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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쌀롱 17> 크리스마스엔 이 영화, 매년 봐도 설레는 ‘러브 액츄얼리’

2025.12.22김가혜

러브액츄얼리러브액츄얼리

기억나니, ‘움파룸파’가 지구에서 가장 섹시한 총리였던 시절?

크리스마스 최고의 캐롤은 뭐다?

러브액츄얼리
<러브 액츄얼리>(2003)

올해 겨울도 머라이어 캐리는 누워서 돈을 벌고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Santa Tell Me’가 추격하고 있지만, 30년 넘게 크리스마스 퀸의 자리를 내준 적 없는 ‘All I want for Christmas’를 이기리란 쉽지 않아 보인다. <도깨비> 신드롬 이후 우리나라 겨울은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로 시작하지만, 그래도 연말 감성은 역시 머라이어 언니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원곡보다 <러브 액츄얼리> 버전을 더 좋아한다. “사랑보다 고통스러운 건 없어요”라고 말하던 샘(토마스 생스터)의 짝사랑 상대 조안나(올리비아 올슨)가 부른 버전 말이다.

이 소년은 22년 뒤 구글폰 광고를 찍습니다

소녀의 손가락이 본인을 향하자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다가, 이어 여기저기 “유(You!)”를 난발하자 드럼을 때려부술 듯 연주하던 귀여운 샘. 그 귀엽던 소년이 벌써 30대 중반이다. 정변한 아역 배우 중 한 명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추억의 크리스마스 영화 속 귀여운 소년으로 기억되는 토마스 생스터. 지난해 국내 뉴스에 등장한 건 일론 머스크와 ‘두 번’ 이혼한 탈룰라 라일리와의 결혼 소식 때문이었다.

러브액츄얼리 토마스생스터
인스타그램@samohtsangster

그리고 지난 11월, ‘구글 픽셀 10프로’ 크리스마스 광고에 등장한 토마스 생스터. 극중 새 아버지(리암 니슨)와 대화를 나누던 벤치에 앉아 <러브 액츄얼리>를 회상하는데, 시민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는다. 반갑게 인사하며 포즈를 취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찍는 건 (100배 줌 기능을 이용해)아주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웃픈 설정이다.

영화가 개봉한 2003년,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다. 애플이 모두가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니는 시대를 열고, <러브 액츄얼리>의 드럼 치던 소년이 테슬라 CEO의 전부인과 결혼하며, 구글이 100배 줌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그 소년을 광고에 출연 시킬 줄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애플, 구글, 테슬라 주식을 샀으려나?

이 남자는 20년 뒤 움파룸파가 됩니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영국 총리 ‘데이비드’가 미국 대통령을 한 방 먹일 때 했던 대사를 기억하는지? 

“영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입니다.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 코너리, 해리 포터도 있고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 아니 왼발도 있고요.”

영국은 ‘브리짓 존스’의 두 남자 콜린 퍼스와 휴 그랜트도 배출했다. 그리고 그 둘은 모두 <러브 액츄얼리>에 등장한다. 콜린 퍼스는 사랑에 크게 데인 소설가 ‘제이미’를 맡아 포르투갈에서 언어의 벽을 허무는 사랑에 빠지고, 휴 그랜트는 총리 ‘데이비드’로 부임 첫날부터 긴장하면 욕을 하는 직원 ‘나탈리아’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다.

<킹스맨>은 못 봤지만, <웡카>는 본 우리 집 어린이들은 휴 그랜트를 ‘움파룸파 아저씨’로 알고 있다. 빨간 피부에 초록색 머리, 갑분 움파룸파 댄스를 추는 방귀대장 소인. 그 아저씨가 왕년에, 그러니까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과 <노팅힐>(1999)에서 티모시 샬라메만큼 멋졌다고 말해봤자 아이들은 믿지 못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러브 액츄얼리>를 보여줘야지. 맘 같아서는 히든 커플(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는 성인 영화 대역 배우들의 에피소드가 삭제돼 있다)이 등장하는 19금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보고 싶지만,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기며 참기로 한다.

얼 유 니드 이즈 어 럽!  

러브액츄얼리 레드노즈데이
인스타그램@entertainmentweekly

리차드 커티스 감독은 2017년, 빨간 코를 다는 이벤트로 유명한 영국의 자선모금 축제 ‘레드 노즈 데이’를 위해 단편 <레드 노즈 데이 액츄얼리>를 연출했다. 13년 뒤 영화 속 인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보여주는데, 총리로 재임한 데이비드가 계단에서 또 춤을 추다 구르는 것을 비롯해 야속한 세월 앞에 웃픈 에피소드들이 많다.

베프의 연인을 짝사랑하다 들키고 큐카드로 사랑을 고백한 ‘마크’는 어떻게 됐을까? 그때 행운이 따른다면 내년쯤 슈퍼모델 중 한 명과 사귀고 있을 거라던 페이지를 기억하는지? 13년 뒤 또 그 집 앞에 또 큐카드를 들고 나타난 마크의 배우자는? 놀랍게도 케이트 모스다.

2025년의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 기부 커플로 유명한 신민아와 김우빈은 결혼식을 올리며 3억을 기부했다. 20년 전 안 산 주식이 안타까운 40대에도 여전히 크리스마스가 설레는 건 이런 따뜻한 소식 때문일 것이다.

<러브 액츄얼리> 하면 ‘All You Need is A Love’, ‘All I want for Christmas’ 하면 ‘이즈 유(Is You)!”. 메리 크리스마스!

휴그랜트 레드노즈데이
인스타그램@comicrel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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