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찰 음식의 명장. 여섯 스님을 만나는 귀한 시간이 시작된다.
우관 스님
한국 사찰 음식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린 우관 스님은 경기도 이천 감은사의 주지다. 대한불교조계종 사찰 음식 표준 교재 작업과 한국 최초로 영문판 사찰 음식 요리책 <Wookwan’s Korean Temple Food>를 펴냈다.

“올바르게 보고 온전한 삶을 이해할 때, 좋은 음식이 완성돼요.”
“여섯 명장이 각자의 사상과 색을 공유하며 얻는 재미, 새로운 지식, 그 모든 걸 받아들이며 서로를 더 존중하고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우관 스님의 이런 열린 마음은 음식에도 반영된다. <공양간의 셰프들>을 촬영하는 내내 우관 스님은 조청과 간장에 조린 가지 방울토마토 조림, 애호박의 속을 파서 두부를 채운 이색 사찰 음식으로 다른 스님들을 놀라게 했다.
사찰 음식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을 만들고, 영문판 사찰 음식 요리책으로 미국 독립출판협회(IBPA)에서 ‘벤저민 프랭클린 어워드 은상’을 수상했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미국, 헝가리 등에서 강연과 시연회를 통해 사찰 음식의 글로벌 확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누구나 쉽게 사찰 음식에 접근하도록 문턱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30대에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들으며 큰 감동을 얻었어요. 영어로 진행되는데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단어로 알아차림의 경지에 오르게 하더라고요. 이 사찰 음식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손쉬운 조리법을 기준으로 알려야 했죠.” 서툰 영어라도 그는 해외에서 통역 없이 밝은 미소와 함께 직접 설명을 이어간다.
“외국 분들은 사찰 음식의 간결함에 놀라요. 최소한의 양념으로 낸 맛의 담백함과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사는 상생, 그 한 그릇에 담긴 불교철학에 감동을 받아요.” 잘 먹고 잘 사는 일을 위해서 우관 스님은 ‘올바르게 볼 줄 아는 것’을 강조한다. “온전하게 올바른 삶을 이해하고 영유할 때, 음식도 내게 건강하게 오는 거예요. 내 생각을 보태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로 보는 게 그 시작이죠.” 그는 사찰 음식이 앞으로 먹고 보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10분, 20분이라도 침묵을 지키며 먹는 행위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음식이 몸에 들어와 목을 타고 식도로 내려가 장기에서 소화되는 모든 작용을 느끼며, 침묵 속에서 나를 살피는 행위는 명상에 가깝거든요. 침묵 속 먹는 행위를 통해 나를 챙기고 알아차림을 얻는, 그런 각성력을 갖는 게 바로 수행이에요.” 우관 스님의 말처럼 더 확장된 시야에서 바라본 사찰 음식은 더 깊은 세계를 품고 있다. 이어 그는 K-콘텐츠로서 사찰 음식의 세계화, 먹고 싶은 만큼 덜어 먹으며 사찰 음식 문화가 일상에 안착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맛있고 자극적인 걸 보면 당연히 먹고 싶어지죠. 하지만 그 욕망이 어떤 선을 넘으면 몸에 병이 생겨요. 맛에 현혹되면 몸을 잃어요”라며 지속 가능한 식습관에 대해 조언했다.
대안 스님
경남 산청 금수암의 주지 스님. 대한불교조계종이 사찰 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문 연 전문 레스토랑 ‘발우공양’의 초대 총책임자이자 각종 강연과 전시, 요리책을 통해 사찰 음식의 이로움과 가치를 널리 알려왔다.

