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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메이크업> 점수판 뒤에 가려진 이야기 (1)

2025.12.24김지은, 최문주

가장 치열한 전쟁터. <저스트 메이크업>에서 검증된 아티스트 7인. 점수판 뒤에 가려졌던 그들의 이야기.

프릴 튀튀스커트 장식의 후디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반지는 모두 민킴 소장품.

파리 금손

전형적인 뷰티의 문법을 깨트리는 과감한 터치와 파리지앵의 자유로운 감성을 결합해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아카이브의 글로벌 아티스트.

프로그램 <저스트 메이크업> 섭외를 받았을 때 보인 첫 반응이 궁금합니다.
처음 인스타그램 DM으로 섭외를 받았을 때는 스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작진을 찾아보니 <싱어게인> <흑백요리사> 등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든 팀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죠. 망설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출연을 고민한 이유의 99%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어요. 저는 해외 브랜드의 쇼나 캠페인 작업 위주로 활동해왔기에, 아이돌이나 배우 메이크업 중심인 ‘K-뷰티’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혹시 K-뷰티 미션이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돼서 한국 뷰티 유튜버의 영상을 찾아보며 공부도 했어요.

결과적으로는 본인의 색깔을 여실히 보여준 참가자였어요. 만장일치로 우승의 영예까지 안았고요.
K-뷰티라는 틀보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체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라 다행이었어요. 만약 이효리 언니가 내추럴 메이크업 미션에서 저를 선택했다면 그대로 떨어졌을지도 몰라요.(웃음) 다행히 창의성을 보여줄 수 있는 미션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 덕에 장점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제 출연이 파리 지인들에게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새로운 미디어 노출 예시가 되었죠. 일종의 ‘링크’ 역할을 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아티스트를 만났고, 또 작업도 함께했는데요.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작업하며 새롭게 배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프로들과 함께하며 ‘에고(Ego)’를 내려놓는 법을 배웠어요. 현장 경험이 많은 프로들이라 직관력이 뛰어나더라고요. 아닌 건 빨리 제외하고 좋은 의견은 바로 받아들이는 의사소통의 자세와 진행력이 굉장히 효율적이어서 감탄했어요.

반대로 방송으로 알게 된 자신의 새로운 면도 있었죠?
늘 즐겁게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일할 때 제 얼굴이 그렇게 진지하고 무서운지 처음 알았어요.(웃음) 집중할 땐 미세한 움직임조차 없는 표정이나 긴장해서 얼굴이 떨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처음 봤어요.

작업물을 보면 ‘민킴만의 톤’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본인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정의한다면요?
저는 와우 포인트가 있는 메이크업을 좋아해요. 클래식한 것에서 살짝 비틀어 “어? 왜 이렇게 했지?” 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소로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걸 즐겨요. 예를 들어 프로그램에서 보여드린 ‘붉은 말’의 경우, 단순히 붉은 컬러를 칠하는 게 아니라 섬유 소재를 활용해 질감을 살렸습니다. 그런 의외의 요소가 전체적인 그림 안에서 미적으로 완성될 때 희열을 느낍니다.

파리에 가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고 들었어요.
메이크업 아카데미를 다닐 때, 전국 규모의 대회가 열렸어요. 1등 수상 혜택이 파리 연수였기에 주저 없이 출전했어요. 목적은 ‘1등’이 아니라 ‘파리 유학’이었기에, 1등은 그걸 이루는 수단인 셈이었죠. 저는 목표가 생기면 마인드컨트롤을 계속하며 그 방향으로 제 모든 말과 행동을 집중시키는 편이에요. 그렇게 온 기운을 모으다 보니, 다른 옵션은 생각하지 않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에 머물면서 써본 K-뷰티 제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아이템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헤라의 ‘센슈얼 누드 스테인 #스피치리스’요. 어떤 베이스 위에 올려도 시크한 컬러가 인상적이에요. 늘 내게 맞는 컬러로 변형되는 것도 좋고요. 스킨케어 제품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특히 마스크팩! 품질이 뛰어날 뿐 아니라 가격도 합리적이라 프리메라, 바이오던스 등 여러 브랜드 제품으로 1일 1팩 하고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K-뷰티의 본거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을까요?
K-뷰티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다양해서 흥미로워요. 다만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내게 맞는 걸 찾는 게 가장 중요하죠.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어울리지 않는다면 원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해요. 본연의 자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고요.

