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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하정우&임수정

심연에서 끓어오른 꿈을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의 하정우, 임수정, 김준한, 정수정, 심은경의 처절한 욕망.

임수정이 입은 레더 트렌치코트는 끌로에(Chloe). 이어링은 프레드(Fred). 정수정이 입은 드레스는 오우드 왜그(Oude Waag). 김준한이 입은 슈트는 왈라 디자인 랩(Wala Design Lab). 심은경이 입은 핀스트라이프 패턴 슈트, 셔츠, 넥타이, 장갑은 모두 어니스트 더블유 베이커 바이 10 꼬르소 꼬모 서울(Ernest W. Baker by 10 Corso Como Seoul). 하정우가 입은 레더 코트는 YCH.

레더 코트는 제이백 쿠튀르(Jaybaek Couture). 셔츠는 듀퐁(Dupont). 팬츠는 코스(Cos). 넥타이와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글리터 소재의 드레스는 안나키키(Annakiki). 이어링은 그라프(Graff).

정수정이 입은 드레스는 케이트(Khaite).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임수정이 입은 러플 블라우스와 스커트, 벨트는 모두 끌로에. 플랫폼 샌들 힐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이어링과 링은 티파니(Tiffany&Co).

하정우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는 임필성 감독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원래 인연이 있었나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예요. 여러 번 제안을 주셨는데, 그동안 기회가 안 돼서 함께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20년 만에 드디어 드라마로 만나게 된 거죠.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창작자로서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 부분에서 더욱 빛나는 것 같아요.

한동안 연출, 각본, 연기를 함께하다 이번에는 배우로 참여했습니다. 한결 가벼웠나요?
그런 부분이 있어요.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이에요. 넷플릭스 <수리남>을 제외하면 TV 드라마로는 19년 만이죠. 드라마 환경이라는 게 영화보다 조금 녹록지 않잖아요. ‘과연 이 스케줄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을 안고 시작했는데, 굉장히 합리적인 스케줄이었어요. 연속으로 연출과 주연 작품을 계속하다 배우만 하니까 상대적인 수월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을 겸하면 모든 회차에 정말 1분도 쉬지 못하는 시간의 연속인데, 배우만 하면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쉬는 날도 있잖아요.

그렇듯 배우 하정우의 드라마 복귀작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죠. 과연 이번에는 어디에 설득이 된 건가요?
인간 임필성의 역할이 가장 컸어요. 그리고 스튜디오329의 윤신애 대표를 같이 보게 됐는데, 신뢰가 갔어요. ‘이 배에 올라타도 무리가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오랜만에 해보니 어땠나요? 드라마만의 매력을 새삼 발견했나요?
시리즈만의 매력이 또 있는 것 같아요. 그 시리즈를 만들어내는 환경, 스피디함에서 오는 재미있는 요소도 많더라고요. 집중력이 그만큼 또 유지된다는 게 장점인 것 같고, 그렇게 또 많은 분량을 찍어내다 보니 그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밀착될 수 있는 기회가 더 쉽게 얻어지는 것 같아요.

스스로는 이 작품의 장르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어요?
범죄 드라마. 제 캐릭터인 기수종은 선하지만은 않죠. 점점 흑화되어가는 캐릭터고, 악인이 더한 악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이야기예요. 어떻게 보면 이 사회에서 버티면서 누구나 마음 한편에 갖고 있는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 캐릭터가 아닌가 해요. 그런 모습이 다채롭게 보여지는 캐릭터라서, 그 지점이 굉장히 매력이 있었어요.

워낙 블랙코미디에 일가견이 있죠. 이번에도 기대가 됩니다.
대본 자체에 그런 요소가 있어요. 그것을 의식적으로 강조하거나 약화시키거나 하지 않고 그 상황에 충실하려고 했어요.

임필성 감독과는 그런 의견이 잘 맞았나요?
지향하고 있는 부분이 같았어요. ‘오케이’가 나는 좋은 연기가 무엇인지, 좋은 컷이 무엇인지. 취향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같이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또 촬영장에서 그걸 만들어가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을 중심에 두면서 소통이 굉장히 잘됐어요. 쫓기는 스케줄임에도 그 안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이를 통해 시리즈의 약점과 틀에서 조금 벗어나, 확장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연기한 ‘수종’은 어떤 인물인가요?
‘건물주 되는 법’이라는 말이 사실은 반어법이에요. 건물주가 될 수 없는 사람이 정말 무리해서 꼬마 빌딩을 사요. 명색이 건물주지만 이자를 갚느라 더 열악한 현실을 맞이하게 된 거예요. 어떻게든 건물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노력하다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고, 선택이 하나같이 다 삐뚤어지고 어그러지고. ‘김선(임수정 분)’ 캐릭터와의 협업이 재미있어요. 돈이라는 현실 때문에 부부 갈등이 유발되는 게 아주 현실적입니다.

