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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쌀롱 20> ‘언더커버 미쓰홍’이 소환한 90년대 패션

2026.01.19김가혜

Y2K 1997 박신혜 유나 드라마Y2K 1997 박신혜 유나 드라마

그 시절, 배꼽티에 힙합 바지면 무서울 게 없었다.

‘홍금보’ 아는 사람 들어와

지난 주말, 새로 시작한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을 봤다. 증권감독원 에이스 ‘홍금보(박신혜)’가 증권사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위장 취업하는 이야기인데, 배경이 1997년이다. 서른다섯 살 홍금보는 스무 살로 위장(!)하기 위해 동생 홍장미의 방을 둘러보다 신발 바닥보다 더러운 청바지 밑단을 보고 경악한다. “아휴 드러워 드러워! 아주 그냥 온 동네 먼지는 다 쓸고 다니네!” 

로제는 옷핀, 라떼는 압정  

동생의 동네 청소 바지에 경악하는 홍금보를 보다 얼마 전에 본 로제의 ‘왓츠 인 마이 백’ 영상이 생각났다. 바지가 끌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갖고 다닌다는 커다란 옷핀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 우리들의 가방엔 압정이 있었다. 운동화나 구두 뒤축에 바지 밑단을 고정하기 위해 박아둔 압정이 실내까지 딸려 가 발바닥에 박히는 사고(!)는 생각보다 흔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요즘 애들’을 보는 어른들의 눈빛은 늘 근심 가득했지만, 시내를 쏘다니는 젊은 애들의 바지를 본 어른들은 미간 주름이 펴질 날이 없었다. 왜 저 젊은 것들은 ‘아빠 바지’를 입고 나와서는, 집에서는 안 하는 청소를 길바닥에서 하고 다니는가? 찢어진 청바지를 멀쩡한 청바지 값으로 사는 것만큼이나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땐 그게 멋이었다. 챔피온 벨트나 징 박힌 벨트처럼 힘이 센 벨트로 바지가 내려가지 않게 고정시키고, 신발은 정사이즈보다 20~30mm씩 크게 신어 영역을 확장하던 ‘거거익선’의 시대. 반면 상의는 요즘엔 ‘베이비 티셔츠’라 부르고 그때는 ‘쫄티’라 불렀던 작고 짧은 티셔츠로 대비를 주었다. 그 시절, 배꼽티에 힙합 바지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었다.

배꼽 미인만이 살아남던 시절

“야, 넌 다 큰 지지배가 배를 까고 다니고…?!”

크롭으로 연출한 유니폼에 잔뜩 내려 입은 펑퍼짐한 청바지. 갑자기 등장한 홍장미를 보고 놀란 홍금보는 다 큰 동생의 배앓이를 걱정하듯 배꼽티를 지적하며 역정을 낸다.

<언더커버 미쓰홍>의 한 수는 스무 살 홍장미 역으로 있지(ITZY) 유나를 특별 출연 시킨 것. ‘유 고 걸’ 무대로 원곡자 이효리에게 “골반이 너무하던데?”란 찬사를 받은 4세대 아이돌 아닌가. 홍장미는 골반도 너무하고, 복근도 너무하지만, 1997년에 ‘HOT 빠순이’였던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우겨본)다.

너희가 강남 힙합을 아느냐

나이와 학력은 속여도 추구미는 못 속이는 홍금보. 배꼽티에 통 큰 바지 대신 박시한 줄무늬 폴로 티셔츠에 연청 반바지를 선택했다. 거기에 백팩. 강남은 힙합, 강북은 복고로 나뉘던 시절의 강남 패션이다. 그러고 보니 홍금보의 ‘스무 살’ 공부 노트에는 이런 내용도 적혀 있었다.

“백팩 등 가방에 인형, 뱃지, 키링을 주렁주렁 다는 게 유행.”     

세기말 배경 레트로 드라마가 왜 이렇게 위화감이 없나 했더니 다시 돌아온 유행 때문이었다. 크롭티와 스포츠 유니폼과 두건과 힙합 바지와 백팩과 키링. HOT를 따라 다니고, 핑클을 따라 하던 시절의 패션들. 로제의 옷핀 한 마디에 1997년으로 시간 여행을 가는 이 회로를, 이효리 언니는 이해할 것이다.

인스타그램@lee_hy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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