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솔’을 알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코르티솔 수치를 낮춰야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내분비내과 전문의 3명에게 들어본 코르티솔의 진실.

최근 틱톡에는 코르티솔의 부정적 영향을 설명하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매력이 줄어들까?’ ‘살이 안 빠지는 이유는? 코르티솔 탓이다’ ‘스트레스로 얼굴이 퉁퉁 붓는 ‘코르티솔 페이스’를 가졌다면?’ 이런 콘텐츠는 대부분 의사가 아닌 크리에이터가 만들고 있어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틱토커의 말처럼 코르티솔은 정말 우리에게 해로울까? 이것이야말로 스트레스 유발이 아닐까?

직장이나 가정을 포함한 사회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불안감을 느끼거나 이를 갈고 짜증을 내는 건 흔한 일이다. 이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다. 이와 동시에 몸속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신장 위에 위치한 부신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호르몬이라고도 하는 코르티솔은 외부의 잠재적 위협에 대처하도록 다양한 체내 생리현상을 촉발한다.

일례로, 코르티솔은 신진대사를 조절하고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만약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동물을 보고 도망쳐야 한다면, 그 순간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생존에 필요하죠.” 마운트 시나이(Mount Sinai) 병원 조교수이자 내분비내과 전문의인 카딘 C. 치즈먼(Khadeen C. Cheesman) 박사는 말한다. 검치호랑이가 다가오든 코로나19의 감염이든 직장에서의 업무 마감 기한이든 코르티솔은 신체가 육체적 또는 감정적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분비되면, 미묘한 스트레스 유발 증상부터 심각한 의학적 질환까지,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코르티솔 조절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건강 비법처럼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아 당뇨병 및 내분비학 클리닉 전문의이자 미국 임상내분비학회 차기 회장인 스콧 아이작(Scott Isaac)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코르티솔 조절은 최소 20년 전부터 내분비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해왔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코르티솔 수치를 조절할 수 있는지, 가능하다면 그게 꼭 필요한지 확인하는 일이다.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고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내분비내과 전문의 3명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코르티솔 수치는 왜 오르는 걸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높은 코르티솔’이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코르티솔 수치는 기상과 수면 시간을 비롯한 우리 몸의 다양한 생체리듬에 따라 온종일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동안 규칙적인 수면-각성 주기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아침에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졌다가 낮이 되면서 점차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같은 격렬한 운동으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도 코르티솔 수치를 일시적으로 급상승시킬 수 있지만 이것이 나쁜 현상은 아니죠.”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 내분비학 임상 부교수인 마릴린 탄(Marylin Tan) 박사는 설명한다.
한편 치즈먼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건강한 사람의 코르티솔 수치는 보통 뇌 안쪽에 위치한 작은 내분비기관인 뇌하수체에 의해 엄격하게 조절됩니다.” 뇌하수체는 스트레스를 경험하거나 아침에 잠에서 깰 때 부신에 신호를 보내 코르티솔 분비를 유도한다. 지나치게 높은 코르티솔 수치는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이는 대부분 질병에 따른 경우가 많다. 질환으로 인해 병적으로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는 경우에는 몇 가지 징후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복부 비만, 둥글게 부은 얼굴, 짙은 자주색의 튼살, 그리고 목덜미에 생기는 지방종 등이 있다. 아

이작 박사는 뇌하수체 또는 부신에 자리 잡는 양성 종양으로 인해 코르티솔 수치가 극도로 높아지는 ‘쿠싱증후군(Cushing Syndrome)’에 관한 설명도 덧붙였다. 쿠싱증후군은 극심한 피로감과 함께 허벅지 위쪽의 근력 약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한 코르티솔 수치 상승은 고혈압, 콜레스테롤, 제2형 당뇨병 같은 심각한 질병에 환자를 노출시킬 위험이 높지만, 극단적인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귀띔했다. 

스트레스 같은 정상적인 신체 반응으로 인해 코르티솔 수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런 코르티솔 증가는 경우에 따라 우리 몸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대체로 깊은 잠을 자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며, 쿠싱증후군 같은 병적 질환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치즈먼 박사는 설명한다.

스트레스는 죄가 없어요 

스트레스가 무조건적으로 코르티솔 수치를 높게 만드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코르티솔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높아지거나, 뭔가 특별한 조치를 취해서 스트레스를 곧장 낮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곧 검사 결과에 나타날 정도의 병적인 만성 코르티솔 수치의 상승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탄 박사는 말한다.

최근 미국 터프츠 대학교 연구진은 스트레스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 치실을 개발했다. 이 치실은 침을 흡수한 뒤 부착된 전극을 통해 내장 센서로 침 속 코르티솔 수치를 분석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웰니스 디지털 솔루션 기업 마인즈에이아이 대표인 석정호 연구팀 역시 침 속에 있는 코르티솔 수치를 기반으로 사람의 우울증을 진단하고 고위험군을 분류하는 키트를 내놨다. 이 외에 여러 업체에서는 코르티솔 검사 키트나 코르티솔 관리를 위한 건강보조제를 출시해 소비자들이 코르티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그러나 치즈먼 박사에 따르면,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적 코르티솔 수치 증가에 대해 충분히 연구되었거나 입증된 진단 도구와 치료법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거나 코르티솔 수치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성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코르티솔 수치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스트레스와 코르티솔 분리하기

코르티솔 수치가 높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코르티솔 수치는 결코 조절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코르티솔 수치를 관리할 때는 ‘스트레스 관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자. 여러 과학적 증거는 장기적인 만성 스트레스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해준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우리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에 대처하는 능력까지 떨어트릴 위험이 있다.

“스트레스 수치에는 신경을 쓰는 것이 좋지만, 코르티솔 수치까지는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작 박사는 일상적인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신체 활동과 필요할 때 사랑하는 사람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과 같이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을 제시했다. “스트레스는 몸에 해롭고, 기분을 나쁘게 하죠. 하지만 스트레스가 부정적인 존재가 된 이유의 주요인은 코르티솔이 아닙니다.” 아이작 박사는 덧붙인다. 결론적으로 이 호르몬이나 다른 어떤 것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마음과 몸의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매일 코르티솔 수치에 집착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는 원인이 될 수도 있어요.” 치즈먼 박사는 말한다. 

    ASHLEY ABRAMSON
    포토그래퍼
    YASU + JUNKO/TRUNK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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