배우들의 새로운 연기를 보는 건 <로비>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죠. 동료를 볼 때 연출자의 눈으로도 항상 보게 될 것 같은데, 어떤 팀이 되었나요?
수종은 나머지 네 캐릭터와 다 갈등이 있고 충돌하죠. 각자 한명 한명이 12부 동안 정말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가고, 그것 또한 굉장히 재미있어요. 정말 제격인 배우들이 캐릭터를 맡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제일 파격적인 건 요나, 심은경, 원래 성별이 남자였는데, 감독님이 마지막에 여성 배우가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셨죠. ‘굉장히 하드보일드한 캐릭터인데 할 수 있을까?’ 했는데 1회차 때 그 모든 것이 다 불식됐어요. 개인적으로는 독특하고 새로운 빌런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청자분들도 제가 같이 연기하면서, 경험한 것을 느끼면 좋겠어요.

이번에도 건물을 주제로 상당히 고생하는 캐릭터인데, 작품마다 돈키호테처럼 늘 마지막까지 고초를 겪죠. 그런 역할을 좋아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참, 우연이에요.(웃음) 아직은 그런 역할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만약 수종이 아니라면 어떤 캐릭터에 끌렸을 것 같나요?
‘요나’요. 원래대로 남자 배우가 했더라면 그 역할을 탐냈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한 회마다 일어나는 일이 흥미로워요. 갑자기 ‘오?!’ 이런 것들이 좀 있어요. ‘어떻게 이러지?’ 싶어요. 작가님이 원래 소설을 쓰던 분이라, 기존 대본 같지가 않아요.

요즘 모든 사람의 꿈이 유튜버 아니면 건물주라고 하죠. 바로 그 점에서 시작되는 얘기고요. 공감이 되었나요?
하하. 건물주 그렇게 좋진 않아요. ‘하우스푸어’ 같아요. 경험도, 재정적인 여유도 없는데 무턱대고 건물을 산다고 모든 게임이 끝나는 건 아니거든요. 저 역시 부동산을 갖고 있지만, 멋모르고 건물을 소유하게 됐을 때, 고생스러운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이게 결코 쉬운 게 아니에요. 도리어 지금 이 시대에 건물을 사서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점점 오프라인 스토어도 없어지고, 중심 상권이라는 것도 계속 옮겨 다니죠. 이 드라마를 통해서 아마 많은 분이, 특히 그것을 동경하는 분들이 다시 한번 고려해볼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건물주는 꿈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겠죠. 꿈을 이룬다고 해도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그래서 삶이 고단하죠. 한때 사람 하정우의 꿈은 뭐였나요?
물질적인 꿈은 아니었어요. 배우, 영화감독, 제작자. 지금도 그 과정에 있어요. 결국 작품을 탄생시켜서 많은 사람과 공감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것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욕망이라면 연출자로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배우로 참여해서 그것이 또 좋은 작품이 되는 것. 좋은 작품을 만들거나 참여하는 것이겠네요.

그 꿈은 끝이 없겠네요.
없어요. 평가 또한 나중에 이루어지겠죠. <롤러코스터>가 2013년에 개봉했는데, 당시에는 모든 분이 굉장히 어리둥절하셨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많은 분이 그 작품을 말씀하세요. 그런 것처럼 영화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알맹이가 탄탄하다면 지금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빛을 보지 않을까? 저는 그런 믿음을 가지고 연출자로서, 배우로서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그게 엄청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끼고, 더 좋은 작품을 위해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취미 부자’로 알려져 있어요. 와인, 골프, 걷기 등 영화 <로비>도 그 모든 취미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하. 그렇게 보이는 건 어쩌면 제 일상이 너무 단순해서 그런 것 같아요. 취미가 많은 게 아니라, 오래 쌓이다 보니 결과물이 나오는 거에 가까워요. 와인도 나 혼자만의 평을 계속 쓰다가 협업을 하게 됐고, ‘콜 미 레이터’라는 이름을 짓기까지 3년이 걸렸어요. 와인을 출시하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오래전부터 해오다 ‘이번에는 이런 걸 수확해야겠네’ 같아요. 그 밭에서 나무는 계속 자라고 있는 거고.

