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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봉식 / 현봉식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처럼 연기는 제 삶의 일부예요.” 지극히 평범하고 가장 낯선 현봉식의 얼굴.

그레이 펄 재킷은 뉴인(Neu_In). 팬츠는 프레프(Pref). 셔츠, 타이,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레더 재킷은 뉴인. 헨리넥 이너 톱은 세비지(Savage). 쇼츠는 프레프.

블랙 재킷은 프레프. 셔츠는 뉴인. 워치는 까르띠에 바이 빈티크(Cartier by Beantique). 네크리스, 링, 이어 커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이웨어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이어 커프와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재킷은 루이-가브리엘 누치(Louis-Gabriel Nouchi). 팬츠는 프레프. 이너 톱, 슈즈, 스카프, 이어 커프,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직장인들>에 이어 <SNL> 속 현봉순과 도로시까지. 배우 현봉식의 스펙트럼이 예능까지 확장되고 있어요. 소감이 어때요?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니 저도 좋아요. 사실 예능은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말을 잘하거나 웃긴 사람도 아니고요. 그런데 PD, 작가님이 꾸준히 연락을 주셨어요. 필모그래피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하셔서, 그 삼고초려 정성에 ‘그래! 한번 속아보자!’ 한 거죠. 

막상 감행하고 나니 후회 없는 결정이던가요? 
희극 배우들과 연기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긴 하더라고요. 오늘 보셔서 아시겠지만, 카메라 앞에서 혼자 뭘 잘 못해요. 크루들이 잘 받아주고 도와줘서 저도 계속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행복했습니다. 

‘노안’이라는 코드가 섭섭하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어요. 차은우 씨에게 ‘잘생겼다’는 수식어가 붙는 것처럼 제게는 ‘노안’이 있는 거죠. 뭐라고 불리면 어때요, 연기로 먹고살 수 있으면 되는 거죠. 

오늘 화보는 어때요? 이 또한 도전이었죠? 
인생 첫 화보입니다. ‘내게 저런 모습이 있구나’ 하는 건 신기한데, 쉽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내가 대중이라면 더 멋있고 예쁜 걸 찾을 것 같은데, ‘굳이 왜 날?’이라는 생각은 가시지 않더라고요. 원하신 대로 잘 나오면 좋겠습니다. 

“주문을 주시면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촬영 내내 하더군요. 
경험이 없으니 프로들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연기할 때도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주는 게 재미있어요. 하고 싶은 연기야 있을 수 있죠. 그런데 내 마음대로 하려면 감독을 해야죠. 현장에 왔으면 열심히 하는 게 맞죠. 

새로운 도전이 가득한 해네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데뷔 후 10년이 흘렀죠? 
맞아요. 데뷔 10주년, 연기를 시작한 지는 12년이 됐어요. 

10년의 세월을 실감하나요?
벌써!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너무 빨리 지나갔어요. 저는 크게 고생했다는 생각도 안 해요. 20대 후반, 무작정 서울로 와서 여기까지 잘 왔어요. 

배우가 된 계기로 ‘가전제품 설치 기사로 일하며 진상 고객 대처 연수 중 상황극을 하면서 연기의 재능을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해요. 연기를 꿈꾸고 이 업계의 문은 어떻게 두드렸어요? 
뉴스와 인터넷에서 ‘충무로의 블루칩’이라고들 하니까 충무로에 가면 뭔가 있나 보다 싶었죠. 막상 갔더니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아르바이트하려고 구인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보조 출연자 모집, 배우가 되고 싶은 당신 도전하세요!’라는 글이 있었어요. 이력서 써서 지원했는데 안 써주시더라고요. 그러다 ‘필름 메이커스’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어요. 거기서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벤치마킹했죠. 프로필이 있어야 하고, 연기 학원이나 레슨을 받아서 정보도 얻어야 하고요. 

전략적인 접근이네요. 그렇게 노력해서 처음 본 오디션은 뭐였어요? 
<결혼전야>요. 첫 오디션은 탈락이었고, 두 번째 오디션을 본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 합격했어요. 

두 번만의 합격이면 쾌거 아닌가요?
저도 신기하더라고요. 서울로 올라오기 전, 건너 건너 아는 연기 강사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포기해라. 이 바닥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 올라가서 2년만 버텨도 박수쳐주겠다”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오기가 생겨서 뭐든 하고 내려간다고 다짐했죠.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아예 없었어요?
기준은 있었죠. ‘오디션 딱 200번만 떨어지고 고향 가자’. 200번 떨어지면 재능이 없다고 인정하고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마침내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어땠어요? 
한 번이라도 카메라에 얼굴이 나오려고 카메라만 쳐다보기에 바빴어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연기하고 싶은 친구가 왜 그렇게 하느냐고 질책하고 챙겨준 분들이 있어요. 지금까지 돈독하게 지내는 참 좋은 동료를 만났죠. 다른 마음으로 연기를 하고서 ‘열심히 연기하고 있으면 카메라 감독님이 알아서 잡아주시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 만난 동료가 누구였나요? 
홍인, 윤병희, 김한종 배우요. 감사합니다. 

