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아주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
플라스틱 공해의 솔루션은 의외로 단순하다. 덜 사고,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

오늘도 재활용 실패
뷰티업계에서 플라스틱 포장이 큰 문제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욕실만 둘러봐도 충분히 공감하겠지만,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는 몇 가지 예가 있다. 로레알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지속 가능성 연구에 따르면, 뷰티 제품이 만들어내는 탄소발자국의 50%가 포장재에서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로레알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신생 뷰티 브랜드나 대기업에서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발표가 연이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가 버린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한 PCR(Post-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 생분해성 소재 등 기존의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방안이 쏟아지고 있으나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재활용’이라는 하얀 거짓말
사실 플라스틱 포장재는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다. 지침을 완벽히 지켰더라도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중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단 9%에 불과하다. 재활용 가능한 제품의 기준이 생각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다. 용기 안의 내용물을 깨끗이 헹궈내지 않았거나, 표면에 붙은 스티커 등 이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면 재활용 가치를 상실한 쓰레기로 분류된다. 용기 뒷면의 삼각형 분리배출 표시만 보고 재활용이 가능할 것이라 안심해서도 안 된다. 분리배출 표시 등급 중에서도 재활용이 용이한 1, 2등급을 제외하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리사이클링 파트너십의 순환 사업부문 부사장 사라 디어먼(Sarah Dearman)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검정과 네이비, 짙은 갈색처럼 어두운 색의 플라스틱은 재활용 시설의 분류기가 인식하기 어려워 결국 매립지로 보내지는 경우가 빈번해요”라고 말한다. 분류 과정에서 크기가 작은 포장재도 문제가 된다. 테라사이클(Terracycle) CEO 톰 자키(Tom Szaky)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2인치(5cm) 이하인 소형 폐기물은 재활용이 어려워요. 병뚜껑이나 미니 사이즈 제품은 모두 예선에서 탈락한다는 의미죠. 재활용 시설도 하나의 사업체기 때문에, 결국 크기가 큰 대형 플라스틱과 유리, 알루미늄 등 이윤을 얻을 수 있는 폐기물만 재활용할 겁니다. 재활용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재활용되는지가 중요해요”라고 전한다.
재활용 가능하다고 끝이 아니야
재활용될 확률이 낮다고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중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9%밖에 되지 않지만, 그 양은 결코 적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뷰티산업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79억 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9%만 재활용하더라도 약 7억1100만 개의 플라스틱이 매립지로 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플라스틱은 무한히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한두 번 재활용이 가능한데, 그 과정을 거칠수록 소재의 품질은 점차 떨어진다. 그래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새로운 용기를 만들 때는 ‘버진 플라스틱’을 일부 섞기도 한다. 문제는 수요다. PCR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만들더라도 이를 사용하는 기업이 충분하지 않다면 결국 소각되거나 창고에 쌓이게 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PCR 플라스틱 사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아직 희망은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진실
플라스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 유래 원료로 만들어 비교적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비영리 환경 단체 그린블루(GreenBlue)의 부장 올가 카추크(Olga Kachook)는 “사탕수수나 해조류 같은 신소재부터 식품 폐기물을 활용해 만드는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대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플라스틱 대체 소재는 분명 큰 잠재력을 지닌다. 2017년 한 연구에서는 ‘기존 플라스틱을 옥수수 기반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분해성 소재에 포함된 특정 첨가물이나 화학 성분이 오히려 더 큰 환경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환경 컨설팅 회사 트레이악(Trayak) 컨설턴트 앨리슨 욘츠(Alison Younts) 역시 “생분해 가능 여부는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포장재에 ‘생분해성’이라고 표기되어 있더라도 분해에 걸리는 시간, 성분의 안전성, 분해 수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라고 지적한다. ‘퇴비화 가능(Compostable)’이라는 표기 역시 실효성이 크지 않다. 퇴비화 인증 마크가 붙어 있더라도 실제 분해가 가능한 곳은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가정이나 지역 단위에서는 사실상 활용이 어렵다. 수거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퇴비화 시설은 10곳 중 1곳에 불과하다는 테라사이클의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버리면 다 좋냐고? 글쎄
플라스틱 공해는 인류가 직면한 큰 위기다. 해결책으로 제시된 플라스틱 대체 소재 역시 상황에 따라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유리나 알루미늄, 종이 등 다른 소재로 바꾼다고 해서 탄소발자국이 확실히 줄어든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은 상대적으로 재활용률이 높고, 오염만 되지 않는다면 거의 무한히 재활용할 수 있으며, 무게도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알루미늄의 실제 재활용률은 35% 수준에 그친다. 플라스틱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다시 말해 소재 하나를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소비자가 얼마나 꾸준하고 성실하게 분리배출과 재활용에 참여하느냐 역시 중요한 변수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3R(Reduce, Reuse, Recycle) 원칙 중 첫 번째인 ‘줄이기(Reduce)’. 애초에 덜 소비하는 것이다. 꼭 사야 한다면 포장재 사용을 최소화한 제품을 골라보자. 내용물만 추가로 구매하는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테라사이클이 운영하는 순환형 재사용 프로그램 ‘루프(Loop)’ 역시 대안으로 꼽힌다. 샴푸나 화장품, 세제 등의 용기를 수거한 뒤 이를 세척해 다시 사용하고, 내용물만 채워 재배송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빈 용기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고, 업체는 회수한 용기를 세척해 다시 유통하며 선순환이 된다. 더불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기 전, 충분한 사전 조사를 하는 습관을 들이자. 최근 많은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돈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환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브랜드를 선택해 의미 있는 소비를 해보자.
그린블루가 설립한 지속 가능한 포장재 산업 협의체(Sustainable Packaging Coalition, SPC)와 일하는 기업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하우투리사이클(How2Recycle)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에게 올바른 재활용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기업이 더욱 지속 가능한 포장 솔루션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어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려는 브랜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사이먼 피시바이허(Simon Fischweicher)는 “CDP는 기업에게 탄소 배출과 환경 경영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청합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기업의 환경 성과를 투명하게 평가할 수 있는데요.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패키징의 제품을 구매하는 행동이 쌓이면 그 기업은 변화할 수밖에 없어요. 투자자들이 소비자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는 이유죠. 한 명의 행동으로 인해 당장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많은 사람이 그런 선택을 반복한다면 미래가 달라질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작은 행동이 모이면 힘이 생기고, 그 힘은 결국 기업을 움직인다. 우리의 소비가 조금 더 현명해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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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BETH SHAPOURI
- 포토그래퍼
- 정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