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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엣코어에서 ‘안경’이 중요한 이유

2026.02.28김지은

사색하는 얼굴을 완성하는 가장 조용한 장치로서의 안경.

스트레치 캐시미어와 실크 소재 카디건 스웨터, 터틀넥, 트라우저, 캡 토 뮬은 모두 로로피아나(Loro Piana). 가죽 꼬임 디테일의 토트백은 더 로우(The Row). 블랙 프레임 안경은 까르띠에(Cartier). 어깨에 두른 핑크 니트 풀오버는 문달(Moondal).
블론드 하바나 컬러 프레임 안경은 끌로에(Chloe). 올리브 컬러의 클래식 라운드 니트와 라이트 퍼플 컬러의 클래식 라운드 니트는 문달.

요즘 포엣코어(Poet-core)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이는 ‘시인’과 ‘코어’의 합성어로, 서정적이고 지적인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낙낙한 셔츠와 유연한 소재,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결정적으로 안경. 긱시크가 계산된 ‘너드미’를 품는다면, 포엣코어의 안경은 좀 더 따뜻하고 클래식하며 손때 묻은 고전미에 가깝다. 혹여 이름을 모르더라도,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깊이 있는 지성미를 추구하는 세대라면 이미 하나쯤 장만했을 아이템. 그렇다면, 왜 안경일까? 역사 속 지적인 이미지를 남긴 이들을 떠올려보면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장 폴 사르트르, 윤동주, 존 레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지적인 초상 속에는 늘 안경이 함께한다. 

화이트 하이넥 셔츠와 벌룬 스커트, 스카프, 다크 하바나 스퀘어 안경은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동서를 막론하고 19세기 후반 이후 안경은 단순한 시력 교정 기구를 넘어 ‘사유하는 인간’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안경의 역사는 중세 이탈리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대중적 이미지로 자리 잡은 시점은 18~19세기 계몽주의와 산업혁명 이후다. 인쇄 기술의 발달로 독서 인구가 급증했고, 학자와 문필가의 초상화 속 안경은 자연스럽게 지적인 이미지의 표식이 되었다. 특히 둥근 금속 프레임은 합리성과 이성을 상징했고, 얇은 렌즈 너머로 보이는 눈은 사색의 깊이를 투영하는 듯했다. 20세기를 거치며 안경은 예술가와 철학자의 필수 아이템이자 지식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안경은 신체적 결핍을 보완하는 도구를 넘어 진정한 사유를 증명하는 징표가 된 셈이다.

2026년, 포엣코어의 핵심 아이템으로 안경이 재부상한 건 우연이 아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와 알고리즘의 시대에 ‘천천히 읽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의 반영이다. 손에 쥔 스마트폰 대신 종이책과 함께 있을 법한 인상. 안경은 그런 태도를 가장 간결하게 시각화한다. 흥미로운 건, 요즘 ‘느좋’이라 불리는 배우와 아이돌의 이미지 역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과하게 꾸민 섹시함 대신, 말수 적고 생각이 깊어 보이는 분위기. 헝클어진 헤어와 여유 있는 셔츠, 그리고 가는 프레임의 안경. 무대 밖이나 공항, 인터뷰 사진에서 포착되는 순간에서 안경은 단번에 이미지를 정리한다. 차갑지 않고, 똑똑해 보이되 부담스럽지 않은 인상. 포엣코어가 감성에 머물지 않고 지성으로 확장되는 지점, 바로 여기다.

블랙 아세테이트 프레임 안경은 펜디 아이웨어(Fendi Eyewear).

그렇다면 지금 사람들이 찾는 안경은 어떤 얼굴을 만들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과장하지 않고, 유행을 과시하지도 않으며, 얼굴 위에 조용히 자리한다. 가장 먼저, 라운드 메탈 프레임의 가는 금속 테는 가장 고전적인 선택이다. 너무 작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크지도 않은 균형 잡힌 사이즈가 핵심. 은은한 실버나 브러시드 골드 컬러가 좋은데, 이 프레임은 존재만으로 얼굴에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얹는다.

작은 뿔테로 통칭되는 블랙이나 다크 브라운의 슬림한 아세테이트 프레임은 지적 이미지를 더 또렷하게 연출한다. 단, 두께가 과하면 긱시크로 기울 수 있다. 포엣코어라면 살짝 빛바랜 듯한 컬러, 오래 쓴 것 같은 질감이 어울린다. 위쪽만 테가 있는 하프 프레임의 구조는 착용했을 때 더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읽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환기시키며 얼굴의 인상을 부드럽게 정리한다. 첫 단추를 풀고 소매를 걷은 셔츠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 결국 안경은 더 이상 시력을 교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태도를 드러내는 장치다. 사유하는 얼굴, 잠시 멈춰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 포엣코어는 그 욕망을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표현한다. 윤동주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안경은 늘 읽고 쓰는 사람 곁에 있었다. 그리고 2026년, 다시 한 번 안경은 가장 고요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완성한다.

    포토그래퍼
    박배
    모델
    배윤영
    헤어
    배경화
    메이크업
    안세영
    어시스턴트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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