대중에게 ‘대표작’으로 소개하고 싶은, 민킴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난 작업은 무엇인가요?
바이레도 캠페인 작업요. 개인적으로 복잡한 메이크업보다는 확실한 요소 하나로 주제를 명확히 보여주는 작업을 선호하는데, 그 작업이 그랬거든요. 구부러진 바닐라 꼬투리의 질감을 속눈썹으로 표현해야 했는데, 시중에 파는 제품으로는 그 느낌이 나지 않더라고요. 반나절 동안 헤어피스와 속눈썹을 자르고 붙이고, 마스카라를 덧발라 질감을 만들고, 열을 가해 구부리는 작업을 거쳐 완성했어요. 혹시 망가질까 봐 촬영장까지 직접 들고 고이 모시고 갔을 정도예요. 모델과의 호흡도 완벽해서 제가 의도한 바닐라의 이미지가 한 컷에 그대로 담겼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다양한 기회가 쏟아질 것 같아요. 더 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이제는 백스테이지에만 머물기보다 ‘민킴’이라는 사람 자체를 브랜딩해 대중 앞에 나서고 싶어요. 제 경험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나누고,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요. 이사마야 프렌치처럼 훗날 제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드는 날도 오겠죠?(웃음)

아티스트로서 ‘민킴’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도전이 기대되는 사람. 저 스스로도 제가 다음에 어떤 일을 할지 기대되거든요. 여러 색의 재료를 섞어 도자기를 빚듯 앞으로의 저를 잘 빚으며 완성해가고 싶습니다.


체크 슈트 셋업은 에곤랩(Egonlab). 레이어드한 스커트는 꼼데가르송(Commes Des Garcons). 체커보드 디테일의 더비 슈즈는 셀린느(Celine). 베레모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퍼스트맨

수많은 톱스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다양한 영역에서 종횡무진 활동 중인 올라운더 플레이어. 박태윤은 여전히 ‘핫’한 현역임을 입증했다.

심사위원으로 나와도 될 커리어인데도 경연 프로그램에 과감히 출전했어요.
2010년대까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발히 일했지만, 최근 10년 동안 브랜드 운영이나 인플루언서 활동에 더 집중했어요. 그래서인지 대중은 제가 ‘메이크업을 할 줄은 알지만 다른 활동으로 유명한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더라고요. 경연에 나가 직접 메이크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티스트로서의 본업을 대중에게 다시 각인시킨 셈이죠. 그게 주목적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해소된 부분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생소한 경험도 하셨겠네요.
제 ‘현시점’을 깨달은 계기가 되었어요. 예술 분야는 대략 마흔 전후가 전성기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실력은 쌓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마음은 점점 줄어들죠. “아무것도 안 한 게 제일 예쁘지 않아?” 같은 심리랄까요? 아티스트로서의 수명이나 에이징 커브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민킴 씨가 얼굴에 과감하게 뭔가를 붙이는 작업을 보면서 ‘나도 저 나이였다면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임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새로운 시도가 귀찮은 게 아니라 ‘해서 뭐 해’라는 회의감부터 드는 자신을 발견하며,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확인했어요.

파이널 미션이야말로 박태윤에게 가장 유리한 미션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파이널에 진출했다면 어떤 룩을 보여주었을까요?
솔직히 제가 파이널에 올라갔다면 1등 했을 거예요.(웃음) 평생 해오던 작업이니까요. 미션 내용을 들었을 때는 귀네스 팰트로 주연의 영화 <위대한 유산> 속 노라 딘스무어(앤 밴크로프트 분) 같은 캐릭터를 떠올렸어요. 눈에는 녹색을 진하게 바르고 입술은 빨갛게 칠한, 주름진 얼굴에 과한 주얼리와 화장을 더한 ‘투 머치’ 할머니죠. 추함과 당당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독특한 인물요. 아마 김영옥 배우와 하지 않았을까요? 평소 이미지와는 정반대지만, 마른 얼굴이라서 그런 메이크업이 굉장히 잘 어울렸을 거예요.

역시 컬러 묘사가 빠지지 않네요. 그만큼 색을 잘 쓰는 걸로 유명하죠. 메이크업에 사용할 컬러를 결정하는 본인의 기준이 있나요?
얼굴에 맞는 컬러를 분석한다기보다 반사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모델의 머리색, 피부 톤, 눈동자의 색과 얼굴 골격 등을 보면 즉각적으로 떠올라요. 타고난 감과 경험이 쌓인 덕분 아닐까요? 매거진 전성기에는 하루 3번까지 촬영한 적도 있거든요. 찍고 확인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훈련한 결과인 것 같아요.