수상 소감처럼 이름을 또박또박 이야기하네요. 
물심양면으로 잘 챙겨주셨어요. 나름대로 인복은 좀 있다고 자부해요. 이제 그 복을 제가 잘 보답해야죠. 

필모그래피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 뒤로 매년 5~6편씩 꾸준히 달렸어요. 작품 수십 편 중 각별한 작품도 있겠죠?
영화 <세자매>와 <빅토리>, 그리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요. 보통 캐스팅을 위해서 프로필 돌리고 먼저 오디션을 보는데, <세자매> 같은 경우는 이승원 감독님이 먼저 알아봐주셨어요. ‘당신과 작품을 하고 싶고, 나는 이런 감독이다’라는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주셨는데, 그 기억이 강렬했죠. 영화 <빅토리>는 처음 해보는 아버지 역할이었는데, 혜리 씨가 너무 잘 받아줘서 대본에도 없는 오열 신이 탄생했어요. 그 합과 여운이 진했죠. <좋거나 나쁜 동재>는 첫 주연을 맡기도 했고, 준혁 씨의 세심함, 촬영하는 내내 참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어요. 

10년 전과 비교해 배우 현봉식은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어요? 
머리가 커졌다.(웃음) 이제는 “연기 좋아! 뭐든 할래!”가 안 되는 상황이 됐어요. 동료, 회사 식구를 생각해야 하니까요. 저를 좋은 배우로 만들어주려고 빚져가면서 열심히 돌봐준 식구들이 있어요.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죠. 

무모한 시절이 지나고,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건 좀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 같아요. 
좋죠. 너무 좋은데, 저도 이런 제 인생이 처음이니까 편하지만은 않아요.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아쉬운 것도 있어요?
그럼요.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잖아요. 간혹 예전 작품을 보면 선배님들이 제 나이 때 주연을 맡은 작품이 보여요. 그런 걸 보면 부럽죠. 큰 역할을 맡아 작품 안에서 마음껏 뛰노는 걸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갑자기 쉬는 날이 생기면 뭘 해요? 
지금 촬영하는 작품이 있어서, 올해까지는 계속 찍을 것 같아요. 시간이 맞으면 동료 배우들과 밥을 먹거나, 같이 작품 했던 배우들 연기를 시청하는 걸 좋아해서 밀린 영화나 드라마도 보고요. 쉬는 날이 며칠 된다 싶으면 고향인 부산에 갔다 와요. 

콘텐츠 산업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늘 동시에 몇 작품을 하고 있어요. 비결이 뭔가요?
저만의 영업 비밀이라.(웃음) 농담이고요, 모르겠습니다. ‘I’ 성향이라 현장에서는 거슬리지 않도록, 방해되지 않도록 하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올해도 공개되는 작품이 꽤 있죠.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건 뭔가요? 
아무래도 곧 공개를 앞둔 <나인 퍼즐>요. 

윤종빈 감독님과는 벌써 세 번째 작품이죠? 
<승부>에 제작자로 참여하시면서 처음 뵀어요. 촬영이 끝날 때쯤 “너 다음 작품 같이 하자”라고 하셨던 게 <수리남>이었어요. <수리남> 촬영이 겨울쯤 끝났는데, 봄에 다시 연락오셔서 준비 중인 다음 작품에 함께하자고 말씀해주셨어요. 감사하죠. 

‘최산’ 역을 맡긴 이유를 물어봤나요?
감독님이 “같이 하자” 정도만 말씀하셨고, 어떤 배역인지는 구체적인 말씀이 없으셨는데, 어느 날 “너 석구보다 동생이지?” 물으시더라고요. 맞다고 하니까“그래 현실적으로 너로 가도 되겠다”며 역할을 주시더라고요. ‘최산’을 두고 오디션을 꽤 오래 본 걸로 알고 있어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인물이길래요?
아주 MZ다운 강력반 막내 형사예요. 

현봉식 역시 MZ세대잖아요! 
제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웃음) 형사인데 ‘워라밸’을 찾고, 본인은 MZ인지 모르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MZ예요. 동시에 석구 형이 맡은 김한샘의 자극점이 돼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한샘이 돋보이도록 연구 좀 했어요. 

앞으로 10년 뒤의 현봉식은 어떤 모습일까요?
일과 삶 모두에서 여유롭게 주변을 챙기면서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 동료들과 함께 찍은 작품을 많은 사람이 봐주면 더 좋겠고요. 

현봉식, 현보람, 현재영  중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게 가장 좋아요?
배우 ‘현봉식’요. 많은 분들이 ‘현보람’이라는 이름을 듣고 재미있어하지만 여섯 살 때 개명해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득해요. 현재영은 꿈과 목표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았어요. ‘현봉식’으로 불리고 나서 제 인생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배우라는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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