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해’를 맞아 스타일 속에 은밀히 담긴 승마적 기원을 다시 읽는다.

2026년, 시대를 관통하는 패션의 기세는 귀족 스포츠로 불리는 ‘승마’에서 더욱 아름답게 뻗어 나간다. 여유 넘치는 사교계에서는 말 위에서의 태도가 곧 품격 있는 스타일의 척도가 되었으며, 장인의 손끝에서 세심히 다듬은 승마용품은 기수를 안전하게 감싸면서도 고귀한 미학을 완성했다. 오늘날 오랜 헤리티지를 지닌 명품 메종의 근간이 승마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 역시 이 때문. 승마 모티프는 여전히 ‘아이코닉한 심벌’로 자리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스타일로 진화하고 있다.
PRORSUM IN MOTION
19세기 말, 변화무쌍한 기후와 야외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개버딘 소재는 승마 시 움직임과 균형을 고려한 구조적 디자인으로 발전했다. 보호와 활동성을 핵심으로 하는 버버리 아웃도어 스타일은 승마 문화의 절제된 힘과 맞닿아 있으며, 이런 세계관은 창과 방패를 든 기사 로고 ‘Equestrian Knight Design(이하 EKD)’으로 상징화됐다. 최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의 재해석을 통해 EKD 모티프는 다시금 부상하며, 프린트와 백 디테일, 주얼리 디자인 등으로 확장되어 ‘보호’에 뿌리를 둔 버버리의 헤리티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TIMING THE RIDE
시간 측정의 정밀함과 역동적 승마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론진은 승마의 진화를 기록하는 상징적 동반자다. 그 인연은 1832년 스위스 생티미에에 설립된 론진이 스포츠 타임키핑에 대한 집념을 드러내며 우아함과 전통, 성능을 중시하는 승마계와 자연스레 이상적 파트너십을 맺게 된 것에서 시작된다. 1869년 승마 모티프를 새긴 포켓 워치를 선보인 데 이어, 세계 챔피언십의 공식 시간 기록자이자 국제적 스포츠 연맹의 파트너로 활약하는 등 여전히 마(馬) 스포츠와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

MASTER OF CRAFT
1837년, 파리 포부르 생토노레의 한 마구 공방에서 시작된 에르메스는 지금도 현역 기수를 위한 전문적인 승마 장비를 만드는 명가로 잘 알려져 있다. 말과 사람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기수의 체형과 승마 스타일을 더블 비스포크 방식으로 맞춤 반영하는 등 단순한 헤리티지 재현을 넘어 승마 스포츠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 이 같은 정신은 식물성 태닝 가죽 소재로 최근 선보인 안장 ‘셀 루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예술의 경지에 오른 장인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으며 에르메스 특유의 절제된 우아함을 완성한다.

LOVES HORSEBIT
구찌는 하우스 창립 초기부터 고객이 즐기던 승마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아왔으며, 이런 영향은 1950년대 탄생한 ‘홀스빗’ 엠블럼에 집약된다. 말굴레에서 착안한 2개의 링과 바 구조는 첫 홀스빗 로퍼에 적용되었고, 인기에 힘입어 다채로운 컬렉션으로 확장되며 하우스의 영원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이 상징적 모티프를 절반으로 나누어 재해석한 ‘하프 홀스빗’이 등장했다. 이는 승마 장비의 공학적 선은 유지하되 더욱 현대적이고 가벼운 감각을 드러낸다. 볼드하면서도 미니멀한 이 변주는 구찌만의 승마적 뉘앙스를 한층 선명하게 완성한다.

POLO ELEGANCE
스포츠가 사교 문화로 진화하던 1930년대, 인도 폴로 클럽의 장교들은 격렬한 경기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시계를 필요로 했다. 이에 대한 예거 르쿨트르의 가장 우아한 답은 바로 ‘리베르소’ 워치다. 아르데코 양식의 직선미를 담은 이 시계는 케이스를 뒤집어 유리면을 보호하는 혁신적 구조를 통해 기능성과 미학을 모두 만족시켰다. 9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리베르소’는 폴로 경기장의 실용적 장비를 넘어 기수들의 품격을 담아 현대의 스타일 코드로 재해석되었으며, 이제는 예술적 캔버스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EVERYDAY EQUESTRIAN
토즈와 셀린느는 직접적으로 마구에서 출발한 하우스는 아니지만, 각 문화권의 라이프스타일 코드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승마적 미학을 구축해왔다. 토즈는 이탈리아 특유의 유서 깊은 가죽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브라이들 레더, 새들 스티치, T 버클 같은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디테일을 활용해 승마의 균형감과 안정성을 반영한다. 반면 셀린느는 파리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온 가벼운 승마식 옷차림을 클래식하면서도 절도 있는 테일러링과 결합해 메종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처럼 승마가 지닌 본질적 미감을 자연스럽고도 실용적인 스타일로 경험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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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정원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