익숙한 인쇄매체와는 다른 방송 체계에 아쉬워한 부분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저는 원래 사전 회의를 통해 조명, 앵글 등을 완벽하게 세팅한 상태에서 하는 메이크업에 익숙해요. 그런데 평이한 런웨이 조명 아래 모델이 차렷 자세로 서서 평가받는 환경이 낯설었어요. 예를 들어 인어 메이크업도 주변을 어둡게 하고 펄감만 살아나는 조명에서 보았다면 더 멋있었을 테니까요. 그런 환경적 제약을 계산하지 않고 평소 습관대로 메이크업을 한 점이 아쉬웠죠.

여태껏 진행한 작업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대표작’은 무엇이었나요?
솔직히 말하면 없어요. 제가 원하는 ‘최고의 캔버스’를 아직 만나지 못했거든요. 원하는 캔버스가 있어야 최상의 표현력을 뽐낼 텐데, 메이크업 영역의 최대치를 확인할 기회가 없었으니 아직 대표작은 없다고 말하고 싶네요.

최고의 캔버스는 어떤 모델이에요?
옛 샤넬 캠페인의 주인공이었던 마우고시아 벨라(Malgosia Bela)요. 개인적으로 이런 해골상을 좋아해요.

다양한 트렌드가 빠르게 순환하는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요?
저는 트렌드를 좇지 않아요. 오히려 클래식을 좋아합니다. 보통 트렌드가 되어 대중에게 반응이 올 때는 그 룩이 나온 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이고, 그건 아티스트의 영역이 아닌 상품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갖출 역량은 무엇일까요?
머릿속에 다양한 장르의 시안을 많이 담아두는 게 중요해요. 단순히 많이 보는 게 아니라 밀도 있게 관찰하고,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쓰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샅샅이 훑어보고, 이해하고, 자기 걸로 만드는 거죠.

2026년에 가장 핫할 것 같은 뷰티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기피하던 컬러가 돌아올 거예요. 지난 10~20년 동안 내추럴 메이크업이 강세였지만, 최근 몇 년간 과장된 메이크업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거든요. 대중의 눈에 그런 것들이 익숙해지면 1990년대에 유행한 팥죽색 립이나 하늘색 섀도 같은 컬러가 다시 예뻐 보이면서 유행하는 시기가 올 거예요.

최근 가장 꽂힌 뷰티 아이템이 있다면요?
나스의 ‘애프터글로우 립 밤’요. 제가 사용하려고 매장에서 직접 구입했는데, 컬러가 딱 ‘영양갱’ 색이에요. 바르면 얼굴이 힙해 보이면서도 예뻐서 마음에 쏙 들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튜버, 숏폼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거기에 최근 재즈 바 리뉴얼 디렉팅까지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앞으로 또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F&B 디렉터로 계속 일하고 싶어요. 남이 일을 주지 않으면 제가 셀프로라도 찾아서 하려고 합니다.(웃음)

‘박태윤’이라는 이름 앞에 붙었으면 하는 수식어가 있나요? 예를 들면 ‘레전드 메이크업 아티스트’?
레전드는 너무 한물간 느낌 같아서 싫고, ‘지금 가장 핫한’이라는 수식어 정도가 좋아요. 동시대적인 느낌으로요.


재킷은 베트멍(Vetements). 부츠는 펜디(Fendi). 레더 드레스, 반지와 이어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손테일

집요한 디테일과 테크닉으로 ‘K-뷰티의 정석’을 정립해온 베이스의 장인. 손주희가 독자적인 디렉터로서 새롭게 정의한 미학을 보여줄 때다.

오랜 경력으로 높은 위치에 서 있었기에 <저스트 메이크업> 출연이 더 큰 도전처럼 느껴졌어요.
어느 순간 스스로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실력, 상황, 커리어 등 여러 가지가 멈춘 느낌이었고, 심지어 조금 퇴보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죠. 저 자신을 테스트하고 성장할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경쟁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 고민이 많았지만, 스스로를 점검하고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도 보고 싶어 도전을 결심했어요.

경쟁을 좋아하지는 않아도 경연에 참가하려면 숨겨둔 무기를 꺼내야 하죠.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고 싶은 강점은 무엇이었나요?
제 닉네임이 말하듯 ‘디테일’이에요. 제 시선은 남들이 멈추는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데, 작업할 때는 점 하나를 찍어도 크기, 위치, 여백의 비율까지 계산해요. 즉흥적으로 했어도 멋있을 수 있죠. 그래도 완성도 높은 결과를 위해서는 계획과 치밀함이 필요하거든요.

