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서 조금씩 자신을 각인시키고 있는 이 배우의 이번 작품은 <구경이>다. 배우 김혜준을 구경하기.

 

당장 내일모레 화보 촬영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땠어요?
조금 당황은 했지만 제가 화보 촬영을 할 수 있는 날이 그날밖에 없다고 해서. ‘그렇다면 무조건 해야지!’라고 했어요. 거의 매일 드라마 촬영이 있거든요. 평소에 제가 안 하는 스타일링이나 메이크업을 한 제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게 화보의 재미 같아요.

그런 예상치 못한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요? 모든 게 계획적이길 바라고, 갑작스럽게 일이 생기면 신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어느 쪽인가요? 
저는 항상 안전한 범주 안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예기치 못한 일을 겪으면 당황하거든요. 그래도 어릴 적보다는 조금씩 대처 능력이 생기고 있어요.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매니저 언니만 해도 제가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러고 있으면 안심시켜줘요.

연기를 하다 보면 한 치 앞을 모르는 일이 많죠? 
매일 현장에 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연기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이 직업을 선택한 저에게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아요. ‘내가 평생 이 일을 하려면 이 정도의 고통을 감당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면 좀 막막한데 또 그게 이 직업이 주는 재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익숙해졌나요? 
익숙해지려고 하면 또 다른 일이 생기고, 익숙해지려고 하면 또 다른 일이 생겨서.(웃음)

당신 인생에서 가장 예기치 못한 일은 뭐였어요?
연극영화과에 가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요. 연기를 시작하면서 계속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데 어쨌든 그 시발점이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저도 왜 연기를 시작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마음이었어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문득문득 생각은 했었죠. 그런데 입시 준비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겠단 마음이 들었어요. 나는 배우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연극영화과에 가서 ‘아, 나는 배우를 하고 싶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할 것 같다고 말해준 사람도 있었나요?
오히려 정말 친한 애들은 ‘너는 여자 주인공의 친구의 친구 역할’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놀렸거든요. 사실상 등장하지 않는 역할인 거죠.

친구들과의 인연이 오래갈 것 같네요.(웃음)
그러니까요. 지금도 연락 잘하고 지내요. 제일 친한 친구들이거든요.

타이넥 스카프 블라우스, 레드 컬러 맥시 스커트는 잉크(Eenk). 붉은색 부티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골드 이어링은 코스(Cos).

영화 <미성년>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버스에서 1시간을 울었다는 일화가 유명해요. 왜 그렇게 울었어요? 
그때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어떠한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오디션을 볼 때마다 떨어졌어요. ‘나는 안 될 사람인가?’라고 자기 비하를 많이 할 때였는데 그 시기에 붙은 오디션이어서 그런지… 오디션 기간도 길었고 마음도 많이 썼고 이런 모든 게 상호작용이 돼 눈물이 계속 났던 것 같아요. 나 아직 더 해봐도 되겠구나. 나에게도 기회가 있구나… <미성년>은 저에게 엄청 소중한 작품이에요.

<미성년>을 연출한 김윤석 감독이 오디션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배우가 너무 안타까워서 심층 면접을 봤다고 한 게 기억에 남아요. 배우이기 때문에 그 마음을 알았던 거겠죠. 심층 면접에선 무슨 이야기를 했나요?
지금 이렇게 대화하는 것처럼 한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어요. 뭘 좋아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아빠랑 딸 이야기였으니까, ‘아버지랑 사이는 어떠니, 가족 간의 사이는 어떠니, 이외에도 평소 너의 고민은 뭐니?’ 이런 질문을 해주셨어요. 그냥 대화를 나눴어요. 저에 대해서 궁금해해주시니까 대화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항상 저는 저에 관해서 물어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요. 그래서 인터뷰 같은 거 하면 저는 되게 좋아요.

사실 저희도 공부하고 나오는 거예요. 꾸준히 공부하거나, 벼락치기를 하는 차이는 있지만요. 
그러니까요! 누군가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건 엄청난 관심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4년 전이라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심층 면접을 본 한 평 남짓한 오피스텔은 기억에 남아요.

그해에 나온 최고의 영화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성년>은 어떤 작품으로 남았어요?
정말요? 우와, 감사합니다. 몇 안 되는 관객분들 중에 한 분이세요.(웃음) <미성년>은 제게 주춧돌 같은 느낌이에요. 그때 느꼈던 것들을 기반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묵직한 걸 느꼈기 때문에 ‘또 이런 작품을 만나야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거죠.

또 데뷔는 <대세는 백합>이라는 이른바 ‘백합물’이었어요. 작품을 볼 때 열린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독특한 지점이 있죠. 
제 인생에서는 그 작품이 화제였어요. 이렇게 나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구나 하고요. 그땐 회사도 없었는데 인터뷰하고 그랬으니까요. 두 영화 다 특이한 지점이 있다는 걸 저는 느끼지는 못했어요. 특히 <대세는 백합>은 키스 신도 있으니까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거든요. 저는 이런 작품이 있네 하고 그냥 가서 오디션 보고 합격해서는 어, 됐네 하고 그냥 찍게 됐어요. 그저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니까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 하나였어요. 항상 하고 나면 특이한 작품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미성년> 때도 뼛가루를 마시는 장면이 그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그러다 이번엔 살인범이 되었군요. 
네, 어쩌다 보니. 그냥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이는 살인범이죠.(웃음) 캐릭터 자체가 보여줄 것도 많고 매력이 많은 캐릭터예요. 그리고 드라마의 흐름 자체가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기에 케이라는 캐릭터를 아무래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코트, 니트 톱, 쇼츠, 스타킹, 슈즈, 이어링은 모두 펜디(Fendi).

 

톱은 미우미우(Miu Miu).

 

블랙 드레스, 벨트, 이어링과 반지,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