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환경을 생각해 착한 방법으로 착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는 많지만, 스토리를 알기 전에 예뻐서 손이 가는 브랜드는 몇이나 될까. 이른바 비건 브랜드가 예쁘지 않다는 편견에 맞서고자 직접 브랜드를 만든 이가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브랜드, 셀럽도 앞다퉈 찾는 브랜드, 비건타이거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양윤아 실장이다. 비건타이거는 모피뿐 아니라 생명을 착취하며 생산한 소재는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소재에 개성 있는 프린트를 더해 희망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 수익금 일부는 비건 페스티벌이나 동물과 환경을 위한 캠페인에 기부해 아름다운 지구를 위한 상생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음은 오늘도 뜨거운 열정으로 더 나은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애쓰고 있을 양윤아 실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아는 사람은 너무 잘 아는 브랜드지만, 모르는 사람은 이름부터 낯설어하더라. 한 명이라도 더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 이름부터 얘기해보자. ‘비건타이거’는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 사실 내 별명이 ‘채식하는 호랑이’다. 어느날 친구랑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평소 감정의 폭이 있는 편으로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하는 내게 친구가 느닷없이 채식하는 호랑이 같다고 말했다. 그 후 브랜드를 준비하며 강렬하고 멋있는 이름이 어디 없을까 생각하던 중 채식하는 호랑이를 영어로 비건타이거라 했을 때 그 운율이 좋게 느껴졌다. 또 털옷인데 동물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채식하는 호랑이라는 이질적 단어 조합이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

비건타이거는 ‘잔혹함이 없는 국내 최초의 비건 브랜드’라고 알려져 있다. 어떻게 처음으로 비건 패션의 길을 걷게 되었나?
– 13년 전 고양이를 키우면서 내 인생이 완전이 바뀌었다. 가치관도, 마인드도 바뀌었다. 속된 말로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더러 들었는데, 반려묘를 키운 후에는 날카롭던 부분이 부드러워지고, 공감 능력이 높아지며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웃음)

NGO 동물보호 단체에서 일한 것도 이즈음인가.
– 한번 관심을 가지면 푹 빠지는 편이다. 반려묘를 키우면서 동물보호와 권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동물보호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했다. 이때 모피 동물 관련 조사를 많이 했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동물이 더 잔혹한 방법으로 학대당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안이 없으니 따뜻하고 화려한 모피를 피할 길이 없어 보였다. 이때 그 대안을 내가 찾아야겠다 싶었다.

당시에도 ‘에코 퍼’라는 이름의 소재는 있었을 텐데.
– 소재의 한계 때문에 디자인이 예쁘지 않거나, 마감 처리가 아쉬워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많았다. 아무리 착한 메시지를 지녔다고 한들 예쁘지 않으면 누가 선택하겠나. 그래서 패셔너블한 비건 옷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흔히 쓰는 재료를 마다하고, 그와 비슷한 퀄리티, 아니 더 나은 퀄리티의 대체 가능 소재를 사용한다. 어려움이 많았겠다.
– 다른 것보다 비건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해 비건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옷도 옷이지만, 먼저 이를 받아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공감대를 형성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비건 페스티벌을 개최한 것도 그 때문이겠다.
– 맞다. 대중적으로 다가갈 창구가 필요했다. 비건 페스티벌을 열어 오프라인에서 비건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을 모았다. 사람이 모일수록 시너지가 생기더라. 처음에는 내가 그저 유난스러운 하나의 개인으로 인식됐다면, 요즘에는 ‘비건 패션이 멋있고 패셔너블하구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에서 적극적으로 퍼프리 선언을 한 것도 대중적 인식이 바뀌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건타이거가 비건 브랜드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다.
– 그 상태가 좋다! 처음에는 유통과정에서 비건 패션이라는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윤리를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소비자가 부담을 갖고 벽이 생길 것 같았다. 그냥 패셔너블한 브랜드로 알려지고 싶었다. 예뻐서 샀는데 착한 기업임을 알게 되면 소비자가 더 큰 만족을 느끼더라.