오늘 촬영 현장에서도 그런 디테일한 모습을 많이 봤어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끝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웃음) 촬영 전에는 옷, 액세서리, 헤어까지 다 확인하는 편이죠. 제 눈에 예뻐 보이는 결과물이 중요하니까요. 특히 제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더 부담스럽기 때문에 더더욱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반대로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다른 아티스트의 강점도 많이 발견했을 거 같아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저와는 출발점이나 결이 완전히 다른 방식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저는 경연이니까 테크닉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소’나 ‘인어’ 같은 주제는 작가의 작품을 원작에 충실하게 구현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봤고요. 그런데 주제를 추상적으로 해석하거나 화보처럼 과감하게 풀어내는 아티스트를 보면서, 제가 너무 ‘베이식’과 ‘테크닉’이라는 틀에 갇혀 있음을 깨달았어요.

반대로 그런 학구적인 부분이 오히려 ‘손주희표 디테일’을 보여준다고도 생각해요.
‘카마데누’는 제 그런 부분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있어요. 메리골드 꽃, 소 같은 귀, 뿔, 골드 컬러까지 작가가 이야기한 요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아름답게 구현하려고 애썼죠. 퓨어디에게 뿔 만드는 법까지 배웠을 정도로요.(웃음) 너무 직접적인 것 같아 머리카락으로 표현을 대체했지만, 작은 것까지 모두 챙기려고 노력했죠.

결국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점검과 다른 아티스트의 방식을 보며 시야를 넓히는 것까지 모두 해낸 셈이네요.
맞아요. 마지막 미션에서는 테크닉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정점에 달했어요. 일부러 주름을 다 드러내기까지 했는데, 화보다 보니 결과물에서는 그 주름이 다 펴져 있더라고요. ‘경연’이라는 틀에 사로잡혀 화보적 감각을 놓친 건 아닌가 싶었죠. 작은 디테일보다 전체적인 무드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걸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면서 배웠습니다.

그래도 역시 ‘손주희’ 하면 ‘내추럴 메이크업’ 아닐까요? 2라운드에서 다른 참가자가 기피한 내추럴 메이크업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죠?
내추럴 메이크업이야말로 누구나 명확하게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주제예요. 화보는 주관적인 해석이 강해 평가가 모호할 수 있지만, 내추럴은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또 제가 정샘물에 오래 몸담았기 때문에 그 결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라운드라고 생각했어요. K-뷰티 서바이벌인 만큼 가장 자신 있는 분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어 정면 승부를 택했죠. 라운드가 하나 더 있어서 K-뷰티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줄 미션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K-뷰티 피부 표현의 달인’에게 배우고 싶어요. 베이스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은 무엇인가요?
‘색’과 ‘결’입니다. 메이크업을 통해 아예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게 아닌 본연의 색을 해치지 않으면서 단점만 잡는 ‘색 보정’이 포인트예요. 건성인지 지성인지, 솜털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그 피부에서 최상의 결과가 나오도록 ‘결’을 살리는 것도 중요해요.

최근에 써본 제품 중 가장 좋았던 K-뷰티 제품에는 어떤 게 있나요?
라네즈의 ‘립 슬리핑 마스크’가 입술 각질 정리에 굉장히 좋던데요? 피부가 예민한 편인데, 달바의 ‘워터풀 에센스 선크림’도 알레르기 반응 없이 편안해서 만족스러웠어요.

올해 가장 주목할 뷰티 트렌드를 꼽는다면요?
‘결’과 ‘광’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될 거 같아요. 너무 인위적이고 번들거리는 광보다 본연의 피부가 좋아 보이는 자연스러운 윤기와 결을 살리는 메이크업이 사랑받을 겁니다.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다방면의 활동을 앞두고 있어요. 시도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우선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만의 색을 보여주고 싶어요. 독립한 만큼 프리랜서로서 더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고도 싶고요. 브랜드 협업이나 제품 개발에도 관심이 많은데 제가 알레르기 피부다 보니, 저처럼 피부가 예민한 사람도 사용하는 기초 제품이나 베이스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손주희가 낸 베이스’라면 사람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요.

마지막으로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디테일. 제 닉네임인 ‘손테일’처럼 보는 눈과 감성, 손끝까지 디테일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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