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섭
하와이 커버 화보 촬영 후 다시 만났네요. 호놀룰루 공항에서 기념 티셔츠를 잔뜩 사서 스태프에게 선물했었죠. 여전히 그 티셔츠 가지고 있어요?
하하, 당연히 가지고 있죠. 추억이 되더라고요. 제가 안 버린 옷들은 거의 여행 가서 산 것들이에요. 진심으로 제 인생에서 손꼽히는 화보 촬영 중 하나예요.
그 후로 2년여의 시간이 흘렀어요.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그때보다 좀 더 삶에 대한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금전적 여유가 아니라, 어떤 일에 휘둘리지 않고 점점 저만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이 드는 게 행복해요.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웃음)
스물여덟에서 서른이 되며 느낀 변화인가요?
어릴 때부터 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어요. 20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저는 절대 안 돌아갈 것 같아요. 원래 서른을 기다렸는데, 제가 상상한 만큼 좋았어요. 구체적인 그림은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계속해서 나아질 거라는 느낌이 있어요. 여유도 생기고, 스스로를 돌아볼 객관적인 시선도 생기고.
객관적으로 보다 보면 스스로에게 너무 냉정해질 때도 있지 않나요?
지금은 그게 필요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사실 ‘포기’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근데 ‘포기’ 안에는, ‘더 명확하게 보다’라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한 발자국 뒤에 물러서서 다 별게 아닐 수도 있다. 혹시 내 고집 때문에 나만의 시선에 갇히지 않았나. 지금은 굉장히 많은 걸 포기하면서 살고 있어요.(웃음)
긍정적인 포기네요.
맞아요. ‘그만둔다’가 아니라, 이걸 그만둠으로써 더 많은 것이 보이게 되는 거죠.
최근에는 뭘 포기했어요?
되게 사소한 건데, 제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요새 칼질 연습을 하고 있어요.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칼질이 있는데 잘 안 됐어요. 그걸 잠깐 내려놓고 다른 걸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런 게 일상에 녹아 있는 작은 포기인 것 같아요.
서른을 앞두고 한참 생각이 많았군요?
스스로에 대한 색안경을 조금 벗은 시기였던 것 같아요. 저는 ‘CCTV 뷰’라고 하는데, 그렇게 저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난 어떻게 보이는 사람이지?’ 고민하는 시기요.
‘CCTV뷰’라는 표현이 재밌네요. 안효섭이라는 사람이 어때 보여요?
생각보다 키가 커요. 저는 제가 되게 작아 보인다고 생각거든요.(웃음)
객관적으로 확실히 키가 크죠.(웃음) 언제나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잖아요. 그런 일이 여전히 재미있나요?
예상 밖의 일을 굉장히 환영하게 됐어요. 그것도 제 변화 중 하나예요. 해보니 그런 일들이 큰 매력이 있더라고요. 예상치 못하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되고, 새로운 걸 받아들이게 되고,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너무나 즐거워졌어요. 제가 한 발자국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도 저를 끌어내주지 않더라고요. 갑작스러운 일들이 그 당시에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도 결과적으로는 다 제 피와 살이 되고, 결과적으로는 모든 과정이 저를 이룸에 있어서는 다 필요한 과정이 됐어요.
그러면 이제 훨씬 열린 마음이 되었나요?
요새 그래요. 예전에는 안 한다고 했을 일들도, 요즘은 더 적극적으로 한다고 해요.
불과 1주일 전에는 파리에서 생 로랑을 입고 파파라치 사진을 잔뜩 찍고 있었죠. “찾았다, 얼루어!” 이런 콘텐츠도 찍으면서. 그런 모먼트도 재미있나요?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하는 게 좋아요.(웃음) 생 로랑을 좋아해서 그냥 즐겁게 갔거든요. 팬분들 뵌 지도 엄청 오래되었는데, 바리케이드 밖에 생각보다 많은 팬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놀라고 감사했어요. 한동안 TV 노출이 많이 없어서 잊혀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놀라웠고 정말 행복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었을 <케이팝 데몬 헌터스> 목소리 연기도 계속 회자되고 있어요. 그로 인해 대중들도 효섭 씨가 영어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죠.
영어로 연기한 적이 없어서 저 스스로도 어떨지 궁금했거든요. 재미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서 한 건데. 감사한 작품이에요. 작품이 잘돼서 좋은 것도 있지만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꿈을 이룬 느낌이었어요.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던 효섭 씨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나요?