요즘은 그 밭에서 또 무엇을 기르고 있나요?
지금은 작품에 아주 ‘올인’하고 있고, 5월부터 윤종빈 감독 신작 <보통사람들> 준비를 슬슬 하고 있고, 극 중에서 부산 사투리를 써야 해서 선생님을 구하고 있어요. 하와이가 제게는 참 많이 위로가 되는데, 그 사이 한 보름 정도 갈 계획이고요.

하와이에서는 어떻게 보내나요? 여전히 걷나요?
단순해요. ‘하루 종일 밖에서 걸어야지’ 최근에 또 새로운 바람이 생겼어요. 미국 서부 종단 트레킹(PCT)에 도전하는 거예요. 태평양 연안을 따라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4300km 이어진 길을 걷고 싶어요. 한 6개월 걸린대요.

왜 그 길에 끌려요?
하루 종일 40~50km를 걷고, 텐트 치고 자고의 반복. 그게 너무너무 좋겠더라고요. 다큐멘터리에서 하이커들의 인터뷰를 봤는데,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마음의 평화를 느꼈대요. 그게 너무 궁금한 거예요. 하얘지든 까매지든 노래지든! 가서 그걸 해봐야겠다. 그런데 그 느낌을 저는 알 것 같아요. 하와이에 가도 하루에 10시간씩 걷거든요. 샤워하고 딱 하루를 끝마쳤을 때, 무념무상,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기분 좋은 피곤함. 그때는 세상에서 제일 맛대가리 없는 소금에 절이지 않은 아몬드도 그렇게 고소해요. 어떤 감각이 살아나는 것. 그걸 정말 잃고 싶지 않더라고요.


임수정

요즘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나요?
<건물주> 촬영이 거의 끝나가요. 다들 정이 많이 들어서 현장에서 틈틈이 수다라도 조금 더 떨려고 하죠. 블랙코미디가 섞인 스릴러 범죄물인데, 제가 시도해보지 않았던 작품이라 제 모습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한 마음도 커요.

김선은 기수종의 아내로 딸 다래를 위해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되는 똑 부러지는 인물이에요. 캐릭터의 어떤 부분에 마음이 끌렸나요?
김선은 평범한 주부처럼 보이지만 벌어지는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인물의 본질을 드러내요. 반전 매력이 있죠. 고등학생 딸을 둔 엄마지만 부부 관계나 모성애가 도드라지는 작품이 아니라서 오히려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 박서경이 딸 다래 역할을 맡았어요. 호흡은 어땠나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판타지 공포물 <두 번째 아이>에서도 10대 배우들과 같이 작업했죠.
다래라는 캐릭터도 사고치는 어른들을 너그럽게 바라봐주는 면이 있는데, 실제로도 선배인 저희를 잘 포용해줬어요. 덕분에 엄마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었죠. <두 번째 아이>의 박소이, 유나 씨는 연기도 잘하지만 보고만 있어도 참 흐뭇했어요. 딸로 만난 배우들의 포용력에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남편인 기수종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거나 연민했나요?
연민? 없어요.(웃음) 이 부부는 그냥 만나면 맨날 친구처럼 투닥거려요. 수종이 사고를 계속 치거든요. 실제로 남편이 있는 시청자분들은 보면서 울화통이 터질 거예요.

극 자체에는 어떤 매력을 느꼈을까요?
‘건물주’라는 게 대한민국에서 갖는 상징성이 있잖아요. 40대쯤 되면 자신의 자산과 경제력을 좀 더 확장하기 위해 누구나 고민하죠. 실제 건물을 둘러싼 이익집단 간 충돌이나 사건을 언론을 통해서 매번 접하기도 하고요. 그런 만큼 그 자체로 공감대가 큰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임수정이 욕심을 부리는 대상은, 역시 연기인가요?
저라고 경제적인 것에 초연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결같은 건 작품 욕심이긴 해요. 내 작품이 아니더라도 좋은 작품을 만나면 기쁘고 흥분해서 신나게 이야기하다가, 또 우리는 왜 저런 작품이 안 나오지 우울했다가, 또 의지를 불태우기도 하면서 혼자 난리거든요.(웃음) 그런 걸 보면 확실히 좋은 이야기에 대한 욕망이 있나 봐요.

