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보다 더 화려한 인공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낸 3일은 속도와 미식, 그리고 기술이 만든 환상으로 겹겹이 쌓인 날들이었다.



사막의 도시, 네온사인, 카지노와 잭팟, 그리고 자유와 일탈…. 내가 라스베이거스를 떠올리며 나열할 수 있는 단어는 이 정도였다. 어느 순간 여행의 목적과 일정이 온통 힐링으로 채워지고부터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는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내 목적지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그러던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온전히 F1을 직관하기 위해서다.
영화 <F1 더 무비>에서 브래드 피트가 심어준 판타지가 나를 예정에 없던 도시로 이끌었다.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는 ‘야간 레이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라스베이거스의 밤은 늘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F1이 펼쳐지는 주말의 네온은 온전한 현실이었다. 스트립을 가로지르는 코스 위로 엔진의 굉음이 번지고, 호텔 외벽의 빛이 트랙의 일부처럼 반사된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레이스 트랙이 된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물론 그로 인한 교통 혼잡은 불가피했지만)을 이뤘다. 서킷과 도시의 경계가 사라졌고, 관람석에서 올려다본 스트립은 거대한 무대 장치와도 같았다.
드라이버와 팀이 서킷을 파악하고 여러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세팅하는, 한마디로 ‘감 잡는 날’인 프랙티스(Practice), 결승 전날 출발 순서를 정하는 예선전 퀄리파잉(Qualifying), 그리고 실제 포인트가 걸린 본경기, 결승 레이스(Race)까지 매번 다른 장소와 각도에서 직관한 3일은 짜릿함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경험이었다. ‘포뮬러 원 머신’이 네온과 소음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직선 구간을 가를 때는 공기마저 떨리는 듯했고, 이를 지켜보는 관중의 호흡도 함께 빨라지며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복잡한 규칙과 다소 난해한 기술 용어가 난무하는 이 스포츠가 날 이렇게 신나게 만들 줄이야!
경기 전후로 이어지는 호스피탈리티 라운지에서는 샴페인과 클래식 칵테일이 쉼 없이 오간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 기간에 매진된 벨라지오 파운튼 클럽(Bellagio Fountain Club)은 유명 인사와 셀러브리티가 모인 럭셔리 파티로 연일 이슈였다. 켄달 제너(Kendall Jenner)는 예선 날 벨라지오의 ‘슈이 바(Shoey Bar)’와 분수 클럽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자신의 테킬라 브랜드 ‘818’과 ‘에잇 리저브(Eight Reserve)’의 팝업 바에서 특별한 칵테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결승 날에는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이 스카이데크에서 DJ로 나섰고, DJ 파울리 D(Pauly D)가 레드불 라운지에서 분위기를 이어갔다. 경기장에는 비욘세, 제이지, 트래비스 스콧 등이 모습을 드러냈고, 엔터테인먼트 존인 티 모바일 존에서는 인기 아티스트들이 공연하며 축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올해의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 승자는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의 맥스 페르스타펜(Max Verstappen)! 그리고 메르세데스 소속 도리안 핀(Doriane Pin)은 ‘F1 아카데미™ 세계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낸 3일은 서로 다른 장르의 경험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는 시간이었다. F1의 속도, 칵테일과 미식의 밀도, 스피어의 기술적 환상, 그리고 ‘오쇼(O Show)’의 클래식한 감동까지…. 이 도시가 카지노 중심에서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변모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특히 스피어(The Sphere)는 ‘극장’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한다. 360도 파노라마로 감싸는 초대형 스크린, 좌석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과 바람, 공간 전체를 채우는 사운드. 이곳에서 만난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4D, 장면이 바뀔 때마다 공기의 온도와 움직임이 달라지는 생생함과 입이 떡 벌어지는 규모의 화면은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경험하는 쪽에 가깝다. 어쩌면 이것이 점점 발길이 끊기고 있는 극장의 미래가 아닐까?
이와는 정반대로 클래식의 지점에 있는 ‘O 쇼’의 경험 또한 특별했다. 벨라지오 호텔 전용 극장에서 관람한 이 공연은 물 위와 물속을 넘나들며 서커스와 발레가 결합된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과연 라스베이거스가 왜 ‘쇼의 도시’라 불리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고, 기술적이지만 감정이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세계 정상급 레이싱과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미식이 어우러진 이 도시는 더 이상 갬블의 도시에 그치지 않는다. 화려한 불빛과 에너지는 여전하지만 이미지는 확장됐고, 무드는 더욱 정교해졌다. 풀사이드, 선베드, 사막의 햇빛과 칵테일 등 도시의 낮 시간은 느슨하다. 합법적으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이 허용되는 곳. 그러다 해가 지면 도시 전체가 조명과 음악에 둘러싸여 하나의 무대처럼 극적으로 변한다. 잘 짜인 판타지를 선택해서 즐기는 도시. 라스베이거스 여행의 핵심은 현실에서 잠시 역할을 내려놓는 자유에 있다. 그리고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극한의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분비되는 경험은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해소와 힐링의 감각과와 맞닿아 있음을.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