딱 그랬어요. 제가 어린 시절 보고 느낀 행복한 감정을, 이번에는 제가 주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어요. 정말 특별한 경험이죠.
새 작품으로 <오늘도 매진했습니다>(이하 <오매진>)을 선택했습니다. <너의 시간 속으로>와 <사내맞선> 이후 다시 로맨스에 젖어드는 과정은 어땠어요?
너무 좋았어요. 원래도 코미디를 좋아해요. 다른 장르보다 로코는 현장이 훨씬 밝아요. 모난 사람 한 명 없이 즐겁게, 신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게 즐거웠어요. 로코 장르에서는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케미’나 툭 튀어나오는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도움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같이 얘기하면서 만들어가다 보니 촬영이 재미있었어요.
로맨스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 현실에 있는 피곤한 일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것. 꼭 로맨스가 아니어도 좋은 작품은 다 그런 것 같아요.
대본을 읽었을 때 그런 작품으로 느껴졌나요?
그때 정말 많은 대본을 봤는데, 이 대본은 유독 편안했어요. ‘쉬어 갈 수 있는 작품이겠다’ ‘지금 나처럼 보시는 분들이 분명 잠깐 쉬어 갈 힘이 될 수 있는 작품이겠다’ 싶었죠, ‘매튜 리’는 자기만의 무게감이 있는 사람에요, 크게 나쁜 사람도, 크게 좋은 사람도 없는 정말 농촌 어디에서 살고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 같아서 좋았어요.
이번 매튜 리의 직업은 농부죠. 집에서 식물을 길러요?
최근에 2.2m짜리 엄청 큰 벵갈고무나무를 샀어요. 트리를 치우면서 좀 허전해서.
하하, 크리스마스마다 트리를 장식해요?
매번! 제게는 1년 중에 제일 소중한 세리머니 같은 건데.(웃음) 완전 예쁘게 꾸며요. 오너먼트도 골라서 사고, 불도 켜고 그걸 2월까지 둬요. 그 자리가 허전하더라고요.
잘 기를 자신 있어요? 요즘은 ‘식집사’라고 하는데.
그 고민을 엄청 많이 하고 산 거예요. 20년 넘게 같이 살아야 하니, 가지치기까지 배우고 가져온 거라서 자신 있어요. 나무가 진짜 크고 물도 진짜 많이 먹어요.
하하, 농부 역할이니 한동안 ‘자연인’으로 살았겠네요.
거의 농촌에 살았죠. 뷰가 정말 좋았어요. 가끔 촬영하다가 너무 힘들 때 딱 앞을 보면 너무 예뻐요. 다만 무더위, 이건 예상치 못했어요. 예상해야 됐는데.(웃음) 매튜는 ‘흰꽃누리버섯’이라는 가상의 버섯을 열과 성을 다해 길러요. 한국에서 저밖에 갖고 있지 않아 ‘담예진’이 저를 찾아오죠.
그렇게 채원빈 씨와 만나게 되는군요. 두 분 호흡이 잘 맞았나요?
선후배 이런 걸 떠나서 한 동료로서, 한 작품을 같이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 정말 좋았어요. 원빈 씨는 본인이 자신의 매력을 알아요. ‘담예진’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만들 줄 알아서 상대 배우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었죠. 전 작품을 인상 깊게 봤는데 로코에서 또 색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매튜 캐릭터에서 가장 공감되는 점은 뭐였어요?
‘겉바속촉’. 이게 대사에도 나오는 건데, 겉으론 차가워 보여도 사실 마음만큼은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렇게 차가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옆에서 보니까 거기에 대한 안쓰러움도 있었어요. 뭔가 지켜주고 싶은 느낌? 매튜는 자꾸 본인이 지키려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는 매튜도 지킴을 받아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희 작품 제목이 <오늘도 매진했습니다>잖아요, ‘매진’이라는 말 안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열과 성을 다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느꼈어요.
다시 로맨스 연기를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나요?
자칫 잘못하면 오글거리고 안 하기에는 로맨스 같지 않고. 그 아슬아슬한 밸런스가 정말 어려웠어요. 저랑 감독님은 너무 ‘T’, 원빈과 프로듀서분들은 다 ‘F’. ‘좀 더 해줘’와 ‘이거면 충분해’의 팽팽한 싸움이었죠. 그 안에서 합의점을 찾았어요.(웃음)
그러면 어느 정도 선에서 결정돼요?