“요리를 할 때는 무념의 상태예요. 내 역할은 재료와 양념이 갖추고 있는 좋은 에너지를 깨우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뿐이죠.”
출가 후 해인사 채공으로 사찰 음식을 처음 접한 대안 스님은 자연스러움에 남다른 철학을 지니고 있다. 요리할 때는 자연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기에 ‘잘해야 한다’거나 어떤 전략을 갖고 접근하지 않는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기도 하고, 자연이 우리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식재료를 대하며, ‘머무르는 생각 없이 흐름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것’이 그의 요리 철학이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잘 만든 음식은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품성을 요리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재료 본연의 매력을 뽐내게 만들어야 해요. ‘잡탕’은 위험하죠. 시금치나물은 시금치다워야 하고, 된장찌개는 된장다워야 해요.” 뭔가를 더하기보다 빼내야 하는 사찰 음식은 자제력을 키우는 수행이기도 하다. 그는 절밥은 늘 먹어도 기껍고 불편하지 않은 음식이라고 덧붙인다. 대안 스님이 주지로 있는 금수암은 3월이 되면 절 주변으로 각종 나물이 움튼다. 눈을 뚫고 올라온 머위가 볼록 얼굴을 내밀고, 간에 좋은 노란 복수초꽃, 분홍 꽃이 어여쁜 광대나물, 방풍나물 등이 한가득 펼쳐진다.
“모든 요리의 시작은 재료를 깨끗이 씻는 것에서 출발해요. 나물은 바로 데치기보다 물에 담가 칼륨을 빼죠. 이후 끓는 물에 데친 후 물에 우려요.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독성이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전처리 과정이죠.” ‘법제’라고 하는 이 과정은 음식을 만들 때 중요한 부분이다. ‘발우공양’의 초대 총책임자로 있을 때와 금수암의 ‘자연바루’에서도 그는 계절과 식재료의 다양성에 신경 쓰며 음식이 몸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했다. “식물의 뿌리와 줄기, 잎, 열매, 꽃까지 한 상에서 만날 수 있는 조화로운 밥상이 중요해요. 오장육부의 기능과 에너지가 다르므로 음식이 몸에 흡수될 때 장기의 기운과 특징도 고려해야 하죠”라고 말한다.
사찰 음식을 대중과 더 가깝게 하기 위해 강의와 식당 등을 책임지며 활발히 노력한 대안 스님은 이 음식을 통해 사람들이 인간의 도리, 함께 사는 법,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얘기해왔다. 약 40년간 사찰 음식으로 분주히 법문을 전한 그는 요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고 말한다. “사찰 음식은 일종의 기능인데, 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그것을 하면서 나름의 행복을 채우고 살았어요. 이제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저 내가 머무는 곳에 누군가 왔을 때 부처님께 배운 지혜를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전달해서 그들도 행복하면 좋겠어요. 그게 내 희망 사항입니다.
계호 스님
계호 스님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진관사의 회주다. 국가 행사에서 사찰 음식 만찬을 진행하고, 세계적인 셰프들이 그의 음식을 배우기 위해 진관사를 방문했다. 전국 사찰에 쓰이는 두부를 만드는 ‘조포사’였던 진관사에서 전통을 지키며 사찰 음식의 대중화에 힘써왔다.

“욕망을 내려놓고 무심하게 자연의 섭리를 따르죠. 사찰 음식은 마음을 담은 자연입니다.”

진관사 주지 스님을 지내고, 현재 회주로 있는 계호 스님은 음식을 만드는 ‘마음’에 대해 여러 번 강조했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죠. 음식에 있어 최고의 양념은 마음이에요.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하고, 먹느냐에 따라 행복과 건강에 나타나요.” 식탁 위의 음식에는 한 방울의 물에 깃든 천지의 조화와 한 톨의 쌀에 담긴 만민의 노고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련의 과정은 일종의 명상처럼 먹는 일을 돌아보게 만든다.
사찰 음식은 수행자가 깨달음을 위해 먹는 음식인 동시에 모든 사람을 향한 공덕의 음식이자, 나눔의 음식이며, 그 속에는 자비와 지혜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절약과 불살생, 오신채가 없는 사찰 음식에는 기다림의 미학도 깊이 담겨 있다. 계호 스님은 이런 정신이 전통을 지키며 계승되기를 바란다. 실제로 사찰 음식은 장과 발효가 축을 이루며,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와 깊이 맞닿은 부분이 있다. 그는 “전통 없는 현재는 없잖아요. 퓨전도 좋지만 사찰 음식의 가치에 있는 전통을 잃지 않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계호 스님이 생각하는 사찰 음식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연스러움이다.
“사찰 음식에서 극찬은 ‘자연스럽다’라고 생각해요. 욕망을 내려놓고 무심하게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거죠. 그래서 음식은 마음을 담은 자연이에요.” 스님은 ‘좋다, 맞다, 옳다, 맛있다’는 말을 마음에 안착시키자며 웃어 보였다. 매일 먹는 음식 그대로가 우리의 몸에 양분이 되고, 나아가 약이 된다고 생각하면 계호 스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법(法) 위에 밥’이라며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밥은 생명이에요. 우리가 죽으면 지수화풍(地水火風), 불과 물, 따듯한 온기는 바람으로 가죠. 어제 만든 음식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요”라고 말한다. 먹는 것, 만드는 것 모두 수행의 일부로서 오랜 시간을 보낸 스님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 평화롭다.
- 포토그래퍼
- 유동근
- 사진 출처
- COURTESY OF WAVE(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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