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활동가들의 에코 프랜들리 뷰티 루틴
우리는 정말 지속 가능해질 수 있을까? 덜어낼수록 아름다운 지구를 살린다고 믿는, 기후 활동가 11명이 말하는 미니멀 뷰티 루틴.

내가 남기는 쓰레기가 내 허영심의 투영이라면, 나는 단연 허영의 ‘끝판왕’이다. 아침에 일어나 세안을 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피부 탄력에 좋다는 희귀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세럼을 얼굴에 듬뿍 바르는 것이다. 한때 푸른 하늘 아래 녹색 초원에 피어난 식물이, 어느 순간 실험실에서 고농도로 추출돼 몇 차례의 임상시험을 거쳐 이렇게 내 화장품 병에 담기게 된 과정을 잠시 상상해본다. 그다음 미세플라스틱 성분을 포함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컨실러를 조심스레 펴 바른다. 마지막에는 석유로 만든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일회용 플라스틱 렌즈를 착용해야 비로소 아침 루틴이 완성된다. 안경도 있지만, 그저 렌즈가 더 좋다는 이유로 꾸준히 착용하고 있다. 이러한 취향 탓에, 매일 플라스틱 조각 2개가 쓰레기통을 거쳐 망망대해로 흘러 들어가 영겁의 시간 동안 수면 아래 잠기고 있을 거다.
일상에서 행하는 이런 일련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늘 불편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뷰티업계는 자연에서 많은 것을 가져가 결국 쓰레기로 되돌려준다. 스킨케어 제품의 대부분은 화석연료로 만든다.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포장 소재 역시 해양오염의 주범이지만, 폐기물 처리에 대한 적절한 규제나 인식은 부재하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배출의 70%가량이 자원 처리 및 사용과 관련해 발생하는데, 이 자원에는 립밤과 보디워시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각종 광물과 바이오매스, 화석연료 등이 포함된다.
환경보호에 있어 개개인의 작은 실천을 강조하며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탄소발자국’이라는 개념이, 놀랍게도 영국 석유 기업 BP가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려고 만든 치밀한 마케팅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나아가 화장품 업계가 이런 석유화학 산업을 지탱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깊은 내적 갈등에 빠진다. 이쯤 되면 화장품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덜 사용해야 한다는 걸 인지했을 것이다. 매일 새로운 뷰티 브랜드가 론칭하고 기존의 브랜드도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화장품을 담는 데 사용하는 경질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도 당연지사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질문은, 아름다운 지구를 지킬 희망이 아직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나처럼 허영심 가득한 인간도 행동에 나서야 하는가’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뭐라도 시도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래서 당장 편집장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속 가능한 뷰티 루틴’을 실천하는 과정의 기사를 제안했다. “환경 전문가를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이미 지속 가능한 뷰티 루틴을 실천하고 있는 그들의 생생한 경험담 말이야.” 편집장의 제안이 더 낫다고 판단한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일회용 제품에 둘러싸인 현실에서 플라스틱과 석유화학 제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꽤 필요하고 멋진, 가치 있는 행동 아닐까?
1 캐스린 켈로그(Kathryn Kellogg),
콘텐츠 크리에이터 및 ‘고잉 제로 웨이스트(Going Zero Waste)’ 창립자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아이템 몇 벌로만 구성된 ‘캡슐 옷장’처럼 화장품 역시 손이 자주 가고 내 피부에 잘 맞는 몇 가지만 선별해 최소한으로 남겼다. 드라이 샴푸 같은 제품은 직접 만들어 쓴다. 칡가루와 코코아가루를 섞으면 끝! 내 머리색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비율을 맞춘 뒤, 작은 소금·후추통에 넣어 사용한다.
2 샐리 브라운(Sally Brown)
워싱턴대학교 환경대학 연구 교수
향도 좋고 모발 굵기 개선에도 효과적이라고 해서 구매한 샴푸가 하나 있었다. 250ml 용량을 다 쓴 뒤 ‘한 병 더 사야겠다’고 알아보다 950ml 대용량으로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로는 대용량 제품만 구매한다. 더 오래 쓸 수 있고 그만큼 포장 용기도 덜 사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3 니콜 로어(Nicole Loher)
‘아이디어스 온 퍼포스(Ideas On Purpose)’ 지속 가능성 전략가 및 뉴욕대학교 겸임 교수
일회용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외부 포장이 없는 제품만 사용한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고체 비누를 시작으로, 요즘은 고체 형태로 나오는 고품질의 클렌저와 샴푸, 세럼도 시중에 많으니까. 개인적으로는 ‘블룸 젤리(Bloom Jelly)’의 세럼 바를 즐겨 쓴다. 스타터 키트를 주문하면 틴 케이스에 담겨 오지만, 그 후로는 리필용 제품만 구매해 기존 케이스에 채워 재사용할 수 있다.