결국에는 ‘그 캐릭터랑 맞느냐’인 것 같아요. 이 행동을 했을 때 갑자기 ‘로맨스를 위한 로맨스 아니냐’라는 생각이 든다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꾸준히 만나고 있죠. 다음에는 우리가 무슨 얘길 하면 좋겠어요?
우선 편안한 근황 토크를 하고 싶어요, 수다라면 수다 같은. 또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싶어요. 물론 항상 더 성장한 모습으로 뵙고 싶고요. 어릴 때부터 저는 배움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컸어요. 지식적인 면이든, 자아성찰적인 면이든, 그런 마음이 순수하게 남아 있으면 좋겠어요.
채원빈
<오매진>에서 톱 쇼호스트 담예진 역할을 맡았어요. 학생이나 원빈 씨 또래를 주로 연기한 이전 작품과는 다른 역할인데, 어떻게 준비했나요?
맞아요. 예진이랑 저는 나이 차이도 있고, 감독님도 제 실제 나이가 은연중에 자꾸 보인다고 하셔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담예진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인물이고, 게다가 홈쇼핑 쇼호스트라는 특수한 직업이다 보니 그걸 제 것처럼 습득하고 친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어요.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춤과 노래를 연습해야 했던 것처럼, 쇼호스트 역할을 하기 위한 실질적인 ‘훈련’도 했나요?
실제 방송 현장에도 가봤는데 굉장히 많은 걸 짧은 시간에 해내야 하더라고요. 정해진 시간 내에 반응이 어떤지 보면서 질문도 하고, 말이 끊기지 않도록 매끄럽게 진행하는 기술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연구를 했어요. 제가 본 현장은 선글라스 방송이었는데, 보고 있다 보니 정말로 사고 싶어지더라고요.(웃음) 연기할 때도 ‘진짜 좋은 건데 한번 써봐’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예진이가 데뷔 7년 차인 채원빈이라는 배우를 홍보한다면, 어떤 요소가 가장 주력 포인트가 될까요?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 거기에서 비롯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오매진>은 어떤 부분을 사랑했나요? 어떤 걸 전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을지.
굉장히 따뜻하고 귀여운 드라마예요. 위로를 전하기도 좋고, ‘피식’ 웃음이 나올 만한 귀엽고 재미있는 지점도 많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물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한명 한명 생동감이 넘쳐요. 정말 어딘가에는 덕풍마을이 있고, 그곳에 이 인물들이 살고 있을 것 같았어요. 촬영하며 정이 많이 든 작품이에요.
청년 농부 매튜 리(안효섭 분)와 마을 실세 송학댁(고두심 분)이 있는 덕풍마을을 찾아 서울을 벗어날 일도 많았을까요? 좋았던 점이 있어요?
네!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좋았어요. 물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이파리가 만들어내는 소리 등등. 경적 소리 대신 그런 소리들이 들리더라고요. 촬영하다가 반딧불이도 봤어요.
인스타그램에 나뭇가지를 물고 있는 까치 사진을 올렸잖아요. 그것도 촬영 중에 발견한 장면인가요?
서울에서 촬영한 사진이긴 했는데, 정말 귀엽죠? 또 까치마다 성격이 보이잖아요. 자기 몸집에 비해 말도 안 되게 큰 가지를 물고 무리하는 ‘친구’가 있는데, 사진 속 친구는 내구성이 좋을 것 같은 촘촘한 작은 가지를 물고 있죠. ‘그래, 네가 지은 집은 되게 튼튼하겠다’ 싶었어요.(웃음)
예진 캐릭터의 어떤 면에 이입했나요?
예진이한테 완벽주의 성향이 조금 아니, 많이 있어요. 저도 워낙에 생각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면 시작하는 것도 싫어하는 면이 있어서 그런 점이 공감이 갔어요. 그로 인해 본인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예진이를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고요.
하지만 연기는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분야이기도 하죠.
그래서 너무 많은 걸 준비하려고 애쓰기보다 이 장면에서는 이것만은 꼭 전하자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가고는 해요. 그러면 현장에서 뭔가 변수가 생겨도 엄청나게 당황스럽지는 않더라고요.
연출을 맡은 안종연 감독은 전작 <강매강>에서 따뜻하고 유쾌한 감각을 보여줬어요. <오매진>에도 그런 요소가 있을지 기대하게 됩니다.
