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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 너와 나의 연결 고리 ‘링크드 주얼리’

2026.02.01최정윤

부드럽게 결속된 인연의 고리, 링크드 주얼리로 풀어내는 오늘날의 로맨스.

얼음 조각처럼 정교하게 세공한 정사각형 구조를 연결한 ‘아이스 큐브’ 네크리스는 1천5백50만원 쇼파드(Chopard).
옐로, 핑크, 화이트 골드의 세 밴드가 서로 연결돼 움직이는 ‘트리니티 쿠션’ 네크리스는 1천7백만원대 까르띠에(Cartier).
‘트리니티 쿠션’ 라지 링은 6백만원대 까르띠에.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의 크기를 실존적인 가치로 치환할 때, 가장 익숙한 선택은 커플 링을 맞추는 일일 테다. 네 번째 손가락에 사랑의 증표를 끼우는 순간, 둘 사이에만 있던 보이지 않는 끈은 비로소 또렷한 형태를 갖춘다. 그런 연인들에게 묵직한 존재감으로 신체 곳곳에서 마음을 붙잡는 ‘링크드 주얼리’를 권하고 싶다. 굳이 완벽히 같은 모양일 필요는 없다. 같은 결을 공유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착용해도, 마음은 충분히 이어질 수 있으니까. 함께이되 서로를 가두지 않고, 같은 시간 안에서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요즘 연인들의 풍경과 꼭 닮은 주얼리다.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링크 디테일이 존재감을 배가시키는 ‘티파니 하드웨어 그레듀에이티드 링크’ 네크리스는 가격미정 티파니(Tiffany&Co.). 징루언의 셔츠는 가격미정 자크뮈스(Jacquemus).

권력의 상징에서 인연의 고리로 

체인과 링크가 처음부터 사랑을 뜻한 건 아니었다. 오랫동안 금속 고리는 감정보다는 힘과 권위를 상징했다. 고대와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단단한 금속은 사회적 계급을 나누는 도구로 쓰였다. 또 안정된 질서가 영구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사회적 욕망도 투영되어 있었다. 브리티시 뮤지엄의 주얼리 큐레이터이자 역사학자인 휴 테이트는 저서 <7000년의 주얼리 역사(7000 Years of Jewelry)>에서 체인을 “금속의 내구성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리의 시각적 힘 때문에 가장 오래 살아남은 주얼리 형태 중 하나”라고 서술한다. 쉽게 부패하지 않는 재료와 단절을 허용치 않는 형태적 특성이 체인을 ‘영속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한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함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이제 사람들은 집단적 소속보다 개인의 선택과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주얼리 역시 권위를 과시하는 오브제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하는 매개체로 재정의됐다.

체인은 더 이상 누군가를 얽매는 족쇄가 아니라,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선택해 이어진 관계의 흔적에 가깝다. 이 변화는 티파니의 ‘티파니 하드웨어’ 컬렉션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뉴욕의 역동적인 산업 구조물과 항만, 공장의 금속 하드웨어에서 모티프를 얻은 디자인은 과시보다는 지속을, 연약함보다는 버텨내는 힘을, 통제보다는 함께 견뎌온 시간을 상징한다. 이 지점에서 지금 가장 힙한 커플로 꼽히는 리한나와 에이셉 라키의 주도적인 커플 룩이 겹쳐진다. 리한나는 강인하고 관능적인 스타일링으로, 에이셉 라키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태도로 링크드 주얼리를 풀어낸다. 맞춰 낀 흔한 주얼리가 아니라서, 또 구조물을 공유하듯 자연스럽게 서로의 관계를 드러내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한편 링크드 구조를 갖춘 불가리 ‘비제로원’ 컬렉션은 고대 로마 콜로세움에서 영감 받은 반복적인 선으로 ‘영원’을 기원한다. 과거에는 제국의 규모와 힘을 연상시켰지만, 오늘날에는 관계의 깊고 밀도 높은 층위를 은유한다. 마치 함께한 세월만큼 진정한 사랑의 무게를 더해가는 커플처럼.

뱀의 머리를 상징하는 물방울 모티프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쎄뻥 보헴 빈티지 링크’ 네크리스는 5천만원대, ‘쎄뻥 보헴 링크’ 스몰 브레이슬릿은 3천만원대 부쉐론(Boucheron). 대담한 체인 디테일의 ‘비제로원’ 이어링은 3천1백만원 불가리(Bvlgari). 팡이의 드레스는 7백70만원 셀린느(Celine). 징루언의 카디건은 가격미정 르메르(Lemaire).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중국 전통 호리병 모양의 ‘울루18’ 버클은 각각 4백27만원, 화이트 골드와 로즈 골드 뱅글은 각각 5백86만원 모두 키린(Qeelin).