2016년부터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함께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지금 신나게 이야기해보고 싶은 작품은 뭔가요?
원래대로면 연초인 지금, 오스카 후보에 오른 작품을 한 차례 언급할 타이밍인데, 이런저런 일정 때문에 하지 못해 아쉬워요. 심지어 작년 하반기에는 영화를 거의 보지도 못했어요. 아,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봤네요! ‘용아맥’에 자리가 하나 났길래 보고 혼자 또 잔뜩 흥분한 기억이 나요.(웃음)

지난해 선보인 <파인: 촌뜨기들> 양정숙은 뜻밖의 선택이자 인물이었어요. 호러, 멜로, 판타지, 오피스물, 범죄 스릴러물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있어서 도전하는 건 아니에요. 내 안의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배우로서 몰입했을 때 얼만큼 이런 장르와 어우러질 수 있을지를 시험해보고 싶은 것 같아요. 우선 장르적으로 내가 매료됐고 재미를 느끼는 걸 따라가자, 그럼 연기도 잘할 수 있을 것만 같더라고요. 결과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요.

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시작해 독립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는가 싶더니, 제작자 겸 배우로 <두 번째 아이>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나요?
결국 이 모든 게 좋은 작품에서 계속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자기 세계관이 분명한, 개성 있고 매력적인 한국의 콘텐츠를 꾸준히 세상에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어요. 그런 멋진 작품이 나오는 데에 제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연기는 물론, 제작이나 연출 등 어떤 방식으로든 돕고 싶어요.

한동안 소속사 없이 2~3년 정도 활동한 게 화제가 되었죠. 다시 소속사가 생기니 어때요?
저와 같은 시선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신중하게 찾을 시간이 필요했나 봐요. 어느덧 20년 훌쩍 넘는 경력이 쌓였잖아요. 배우로서 임수정이 뭐 얼마나 더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제가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 꿈을 함께 꿔주는 사람들을 만나서 되게 신나요.(웃음) 소소하나마 매니지먼트에서 해주던 일들을 직접 해보며, 그동안 저와 함께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깊게 느꼈고요.

오래 봐온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건 관객 입장에서도 굉장히 기쁜 일이죠. 2004년 작품인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지난해 ‘역주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사랑받았습니다.
20주년을 맞아 감독판 리마스터링이 웨이브에서 공개됐는데, 너무 많은 ‘젠지’분들의 지지를 받았어요. 특히 그 계기가 된 <뿅뿅 지구오락실3>의 이영지 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시대와 정서가 변해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워요. 특히 제가 ‘배우’라는 타이틀로 활동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준 작품이기에 더욱 행복했어요.

그런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또 한 번 하고 싶은 마음도 있나요?
하고 싶죠. 살면서 사랑을 주고받고, 감정을 나누는 경험이 결국 가장 중요한 것 같아서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난다면 꼭 하고 싶어요. 작품과 배우도 약간 운명 같은 순간이 있다고 믿는데, 그런 순간이 오면 좋겠네요.

나이가 들면서 생긴 새로운 지향점이 있다면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점점 느껴요. 예전에는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가장 큰 배려라고 여겼는데, 상대가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걸 받을 줄 아는 것도 필요하더라고요. 소소하더라도 ‘고맙다’ ‘좋다’ 같은 표현도 직간접적으로 많이 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달려온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건 뭔가요? 
지금껏 배우로 잘 지내온 것. 사실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결과와 별개로 과정에서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도 많았지만,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싹 다 잊고 ‘나 재밌는 것 하고 싶어’ 이래요.(웃음) 이번에도 저희끼리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다음에는 완전 범죄물을 해보자’고 하면, 누구는 범죄물 힘들다고 로맨스 하고 싶다고 해요. 그럼 전 생각하죠.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은 배우들이 다 똑같구나. 나도 잘해왔구나’라고요.  

    포토그래퍼
    HYEA W. KANG
    스타일리스트
    이현하(하정우), 부지연(임수정), 장지연(김준한), 윤지빈(정수정), 이지민(심은경)
    헤어
    임해경(하정우), 손혜진(임수정), 엄정미(김준한), 경민정(정수정), 하영(심은경)
    메이크업
    임해경(하정우), 이영(임수정), 전달래(김준한), 이아영(정수정), 임서영(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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