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ING

최신 데님 트렌드와 꾸꾸꾸 스타일링 비법

2026.04.08최정윤

과거에도 미래에도 데님은 옳다.

유해한 화학물질과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면으로 제작한 데님 원피스는 65만원, 재생농업 관행을 도입한 농장에서 공급받은 면 소재의 데님 숄더백은 89만원, 토끼 백 참은 39만원, 당근 백 참은 가격미정 모두 코치(Coach).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타입 II’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벌룬 슬리브 데님 재킷은 16만9천원, 부츠컷 데님 팬츠는 15만9천원 리바이스(Levi’s). 알루미늄 러기지 백은 2백68만원 리모와(Rimowa).

스타일을 결정짓는 한 벌

데님이 재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하나의 소재로 전혀 다른 스타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청이라도 브랜드가 선택한 실루엣과 워싱, 마감 방식에 따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포멀과 오프 듀티의 경계가 흐려진 지금, 데님은 스타일을 가장 간결하게 보여주는 옷이 됐다. 클래식한 스트레이트 핏은 단정하고 포멀한 무드를 만들고, 과감한 워싱이나 해체된 디테일은 거칠고 실험적인 스트리트 룩을 완성한다. 결국 하늘 아래 같은 데님은 없다. 이 작은 차이가 브랜드의 개성과 시대의 취향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전통적인 데님 브랜드와, 데님으로 새롭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브랜드의 차이는 흥미롭다. 먼저 오리지널 데님 브랜드는 여전히 데님의 원형을 기준으로 삼는다.

리바이스는 501과 같은 상징적인 스트레이트 핏을 중심으로 데님의 기본 구조를 지킨다. 실용성과 오래 입을수록 몸에 맞게 길들여지는 특유의 매력을 기반으로, 리페어와 리세일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오래 입는 옷’이라는 데님의 본질을 강조한다. 캘빈 클라인 역시 90년대 감성을 담은 배기 진, 새롭게 재해석한 트러커 재킷을 전면에 내세웠고, 타미 힐피거는 브랜드 특유의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과 세련된 프레피 감성을 담아 훨씬 가볍고 경쾌한 무드의 데님을 풀어낸다. 그리고 셔츠나 니트, 블레이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해 일상에서 반복해 입는 유니폼 같은 존재로 연출한다.

반면 데님으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브랜드도 눈에 띈다. 코치는 빈티지한 아메리칸 무드와 뉴욕 현실적인 스타일을 결합해 데님을 도시적인 옷으로 재해석하고, 장인정신이 깃든 스니커즈로 일상에 먼저 스며든 골든구스는 새것처럼 말끔한 옷보다 이미 시간이 깃든 듯한 데님의 질감을 강조하며 소재가 갖춘 자연스러운 멋을 드러낸다. 디자이너들의 접근은 더욱 실험적이다. 디젤은 시각적 레이어를 만드는 트롱프뢰유 기법과 예상 밖의 커팅 등 하드코어하게 정제된 데님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며, 아크네 스튜디오는 북유럽 특유의 정제된 감각 위에 비틀린 비율과 색감을 더해 아트적으로 재구성한다. 

데님을 바꾸는 기술

데님이 환경 논쟁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막대한 물 사용과 화학 공정, 미세섬유 배출 문제까지 다양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데님 산업은 오래전부터 변화의 필요성을 마주해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브랜드와 산업은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직관적인 접근은 업사이클링이다. 최근 컬렉션에서도 디자이너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를 풀어냈다. 마린세르는 빈티지 청바지를 해체해 패널 단위로 다시 이어 붙인 패치워크 팬츠와 워크 재킷을 선보였다. 버려진 의류를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는 이 방식은 데님이 단순한 소재를 넘어 순환적인 패션 모델을 실험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리바이스 501을 해체해 새로운 핏의 청바지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시작한 리던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각각의 제품은 서로 다른 워싱과 흔적을 지니며 하나의 청바지가 고유한 개성을 갖는다는 특징을 강조한다.

한편 데님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레디 투 웨어 및 데님 컬렉션의 70% 이상을 자연에 영향을 덜 끼치는 데님으로 채운 디젤은 ‘리햅 데님’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재단 과정에서 남는 원단 조각과 재활용 섬유를 다시 실로 만들어 원단에 활용하고, 텐셀 리오셀과 재활용 면을 결합해 물과 화학물질 사용을 줄여 순환 구조를 강화한다. 공정 자체를 바꾸는 브랜드도 있다. 유니클로는 201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최첨단 기술과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모인 ‘진 이노베이션 센터(Jeans Innovation Center)’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개발된 블루사이클 워싱 기술은 오존과 레이저를 활용해 전통적인 스톤 워싱을 대체하며 데님 워싱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을 최대 99%까지 줄인다.

기술 영역에서도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데님 산업에서는 염색과 워싱 공정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산기술이 등장했으며 물 사용을 크게 줄이는 워터리스 또는 저수 염색 기술이 주목받았다. 이런 기술은 밀라노에서 열리는 <데님 프리미에르 비종> 같은 산업 행사에서 공개되며 브랜드와 섬유 기업이 공유하는 주요 연구 분야가 되고 있다. 염색 화학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텍스타일 기업 아크로마는 최근 ‘데님 헤일로’라는 전처리·염색 시스템을 공개했다. 기존 인디고 염색 과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줄이고 레이저 워싱과 결합하도록 설계한 기술이다. 물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서도 데님 특유의 색감과 워싱 효과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 럭셔리 그룹 차원에서도 소재 혁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케링은 밀라노에 ‘머티리얼 이노베이션 랩’을 설립해 새로운 섬유와 생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밀라노 패션위크에서는 이 연구를 기반으로 한 ‘에스 스타일 데님 랩(S|STYLE Denim Lab)’ 프로젝트도 공개됐다. 세계 각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물 사용을 줄인 염색 기술과 화학물질을 최소화한 워싱 공정, 재생농업에서 재배한 면 등을 활용해 새로운 데님 디자인을 선보이는 실험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데님을 바꾸는 기술은 단순한 소재 혁신을 넘어 생산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염색과 워싱, 원료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서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데님은 이제 패션산업에서 기술 혁신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소재 중 하나가 되었다. 

    포토그래퍼
    정원영
    아트 디자이너
    임정은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