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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쁘띠’ 워치를 눈여겨 봐야 할 이유(2)

2026.03.11최정윤

작디작은 다이얼은 손목 위에 여백을 남긴다. 그 여백은 시간을 대하는 주체가 여전히 자신임을, 매 순간 상기시킨다.

커넬리안 소재의 펜던트 뒤로 마더 오브 펄 다이얼을 숨긴 ‘알함브라 시크릿 펜던트’ 워치, 무당벌레와 플라워 모티프의 ‘럭키 스프링 비트윈 더 핑거’ 링은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리넨 소재 톱은 버버리(Burberry).
1930년대 로베르 뒤마가 디자인한 여성용 백 디자인에 상징적인 자물쇠 모티프를 결합한 ‘켈리’ 워치는 에르메스 워치(Hermes Watch). 데님 재킷과 팬츠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새틴 스트랩을 매치한 ‘틸다의 보우 다이아몬드’ 워치, 멀티 셰이프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틸다의 보우’ 이어링, 파베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스파이럴’ 밴드 링은 모두 그라프(Graff). 셔츠 블라우스와 카디건은 아미(Ami).

‘작음’이 ‘선택’되기까지

작은 다이얼이 다시 의미를 얻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여성이 시간을 다뤄온 역사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한때 여성이 “지금 몇 시죠?”라고 묻는 것이 무례로 통하던 시대도 있었다.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을 누구나 자유롭게 드러낼 수는 없었다. 산업과 노동, 정치와 거래를 관리하는 권력으로서 시간은 오랫동안 남성의 영역에 가까웠고, 여성에게 요구된 태도는 분위기와 흐름에 몸을 맡기는 데 국한됐다. 공개 석상에서 시계를 노골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것을 예의로 여긴 이유다.

이 규범 속에서 초기 여성 워치의 작은 다이얼과 목걸이와 브로치, 반지 안에 숨겨진 구조는 시간을 읽는 행위 자체를 사적인 영역으로 밀어넣어, 시간과 거리를 두기 위한 장치에 가까웠다. 시계를 보는 여성의 모습이 사회적으로 ‘들켜서는 안 되는 것’이었던 셈이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이후다. 전쟁터로 떠난 남성 대신 생계를 이어가야만 했던 여성이 드디어 시간표에 따라 일하고 움직이는 주체가 되면서, 시계는 비로소 실용성과 정당성을 획득한다.

이후 사교계에서 거침없이 시간을 확인하던 1920년대의 코코 샤넬, 매니시한 테일러링과 손목시계를 스타일의 일부로 연출한 1930년대의 마를렌 디트리히, 국제적 공식 무대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1950~60년대 재클린 케네디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대하는 여성의 주체적 선택은 곧 워치 디자인과 산업의 방향을 바꾸는 동시에 성장을 이끌었다. 다이얼을 최소화한 채 진귀한 젬스톤의 밀도를 극대화해 시간보다 중요한 가치를 드러내거나, 초박형 무브먼트를 통해 작은 다이얼 안에 기술을 응축하며 작음을 정밀함의 상징으로 치환한 타임피스들. 이 지점에서 시간은 중심에서 비켜서고, 워치는 하나의 조형물처럼 완성된다.

    포토그래퍼
    임유근
    모델
    이서연
    헤어
    이혜진
    메이크업
    김신영
    어시스턴트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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