. 오스카도 가야 하고, 연출도 해야 하고.
진짜 많아요. 그게 저한테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싶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목표가 있는 사람은 열심히 하게 되고, 언젠가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요?
곧 공개될 <김 부장>에선 김 부장(류승룡 분)의 아들 수겸 역을 맡았죠. 이번엔 어떤 모습이 되나요?
아들이니까 아빠랑 닮은 모습도 있어야 하잖아요. 제게도 아빠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요. 연기할 때도 감독님께서 류승룡 선배님이 가진 걸 캐치하고, 아들로서 표현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라고 하셨어요. 선배님이 제 연기를 또 좋게 봐주셨어요. 첫 만남부터 “아들!” 이러시면서 허그 한번 해주시고.
작품의 원작이 온라인에서부터 큰 인기를 끈 이유가 있죠. 평범한 한국인의 꿈 그 자체인데요. 공감이 되었나요?
저도 가족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저도 월세 내지만 요즘 집값,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 진짜 우리 삶을 담은 작품 같아요. 제 역할인 수겸도 그렇고요. 뭔가가 되고 싶지만 아버지를 닮고 싶어 하진 않아요. 그걸 주안점으로 두고 연기했어요. 아빠를 닮되 수겸이라는 인물이 뭐가 되고 싶은지도 생각해보자. 아빠의 모습도 갖고 있지만 그걸 싫어하는, 아빠를 닮았지만 동시에 아빠를 닮지 않은. 그걸 연기해보자. 제가 해보지 않은 연기를 해보려고 했어요. 재밌는 친구예요.
수겸만의 서사도 있나요?
한나를 짝사랑하는 설정도 있어 표현할 게 많았어요.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회사를 만든 제 또래 친구도 나오고요. 해보니 코미디가 정말 매력 있는 장르 같아요.
처음 휴식기를 맞아서 내일 아침 난생처음 여행을 떠난다면서요?
뉴욕에 고모가 계세요. 거기서 묵으면서 숙소비를 아끼려고 해요. 비행기 좌석 앞자리도 10만원 정도 추가되더라고요. 미국 다녀오면 그 주에 피팅하고, 그 주에 또 리딩이 있거든요. 이번에는 또 사연이 많은 친구여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비행기 옆좌석에 앉은 분이 “혹시 연예인이세요?”라고 알아본다면?
당장 일어서서 “감사합니다” 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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