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차세대 솔루션, ‘펩타이드 스태킹’

내 몸을 ‘해킹’하는 가장 대담한 실험 ‘펩타이드 스태킹’. 기적의 묘약인가, 위험한 도박인가? 

차세대 솔루션, 펩타이드 스태킹?

최근 가장 주목받는 성분을 하나만 꼽자면 단연 ‘펩타이드’다. 피부 탄력부터 모발 굵기까지 신체 전반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이 성분은 피부 표면을 넘어 체내 기능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뷰티와 웰니스 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때 틱톡을 뜨겁게 달군 프로틴 파우더와 콜라겐 스쿱의 인기가 수그러들자, 그 빈자리를 채우며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은 키워드가 바로 ‘펩타이드 스태킹(Peptide Stacking)’이다.

과연 펩타이드 스태킹은 의학 및 건강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차세대 솔루션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까. 내과 전문의이자 서스테인 헬스(Sustain Health)의 창립자인 아르티 자베리-메타(Aarti Zaveri-Mehta) 박사는 “펩타이드 스태킹은 여러 종류의 펩타이드를 조합해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효능을 동시에 누리거나 성분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기법입니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는 “체지방 감소, 근육 성장, 수면 개선, 상처 재생, 호르몬 조절 등 다양한 목적에 이 요법이 활용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오해킹에서 온 믹스 앤 매치 

‘쌓아 올리다’라는 뜻의 스태킹(Stacking)은 본래 바이오해킹과 피트니스 업계에서 통용되던 개념으로, 여러 성분을 조합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펩타이드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짧은 아미노산 사슬로, 몸의 자연적 신호를 모방해 신체 회복과 근육 성장 등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 통합 영양사이자 건강 심리 전문가인 카리슈마 샤(Karishma Shah)는 “펩타이드 보충제나 주사 등 여러 형태를 조합해 복합적인 신체 변화를 꾀하는 것이 이 요법의 핵심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서 샤는 “하나는 지방을 태우기 위해, 다른 하나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또 다른 하나는 빠른 회복을 위해 사용하죠”라며 스태킹의 구체적인 예시를 들었다.

현재 웰니스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펩타이드로는 ‘BPC-157’과 ‘TB-500’이 있다. 두 성분 모두 재생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졌으며, BPC-157은 장과 조직 재생에, TB-500은 근육 회복과 염증 완화에 특화되어 있다. 그 외에 성장호르몬 방출 펩타이드(GHRP)와 유사한 CJC-1295, 태닝 효과 및 남성 발기 부전 치료에 쓰이는 멜라노탄 II, 체중 감량과 대사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혈당 조절 펩타이드인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등이 인기 있는 조합이다. 

틱톡 트렌드와 리얼 웰니스의 간극 

전문가들은 이 트렌드가 즉각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추구하는 틱톡 세대의 취향에 딱 맞아떨어지면서 급부상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진정한 웰니스는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짧은 건강 팁이나 요령을 무작정 따라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 많은 사람이 신체 조성 개선, 회복 촉진, 항노화 효과를 기대하며 여러 펩타이드를 조합해 사용하지만, 이 방법은 의학적으로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된 접근법이 아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포함된 펩타이드 성분 중 상당수는 공식적인 규제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샤는 “각 펩타이드는 뚜렷한 주요 기능을 갖지만, 여러 종류를 무분별하게 스태킹하는 것은 우리 몸의 호르몬, 대사, 세포 간 신호 전달 체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간과하는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펩타이드가 전문 의료인의 엄격한 감독 아래 복용한다면, 부상 회복 중인 환자나 만성 염증 환자, 또는 맞춤형 치료가 필요한 일부 환자에게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펩타이드는 신체 회복과 재생, 제어를 유도하는 일종의 신호 전달 물질이다. 펩타이드 스태킹은 마치 해커가 시스템을 조작하듯, 현대 의학으로 신체를 ‘해킹’해 최적의 상태를 만들겠다는 ‘바이오해킹’ 트렌드와 맞물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자베리-메타 박사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초기 단계이므로 충분한 임상시험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서 그는 “특정 호르몬 결핍이나 만성 부상 등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전문 의료진의 감독하에서만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라며 무분별한 펩타이드 사용에 선을 그었다.

혁신인가 위험인가, 검증되지 않은 실험실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이 그렇듯, 펩타이드 스태킹의 안전성 역시 사용되는 성분 조합과 복용량, 투여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특히 펩타이드는 극소량으로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특성을 지녀서 잘못된 조합이나 과도한 사용은 오히려 득보다 해가 훨씬 더 클 수 있다. 호르몬 신호 전달 경로를 과도하게 자극하면 심한 감정 기복, 어지러움, 수면장애, 인슐린 및 혈당 불균형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신장이나 간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자베리- 메타 박사는 “현재로서는 약리학 및 내분비학에 정통한 전문가의 철저한 지도 아래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또 전문가는 적절한 검진과 투약, 생체 지표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어요. 장기적인 일상 사용에 대한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기 전까지는 혁신과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최고의 처방전은 ‘기본’이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펩타이드 스태킹은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큰 위험한 모험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등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도 펩타이드 못지않은 강력한 건강 증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은 조직 회복과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탁월하며, 규칙적인 운동은 성장호르몬 분비와 콜라겐 생성을 촉진한다. 수면의 질과 스트레스 수준은 주요 호르몬과 신진대사 경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면역력과 인지 능력, 신체 회복 능력을 좌우한다. 필요에 따라 이미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보충제인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 D, 크레아틴, 필수아미노산 등을 고려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펩타이드 스태킹은 재생 의학이나 장수 의학(Longevity Medicine)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 잠재력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충분한 임상 연구 데이터와 규제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중화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결국 장기적인 건강의 본질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강한 생활 습관에 있다. 보충제는 어디까지나 이를 돕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 결코 올바른 습관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TATIANA DIAS
    포토그래퍼
    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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