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부가 안좋은 건 혹시 자궁 때문?

혹시 내 ‘얼테기’의 원인이 자궁은 아닐까? 오늘도 어김없이 뒤집어지는 피부의 원인은 자궁내막증 때문일 수 있다.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은 지 벌써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질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매일 발견한다. 자궁내막증은 흔히 월경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자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병의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더디지만 계속해서 임상시험 연구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이 깨달은 건 이 질환이 피부를 비롯해 몸의 거의 모든 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3년 전, 나는 피부과에서 주사 피부염, 더 정확히는 ‘구진 농포형 주사’를 진단받았다. ‘장미증’이라고도 하는 이 질환은 붉은 장미꽃처럼 볼, 턱, 코 등 얼굴 중심부에 염증 구진과 물집이 생기며 홍조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몇 년간 만성 질환을 겪으며 몸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해진 나는 특이한 사실을 한 가지 알아냈다. 바로 자궁내막증이 심해질 때마다 내 피부도 완전히 뒤집어진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드디어 내 피부에 맞는 올바른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절대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던 고집스러운 여드름 돌기를 치료할 수 있었고, 안면홍조로 성난 피부를 잠재울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 변화를 알아챈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둘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자궁내막증 치료 전문가 및 피부과 전문의가 함께 본격적으로 피부와 자궁 사이 연결고리를 파헤치기로 했다. 자궁내막증이 진짜 피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까?

자궁내막증이 뭐길래

“임상적으로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하는 전신성 염증 질환입니다. 대략적인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1억9000만 명의 여성과 여아 등이 자궁내막증을 겪고 있죠.” 애틀랜타 자궁내막증 센터의 의료 총괄 켄 시네르보(Ken Sinervo) 박사의 설명이다. 정상적인 자궁내막 조직은 월경주기에 따라 자궁벽에서 증식해 두꺼워지고, 임신이 안 되면 난자와 함께 탈락해 출혈로 나타난다. 가임기 여성이 매달 경험하는 생리가 그 출혈의 증거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은 이 내막 조직이 자궁 외 부위에 부착해 증식한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고, 정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심한 월경통, 골반 통증, 성교통, 배변 시 통증, 불임증, 다리 통증, 불규칙한 출혈, 부기, 피로, 구토, 허리 통증 등으로 고통받는다. 높은 발병률에 비해 관련 연구 지원이 더디다. 따라서 아직 정확한 원인이나 효과적인 치료 방법, 피부 등 다른 부위에 발현되는 기제 등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많지 않다.

자궁내막증은 피부를 어떻게 자극할까?

자궁내막증은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발현되는 전신 질환이므로, 이 질환이 피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보스턴의 피부과 전문의 라넬라 허쉬(Ranella Hirsch) 박사도 “자궁내막증이 피부를 자극할 가능성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컬럼비아 의대 산부인과 전문의 제시카 오포쿠-아나네(Jessica Opoku-Anane) 박사 역시 “자궁내막증 환자 중 상당수가 피부 트러블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수련 기간을 마치고 실제로 진료를 보면서 자궁내막증의 증상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어요. 만약 환자의 20~30%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한다면, 이는 그 질병의 흔한 증상임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죠. 아직 서양의학에서는 자궁내막증과 피부 문제 사이의 연관관계를 뒷받침할 증거가 빈약하지만, 이는 연관성이 약해서가 아니라 관련 연구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된 피부 질환은 많지 않지만, 내가 상담한 의사들에 따르면 높은 확률로 자궁내막증과 관련되어 유발하는 피부 질환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CASE 01 | 장기간 지속된 호르몬성 여드름

