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생 조인성의 얼굴이 80년대생들에게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 대해.

최최조조, 어쩌다 조인성
고백부터 해야겠다. 조인성이 대한민국 여심을 들었다 놨다 하던 21세기 초반, 조인성의 골수팬은 아니었다. 최최조조 정도로 하자. 최애는 최애고, 조인성은 조인성이니까.
조인성에게 반한 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슴슴한 평냉 맛으로 즐겨 보던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2021) 때문이었다. 장사란 걸 해본 적 없는 두 배우가 강원도 시골 슈퍼의 사장이 된 열흘 간의 영업 일기. 조인성은 마지막 날 장사 마감 전 방문한 손님을 위해 라면을 끓이다 조용히 뒷마당으로 나가더니 눈물을 쏟는다. 알고 보니 손님은 슈퍼 사장님. 한참 눈물을 흘린 뒤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조인성은 스태프에게 말한다. “가게가 너무 지저분하잖아.”
분명 친구들이 <발리에서 생긴 일>(2004)을 보며 울 때는 무덤덤했는데, 현실의 조인성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뭐야, 저 오빠. 얼굴 말고 인성으로 사람 울리네?
나에게 빠져 빠져! 21세기 조인성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를 보고 <뉴 논스톱>(2000-2002)의 박경림과 조인성이 떠올랐다. 세상 사람들이 ‘못 생겼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는 미정(고아성)과 그를 어둠에서 빛으로 끌어낸 경록(문상민)의 멜로 때문이었다.
대학 생활에 대한 헛된 환상을 심어 준 드라마는 많았지만, <뉴 논스톱>은 그 정도가 심각했다. 나의 외모 자본과 상관 없이 대학 가면 조인성처럼 세상을 밝혀주는 비주얼의 남자가 나를 따라 다닐 거란 기대… 알고 보니 회장의 숨겨진 아들이란 출생의 비밀까지, 이게 말이 되냔 말이다.
새 천년에 대학에 가야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조인성은 나를 따라다니기는커녕 현실 캠퍼스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21세기는, 20대는 조인성과 함께였다. <피아노>(2001-2002)를 보며 “갱호야 사랑한데이!” 외쳤고, <별을 쏘다>(2002-2003) 속 전도연을 따라 “성태야, 야 구성태!”를 불렀으며, 영화 <클래식>(2003)을 보고 멀쩡한 우산을 버리고 빗속에 뛰어들었다.
남자친구는 군대 보내 놓고 조인성이 군대 가서 얼굴이라도 상할까 봐 진심으로 걱정하던 그 시절 친구들. 당시 과방에서는 이런 대화까지 오고 갔다. “조인성은 인간적으로 면제해줘야 되는 거 아냐?” 그러자 한 남학우가 반박할 수 없게 답했다. “그럼 전지현은 세금 안 내도 돼!”
조인성 따라 터틀넥에 벨벳 재킷을 걸치고, 은갈치 정장에 백팩을 메고는, 뭐 때문인지 정우성 형님과 달리 조인성은 라이벌처럼 경계하던 남자들. 하지만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2006)를 본 뒤 어제의 라이벌은 오늘의 형님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땡벌’ 신드롬. 나는 이미 지쳤어요, 땡벌. (땡벌!)
헤어지자고? 나 조인성인데?
<모가디슈>부터 <밀수>를 거쳐 최근 개봉작 <휴민트>까지, 류승완표 영화에서 전과 다른 얼굴과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조인성. <밀수>에서 함께 연기한 김혜수는 모든 액션이 멋있지만 “가장 멋있는 건 얼굴”이라고 감탄했고, 류승완 감독 역시 <휴민트> 촬영 중간에 전화해 눈빛을 칭찬했다고 한다. 태권도 4단 유단자에 긴 팔과 다리로 선보이는 액션도 멋지지만 액션 또한 결국 연기. 액션의 완성도 얼굴, 액완얼 조인성이다.
1998년에 지오지아 모델로 시작해 벌써 데뷔 28주년. 설 명절을 앞두고 <휴민트>가 개봉한 2026년은 조인성의 해가 될 전망이다. <밀수> 편집본을 보다 조인성을 캐스팅하기로 결심했다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7월 개봉, <휴민트> 촬영 중 류승완 감독에게 전화를 넣어 조인성의 컨디션을 물었다는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도 넷플릭스로 공개될 예정이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조인성은 그 사이 무릎 수술을 했고 예전 같지 않은 체력 저하를 느낀다며 “내근직으로 돌아서야 된다”는 앓는 소리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근무 형태가 아니다. 어딘가 서늘하고 슬픈 그의 눈을 보기 위해 관객들은 극장에 갈 것이고 TV를 켤 테니까. 총을 쏘든 커피를 내리든, 중요한 건 조인성이 눈빛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배우란 사실이다. 그런 의미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