비건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지금은 소재 개발이나 수급이 순조로운가?
– 우리나라에 3~4년 전부터 식물성 레더가 등장하면서 관심이 많아졌다.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도 처음에는 귀했는데 지금은 뜻을 함께하는 회사가 있어 수급이 수월해졌다. 코로나 이후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관심 있는 이들의 기준이 높아졌다. 그 기준에 부합하는 것도 항상 고민이다.

가장 많이 쓰는 소재는 무엇인가?
– 실크를 대체하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한지 레더를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는 와인을 착즙하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와인 레더도 즐겨 사용 중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재현하기 힘든 소재가 있나?
– 울 베이스의 소재가 어렵다. 울 특유의 고급스러운 광택을 재현하기 쉽지 않다. 이탈리아와 일본에 종종 나오기는 하는데, 탄소 발생률 때문에라도 수입 소재를 이용하기보다 국내에서 개발하고 싶다.

비건 패션 하면 그린 컬러 베이스에 참한 분위기를 연상하는데, 비건타이거의 옷은 힙한 ‘요즘 옷’ 같다는 느낌이다. 디자인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가?
–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만든다. 비건타이거의 가치관, 생각, 해마다 동물권에서 이슈되는 문제를 스토리로 만들어 그래픽 작업을 한다. 화려하고 화사한 패턴은 내 취향인 동시에 비건타이거의 아이덴티티다. 이 패턴을 어떻게 친근하고 대중적으로 다가갈지 매 시즌 고민한다.

 

2022 가을/겨울 컬렉션은 어떤 스토리를 담았나?
– 바이오필리아의 행진이다. 언젠가 통섭학자로 잘 알려진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교수의 강연을 통해 바이오필리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는 인간 유전자에 생명 사랑이 새겨져 있다는 가설을 시작으로 지구 공존을 생태학적으로 풀어낸 것인데, 유전적으로 인간에게 생명 사랑이 새겨져있다는 가설이 너무 좋았다. 최근 비건타이거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옷을 입고 행진하는 것이 곧 바이오필리아의 행진이라는 의미로 하트로 된 유전자 사슬을 그래픽에 녹여냈다.

비건 패션의 선구자, 혁신가라 불린다. 부담도 있겠다.
– 부담스러우면서도 큰 동기 부여가 된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명이 생긴다.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게 우리의 모토인데, 혹시 우리가 제로웨이스트를 하기 위해 쓸데없는 것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한다.

2023 봄/여름 패션위크 기간에 뉴욕과 파리를 다녀왔다. 어떤 일정이었나?
– 바이어를 만나는 트레이드 쇼에 참석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대형 바이어의 참석이 부진했고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지만, 큰 마켓과 다른 문화권을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특히 파리에서는 지속가능한 실천이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음을 느꼈다. 카페에서 아이스커피조차 종이컵을 사용하고, 호텔에서도 플라스틱 용기를 전혀 쓰지 않더라.

올해 컬래버레이션도 하고, 팝업도 열고 바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브랜드가 잘되고 있는 방증이겠다.
– 비건타이거가 잘하는 방식으로 비건 패션을 알릴 수 있다면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와 함께한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출시된다. 리사이클 재료를 활용해 만든 빔 프로젝트 케이스, 휴대폰 케이스, 워치 스트랩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평소 영감을 받는 인물이나 대상이 있나?
– 정체성이나 가치관에 대한 영감은 NGO 활동가에게서 받는다. 디자인적으로는 소소한 일상 전반에서 받는 편인데, 뭔가 뜻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빈티지 숍에 간다. 온갖 것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빈티지숍은 보물창고 같다. 또 내게는 항상 1990년대에 대한 열망이 있다. 특히 개성이 강했던 90년대 여자 가수는 지금껏 큰 영감을 준다.

협업하고 싶은 인물이나 브랜드도 있을까?
– 막연히 홍정욱 님이 이끄는 올가니카와 뭘 해봐도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비건타이거를 입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면 좋을까?
– ‘아, 옷 잘 샀다! 오래 입어야지~’. 그것이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비건타이거의 종국의 목표는 무엇인가?
– 전체를 비건 라이프스타일로 꽉 채운 비건 빌딩을 짓는 거다. 비건 카페, 비건 요가, 비건 스파, 비건 숍. 그곳에서 지속가능성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파티 같은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