자궁내막증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호르몬 불균형은 호르몬 수치 변화로 인한 피지 분비 불균형을 야기하며, 이는 호르몬성 여드름 발생의 주된 원인이 된다. 2014년에 발표된 한 의학 연구에 따르면, 호르몬성 여드름과 자궁내막증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몬성 여드름이 있는 청소년 여학생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자궁내막증 발병률이 20% 증가한다는 게 근거였다. 메릴랜드주 피부과 전문의 이페 로드니(Ife Rodney) 박사는 호르몬 수치 변동이 자궁내막증과 여드름 사이를 이어주는 공통분모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유일한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로드니 박사는 “여드름, 자궁내막증이 유독 심해지는 시점이 우연히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거라고 보는 게 더 설득력 있어요. 두 증상 모두 호르몬 변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했다. 즉, 생리 기간에는 여성호르몬 수치의 변동으로 자궁내막증과 호르몬성 여드름 둘 다 유독 심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오포쿠-아나네 박사는 호르몬 변화의 영향에 대해서는 로드니 박사와 의견이 일치하지만, 자궁내막증 자체가 여전히 주범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그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복용하는 약물도 피부 문제의 원인 제공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호르몬 치료제는 자궁내막증 환자에게 여러 가지 이유로 사용된다. 경구피임제는 에스트로겐 작용을 억제해 배란을 막고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흔히 쓰인다. 오포쿠-아나네 박사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호르몬 피임제를 사용해 여드름 같은 피부 증상을 치료하기도 하는데, 프로게스테론은 그 외 다른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어요”라며 치료제의 부작용도 언급한다. 인공적으로 합성된 프로게스테론인 프로게스틴 성분이 함유된 경구피임제는 피부 유분을 증가시켜 여드름이 잘 나는 피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자궁내막증이 심해지는 시기에 달라지는 나의 습관 변화도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CASE 02 | 주사 피부염

자궁내막증과 피부 문제를 이어주는 가장 확실한 연결고리는 두 질환의 공통분모인 염증이다. 주사 피부염은 대표적인 염증성 피부 질환 중 하나다. 자궁내막증이 심해질 때 주사 피부염이 무조건 뒤따랐기에 둘의 관계에 유독 관심이 갔다. 개인적인 경험상 자궁내막증이 이차적으로 방광염을 유발해 고통스러울 때, 얼굴에는 주사 피부염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났다.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면서 염증 구진이 올라오고 피부가 건조하고 땅기는 느낌이 든다. 얼굴을 만지면 뜨거울 정도의 열감도 동반된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지만 자궁내막증과 주사 피부염 사이의 연결고리는 이 사례에서 절대적이고 확실한 사실로 여겨진다.

시네르보 박사는 “비록 주사 피부염과 자궁내막증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궁내막증이 다른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난 다수의 사례가 있습니다. 자가면역 질환인 루푸스(Lupus), 염증성 장 질환, 갑상선 질환,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중복이환도 발생한 사례가 있죠”라고 설명했다. 물론 근본 원인이 같은 것인지, 질환 자체의 결과로 따라오는 증상인지, 아니면 단순히 유전적 요소나 환경적 요소의 결과인지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

CASE 03 | 습진과 두드러기

자궁내막증 환자 중 상당수가 습진과 두드러기로 고통받는다. 피부가 갈라지고 각질과 발진으로 민감해지면, 너무 긁어 피가 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피부병에 비해 습진,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 피부염은 특히 자궁내막증과 연관성이 더 높다. 2016년에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자궁내막증이 습진과 두드러기를 동반하는 이유를 면역체계 약화로 인한 염증 반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021년 연구에서는 습진과 건선 등의 피부병을 앓는 젊은 자궁내막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알레르기가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궁내막증에 걸릴 확률이 76%나 높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에 대해 허쉬 박사는 “자궁내막증에 걸린 여성에게 습진, 두드러기 같은 피부 반응이 높은 빈도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습진과 두드러기는 자궁내막증의 합병증처럼 여겨집니다”라고 설명한다.

자궁내막증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도 너무 많은 미지의 영역이 존재한다. 특히 자궁내막증과 피부 사이의 상호작용은 연구가 미흡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피부 증상을 겪고 있다면 자궁 질환 전문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을 것을 추천한다. 이때 각기 다른 분야의 의료진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통합적으로 진료하면, 자궁내막증이라는 복잡한 질병을 다각도로 분석할 기회가 생긴다. 이런 통합 진료는 환자에게 좀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해줄 것이다.

    TORI CROWTHER
    포토그래퍼
    정원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