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집에 있지만 , 스튜디오에서 만난 유승호와는 고양이 얘기만 실컷했다 . 유기묘를 입양하고 기르는 일, 새로운 가족이 되는 일에 대해서.

재킷은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재킷은 JW 앤더슨(JW Anderson). 팬츠는 마그리아노(Magliano).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고양이 없는 고양이 화보’를 찍었네요. 고양이와 촬영을 하면 아마 스튜디오 곳곳에 숨어버렸을 거예요. 반려견과 고양이는 기질이 다르니까요.
아휴, 다행이에요.(웃음) 맞아요. 고양이는 좀 더 까다로워요. 

여기 없는 고양이를 대신해 식빵을 껴안고, 장난감을 휘두르는 사이 고양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요?
집에 있으면 한 마리는 다리 위에서 자고, 한 마리는 제 옆에 기대서 자거든요. 나오기 전에 자는 거 보고 있다가 집을 비워야 하니까 간식 하나씩 주고 도망치듯 나왔죠. 아마 잘 거예요. 아까 보니까 화장실 한 번 썼다고 문자 오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계속 자는 것 같아요.

화장실 사용 여부가 문자로 와요?
자동화장실이라고 해서 쓰면 문자가 오는 게 있어요. 그리고 홈카메라를 설치했거든요. 애들 혼자 있을 때 보면 거의 그냥 잠만 자더라고요. 볕 좋은 데에서.

그러다 승호 씨가 집에 돌아오면요?
돌아오면 그때부터 이제 시작이죠. 울고, 만지고, 노는 걸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오늘 즉석 사진을 많이 찍어오긴 했지만, 영상으로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장난감 같은 걸 물고 와서 놀자고 하고, 잘 때도 같이 자고, 얘네가 항상 저한테 붙어 있어요. 붙어 있지 않을 때는 제가 컴퓨터를 한다거나, 음식을 한다거나 그럴 때인데요. 그때는 항상 두세 걸음 떨어져서 저를 지켜보고 있죠. 제 근처에 무조건 맴돌아야 하는 아이들이에요. 

행복한 기운이 느껴지네요.
아이들이 잘 따라줘서요. 좋은 것 같아요. 같이 사는 거요.

유기묘인 심바와 가을을 입양해 가족이 되었어요. 함께 산지 얼마나 되었나요?
지금 저랑 같이 살고 있는 심바와 가을이는 3살, 4살 됐어요. 그 전에 살던 아이들은 7살에서 9살까지 있어요. 부모님 집에 세 마리가 있고 저희 집에 두 마리가 있어요. 부모님 집에 있던 고양이 중 한 마리는 일 년 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원래 어머니가 저희 집에 있는 고양이까지 여섯 마리를 키우셨던 거죠. 3년 전에 심바와 가을이를 입양했는데, 원래 있던 친구들과 사이가 너무 안 좋았어요.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이러다가 큰일나겠다 싶어서 제가 데리고 나오게 됐죠. 

고양이 때문에 분가를 한 거네요?
영향이 있었죠. 겸사겸사 독립했어요. 

그렇게 유승호와 고양이들이 독립된 일가를 이루게 된 거군요. 이제는 모든 걸 직접 돌봐야 되는 거죠?
내가 아이가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더라고요. 고양이들은 아프면 진짜 계속 울거든요. 별게 아니어도요. 건조해서 코피가 살짝 났는데 피를 보니까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당황하고 아무것도 못하겠고, 밥을 안 먹어도 걱정되고, 똥 싸는 것도 걱정되더라고요. 어쩔 때는 놀아달라고 귀찮게 하면 자식이 생기는 게 이런 거겠구나 싶고…

 