연결고리를 완성하는 노하우 

링크드 주얼리에 ‘인연’이라는 관계성이 덧입혀지는 순간, 어떻게 움직이며 오래 함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장인들은 링크를 하나하나 이어 나가기 전에 먼저 골똘히 생각한다. 착용감과 직결되는 고리의 두께와 무게, 연결 지점의 각도까지 모두. 손으로 빚어낸 고리의 연결이 지나치게 단단하면 움직임을 방해하고, 반대로 느슨하면 형태가 흐트러진다. 그래서 오늘날의 링크는 고정된 형태이기보다 신체의 리듬에 기민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된다.

서로 다른 3가지 골드 링이 교차하며 얽힌 까르띠에의 ‘트리니티’ 컬렉션은 그 균형을 가장 우아하게 보여주는 주얼리다. 하나로 묶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자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하나의 링이 앞으로 나서면 다른 링은 유연하게 자리를 내주고, 다시 또 다른 링이 그 흐름을 이어받는다. 중심은 분명하지만 어느 하나도 전체를 독점하지 않는다. 그래서 ‘트리니티’는 단단히 묶인 구속을 넘어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며 함께 나아가는 성숙한 관계를 연상시킨다.
한편, 키린이 새롭게 고안한 ‘울루’ 브레이슬릿은 이 연결을 훨씬 더 가볍게 해석한다. 손쉽게 분리하고 다시 결합할 수 있는 버클 장치 덕분에, 착용자는 상황과 기분에 따라 조합을 바꿀 수 있다. 같은 연결을 공유하되, 매번 다른 방식으로 완성되는 셈이다. 이는 곧 이어짐이 의무가 아니라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임을 시사한다.
또 메시카는 메종의 상징인 ‘움직이는 다이아몬드’를 링크드 구조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다이아몬드는 고정된 틀 안에서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착용자의 움직임에 즉각 반응한다. 링크마다 크기와 비율이 미묘하게 달라 보이지만,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배열이다. 그 덕에 자유롭지만 흐트러지지 않는 구조로 안정과 자유가 동시에 가능한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저서 <리퀴드 러브(Liquid Love)>에서 현대의 사랑을 “단단히 묶어두는 결속이 아니라, 유지되기 위해 계속 조율되는 연결”이라고 정의했다. 링크드 주얼리는 이 개념을 정교한 기술로 번역한다. 과거에 묶이지도, 미래를 닫지도 않는 요즘 커플처럼 말이다. 그래서 지금의 장인정신은 더 강하게 고정하는 기술보다 그 속에 여유를 남기는 균형 감각에 가깝다.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점이, 링크드 주얼리를 특별하게 하는 본질이다.

기하학적인 구조 속에서 움직이는 다이아몬드가 리듬감을 선사하는 ‘무브 링크’ 링은 6백97만원, ‘무브 링크 3줄 커프’ 브레이슬릿은 4천5백20만원, ‘무브 링크 후프’ 미디엄 이어링은 2천6백83만원 모두 메시카(Messika). 징루언의 터틀넥 톱은 가격미정 프라다(Prada). 팡이의 재킷은 4백60만원, 셔츠는 1백55만원 셀린느.
골드 비즈 장식 링 2개를 겹친 듯 연결한 ‘빼를리 다이아몬드 듀오’ 링은 각각 1천6백90만원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연결 이후에도 남는 것

이처럼 견고하게 이어진 구조는 이제 하나의 미학으로 정착했다. 반복되는 고리와 연결은 응축돼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 거듭나기도 한다. 2개의 링을 나란히 겹친 듯 하나로 묶은 반클리프 아펠의 ‘빼를리 다이아몬드 듀오’ 링이 그렇다. 링크드 주얼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고정된 주얼리로 ‘함께 있음’ 그 자체의 가치를 담아내며, 이미 결속된 관계가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도 포만감을 주고, 때로는 허기진 추억이나 손가락에 남은 자국으로 기억될 뿐이다.

링크드 주얼리는 그 지점에서 의미를 확장한다. 관계의 시작이나 약속만을 기념하는 대신, 연인이 지나간 흔적까지 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커플 링이 하나의 맹세에 고정된 상징이라면, 링크드 주얼리는 애초에 변화와 이동을 전제로 탄생한다. 연결은 느슨해질 수 있지만, 고리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주얼리는 관계의 형태가 달라져도 계속 착용될 수 있고, 그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덧입는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버려지는 증표가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에도 한 사람의 삶 속에 남는 존재로.

    포토그래퍼
    황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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