4 이사이아스 에르난데스(Isaias Hernandez)
기후 교육가 및 ‘퀴어 브라운 비건(Queer Brown Vegan)’ 창립자
나는 2가지 제품만 사용한다. 하나는 오일이다. 로즈메리 향 오일을 머리카락과 피부의 건조한 부위에 수시로 바른다. 가끔 관리가 필요한 부분에 괄사 마사지기로 문질러 흡수시키기도 한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관리 기술로, 특별한 기술 없이도 피부에 제품이 흡수되는 것을 돕는다. 두 번째는 ‘부주 스킨(Buju Skin)’의 ‘언더 아이 앤 립밤’이다. 포장지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숍에서 구매했는데, 시어버터, 코코넛 오일, 칸데릴라 왁스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5 케이티 레드퍼드(Katie Redford)
변호사 및 ‘이퀘이션 캠페인(Equation Campaign)’ 사무총장
‘내가 사용하는 제품은 충분히 재활용 가능하다’는 추악한 거짓말로 내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지는 않다. 특히 기후 온난화의 주범인 석유·화학 기업이 수년에 걸쳐 수백억원을 들여 만들어낸 거짓말에 더 이상 속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환경을 위한 3R 운동 중에서도 ‘재사용(Reuse)’에 집중한다.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리필 매장 ‘풀필러리(Fullfillery)’에서 샴푸, 비누, 로션은 물론 청소 세제까지 한 번에 산다. 산업공해로 삶의 터전을 잃거나 피해를 본 사람을 평생 변호해온 인권 및 환경 변호사로서, 이런 리필 매장의 등장은 환영할 일. 화석연료 없이도 내 몸과 집을 지킬 수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리필 매장 사업주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같은 여성으로서 뿌듯함도 준다.

6 알리사 페트로소바(Alisa Petrosova)
기후 연구소 ‘굿 에너지(Good Energy)’ 연구 부국장
화장품 소비를 많이 줄였다. 화장실 수납장을 열 때마다 빼곡한 화장품을 보며 ‘이 모든 걸 언제 다 쓸까?’ 하며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제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쓰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제품에 마땅한 도리를 다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작년부터는 피부 관리사와 상의해 피부에 바르는 제품 수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제품을 바르지만, 사실 바르는 만큼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피부 관리사가 조언한 만큼 지금은 그가 내 피부에 맞게 직접 조제해준 제품을 사용하고, 다 쓰면 다시 처방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피부를 관리한다.
7 크루파 코에스틀라인(Krupa Koestline)
화장품 화학자 및 ‘KKT 컨설턴츠(KKT Consultants)’ 창립자
내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무수물(건조) 제품이다. 이런 고체 제품을 사용하면서 화장품 소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 비누 형태의 샴푸 바는 일반 액상 샴푸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저렴해 효율적이다. 특히 요즘 나오는 샴푸 바나 컨디셔너 바는 머리를 뻣뻣하게 하는 일반 비누와는 제품력 자체가 다르다. 기존에 쓰던 고급 제품과 비슷한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우리 집은 ‘헬로(Hello)’의 고체 핸드솝 캡슐을 사용하는데, 제공한 용기에 알약 형태의 비누를 넣고 물만 부으면 풍성한 거품이 난다. 같은 용기에 계속 사용할 수 있어 편하기까지 하다. 우리 집 화장실에는 모두 이 제품들로 구비되어 있다. 작지만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이다.
8 캐리 허치슨(Carrie Hutchison)
‘리와일드(Re:wild)’ 마케팅 및 브랜드 총괄 디렉터
‘생물다양성’이란 생태계 안에서 서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동물, 여러 균주와 토양, 자원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공생관계다. 인간의 몸도 다르지 않다. 나는 오랫동안 습진으로 고생했는데, 여러 치료 방법을 시도해본 끝에 내린 처방은 내 몸이 스스로 자연 치유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생태계를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뷰티 루틴을 대폭 줄였다. 너무 자주 씻어 건조하던 피부를 위해 샤워 횟수를 줄였고, 소량의 모이스처라이저만 바른다. 내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면, 본래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마스카라 같은 작은 사치 정도는 부린다.
9 리디아 맥멀런-레어드(Lydia McMullen-Laird)
오디오 프로듀서 및 ‘ZeroWaste.org’ 창립자
단계별로 뷰티 선택지를 줄여가보길.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생략한다. 그 다음, 성분표가 깔끔한 제품을 고른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안전한 성분으로만 구성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하는데, 코코아 파우더를 브론저로 활용하기도 한다. 가장 이상적인 제품은 대용량 코코넛 오일이나 고체 샴푸 바처럼 불필요한 포장이 없는 거다. 포장이 필요하다면 유리병, 종이, 금속 용기에 담긴 제품을 택하고, 플라스틱 용기는 무조건 피한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사실상 재활용이 어려운데, 우리가 버리는 플라스틱 중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단 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 에이미 지프(Amy Ziff)
친환경 인증 프로그램 ‘메이드 세이프(Made Safe)’ 창립자
우리는 ‘소유’로 가치를 규정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결국 마케팅 술수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피부와 건강에 좋다는 기능성을 내세운 제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와중에, 그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내가 항상 강조하는 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제품 사용 빈도를 줄여야 한다는 거다. 나도 어릴 때는 샴푸와 컨디셔너를 매일 빠짐없이 썼다. 하지만 두피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유분만으로도 충분히 부드러운 머릿결을 유지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컨디셔너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데, 불필요한 제품 하나를 줄였다는 사실이 무척 만족스럽다.
11 시예 바스티다(Xiye Bastida)
기후 정의 활동가 및 ‘리-어스 이니셔티브(Re-Earth Initiative)’ 공동 창립자
기후 위기와 관련해 전체 시스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중요하다. ‘재활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환경 파괴의 주범인 플라스틱 생산 업체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만들어낸 방어 전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체적인 소비자로서 기업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물론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소한 행동도 몇 가지 있다. 우선 무료 증정품은 일절 받지 않는다. 머리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감는다. 베개 커버는 피부와 머리카락에 자극이 덜한 부드러운 새틴 소재로 바꿨다. 아침에 세안할 때는 클렌징폼 없이 물로만 씻는다. 그 후 세럼과 모이스처라이저, 선크림만 바른다. 걱정하지 마라. 아직까지는 이렇게만 해도 피부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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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BRENNAN KILBANE
- 포토그래퍼
- 정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