슈트, 셔츠, 스웨터, 타이는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아이들과 말을 할 수 있다면 뭘 물어보고 싶냐는 질문에 항상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달라고요. 특히 가을이는 복막염에 걸렸었다고요.
사실 지금까지 죽음을 두 번 겪었어요. 보호소에서 데려온 다른 친구가 있었는데 두 달 정도 살다가 새끼일 때 죽었어요. 그 친구가 엄마한테 물려받은 병이 있어서요. 그 죽음을 경험하는 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가을이를 데려왔는데 갑자기 배가 부풀기 시작해서 병원에 가보니 복막염이었어요. 그래서 3개월간 어머니가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어요. 그래도 지금은 건강하게 살아서 가끔 이제는 어머니도 웃으면서 말씀하세요. 쟤는 진짜 오래 살아야 된다고요. 10년이고 20년이고 살아야 한다고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가을이의 과거죠. 동물은 언제든 아플 수 있어요. 언젠가는 헤어질 거라는 것도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 매일매일이 각별한가요?
네, 조금이나마 더 잘해주고 싶고, 뭘 해줘야 할까 고민해요. 더 놀아줘야 되나? 고민하고 있죠.

뭘 해줘야 진짜 행복할까요?
사실 모르겠어요. 그래서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건 그거거든요. 너네들이 원하는 게 뭔지 말해달라고요. 그럼 뭐든 다 해줄 테니까요. 진짜 그런 마음이에요. 너무 막연한 꿈인데 그래도 만에 하나 가능하다면 넓은 초원에 풀어주고 알아서 너희가 행복하게 살라고 해주는 게 제 꿈인 것 같아요. 그렇게까진 못해도 얘네 때문에 집도 옮길 판이에요.(웃음)

고양이 때문에 생긴 습관도 있어요?
루틴이라기보다는 그냥 눈치를 많이 봐요. 혹시나 제가 일하느라고 집을 비우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면 저희 누나한테 도움을 요청하거든요. 그럼 고양이들은 사람이 있으니까 한 번씩 왔다 갔다 하고 저는 그걸로 마음이 편해지죠.

소문난 집돌이죠. 승호 씨도 고양이들도 집에 있는 게 제일 행복한 존재인가요?
너무 많이 보내요.(웃음) 저는 집에 있는 게 제일 행복하고 좋은데, 그래도 같이 있는 건 좋지만 서로의 개인 시간은 가지고 놀자는 건데 고양이들은 그게 아니잖아요. 그들은 아직 어리니까 그냥 마냥 놀고 싶고 하루 종일 울거든요, 저만 보면요. 그래서 이렇게 나와 있으면 걱정되고,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거든요. 어디 발톱이 걸리거나 할까봐 그게 불안해서요. 이런 게 사랑이겠죠.

촬영한 즉석 사진을 보니 집도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해 꾸민 것 같던데요?
네, 웬만하면 고양이 위주로 다 해놨어요. 얘네들이 젊은 거 믿고 그 높은 데에서 막 뛰어내리고 그러니까 관절이 걱정되기도 해요. 사실 정말 잘 찍고 싶었는데 조금만 가까이 가면 저한테 와서 비벼서. 가만히 있지를 않더라고요.

반려동물도 다 성격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잖아요. 심바랑 가을이는 어떤 성격이에요?
심바는 남자애고, 나 좀 봐줘. 나, 나, 나! 이런 느낌이고요. 가을이는 여자애고, 되게 소심하고 조곤조곤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심바가 자고 있으면 옆에 와서 야옹도 못하고 엥~ 하는 게 끝이에요. 이럴 정도로 와서 애교 부리고 옆구리에 껴서 자는 거 좋아하는 소심한 친구예요. 둘 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집에 친구나 손님이 오면 조금 경계하다가 와서 엄청 반겨줘요. 무릎에도 올라가고요. 배도 보여주고, 정말 착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죠. 

금세 친해졌나요?
처음 데려오고 한 삼일째부터 마음을 열더라고요. 되게 빨리 연 거죠. 그 뜻은, 애초에 성격 자체가 좋은 고양이였던 거죠.(웃음) 조금 어색해하다가 금방 적응을 해서 저도 참 신기해요. 엄마보다 나를 더 따르는 고양이가 생겼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내 고양이다, 얘는 내 편이구나 하는 느낌이요.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년 4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