감독님이 워낙 재미있는 분이세요. 저희끼리도 촬영하면서 즐거웠고, 그런 색이 묻어나온 장면도 있어요. 현장에서 어떻게 더 웃기게 할까 욕심이 생겨요. 또 저희 ‘매튜 리’ 선배가 정말 아이디어가 넘치거든요.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셨고 저도 개그 욕심이 있어 재미있었어요. 망가지는 장면 같은 것도 즐겁게 촬영했어요.
안효섭 씨와는 어떻게 호흡을 이뤘어요?
매튜와 예진이는 너무나 달라요. 뭔가 맞춰나갔다기보다는 저는 저대로 돌진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웃음) 나중에 후회는 없도록 이렇게 해볼까요, 저렇게 해볼까요 하며 여러 시도를 최대한 해보면서요.
오늘 촬영장은 어떨지도 혹시 상상해봤나요? 작품 이슈로 커플 화보를 촬영하는 건 처음인데.
아, 오히려 촬영에 관해서는 상상하지 않습니다. 미리 생각하고 준비했다가 오히려 힘든 적이 많았거든요.
작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방송부문 여자신인상을 수상했을 때 ‘연기가 자신을 두렵게도 하고, 벅차오르게 하기도 한다’라고 했어요. 어떤 점 때문인 것 같아요?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나 이 상황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상대 배우에게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은 것 같으면 여전히 좀 두렵고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표현이 잘 안 될 때도 두렵죠. 하지만 또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느껴지면, 그 순간이 벅찬 기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시상식은 이야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잖아요. 수상자로만 나선 게 아니라 ‘SBS 연기대상’ 사회를 보기도 했는데, 어떤 경험으로 남았나요?
많은 배우분들이 반짝반짝 한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볼 일이 거의 없잖아요. MC를 맡아 그 모습을 앞에서 본 건 확실히 귀한 경험이에요. 정말 한 작품을 위해 반년에서 1년을 그 세상 안에서 살아온 분들이 한자리에 앉아 저를 바라보는데 정말 뭉클했어요. 나도 저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반짝였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나저나 ‘집순이’라고 한 것 치고는 인스타그램을 보면 여행도 가고, 가까운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종종 잘 보내기도 하더군요. 최근 생겨난 변화일까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여전해요. 그런데 확실히 달라지긴 했어요. 원래 여행 가는 것도 항상 미루는 편이었거든요. 지금은 시간이 허락할 때 가고 싶은 곳은 최대한 다녀오자는 주의로 바뀌었어요. 가야겠다 싶으면 출발 비행기표를 무작정 잡아두기도 하고요. 정말 일상을 벗어나야 보이는 것이 있더라고요. 그런 경험 자체가 귀하다는 것, 내일이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다녀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좋은 변화네요. 나이도, 역할 비중도, 조금씩 현장에서 책임감이 커지는 지금, 촬영장에서 변한 것도 있겠죠?
맞아요. 제가 2001년 생인데, 이제 스태프분들 중에 저보다 어린 분도 계시더라고요! <오매진> 촬영장에서는 현장에서 지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예전에는 에너지가 소진되면 구석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곤 했어요. 의자에 앉는 것보다 그게 더 편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히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스태프분들과 수다도 떨고 힘을 내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얻는 에너지가 더 컸어요.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이기도 했고요. 정말 저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시기 같아요.
잘못된 길을 택했다가, 그걸 바로잡으려고 했던 영화 <야당>의 엄수진 역할도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까지 작품 중에서 어떤 캐릭터를 가장 좋아해요?
제 작품 중에 <순정 복서>라는 복싱 드라마가 있는데요. 여전히 힘에 부칠 때 그 작품 생각을 자주 해요. 그때 연기한 한아름이라는 캐릭터는 제가 만난 인물 중 가장 끈기 있고 멋진 인물이거든요. 아름이를 생각하면 ‘그래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이 들면서 힘을 내요.
지금의 나, 채원빈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고생했다! 어떤 작품이든 대본을 처음 보면 항상 ‘어떻게 해야 하지’ 싶은 장면이 꼭 있거든요 그래도 그때마다 늘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져서 해냈어요. 그건 좀 잘해왔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 포토그래퍼
- 채대한
- 스타일리스트
- 허다겸(안효섭), 이혜영(채원빈)
- 헤어
- 최무진(안효섭), 박미형(채원빈)
- 메이크업
- 김수연(안효섭), 정보영(채원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