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보충에 대한 진실 이것이 팩트

우리는 정말 제대로 된 방법으로 물을 마시고 있을까? 수분 보충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신체는 물론, 정신 능력도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 신장 문제, 뇌졸중 같은 합병증을 유발하죠.” 오하이오 주립대 웩스너 메디컬 센터의 응급의학과 제나 모건(Jennah Morgan) 박사의 말처럼, 건강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올바른 수분 보충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모건 박사는 ‘하루 8잔의 물을 마셔라’는 착각처럼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몇 가지 있다고 얘기한다.

01 하루 8잔의 물을 꼭 마셔야 한다

하루 8잔(200ml 기준)의 물이 보편적인 섭취 권장량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유타 주립대 부교수 신디 넬슨(Cindy Nelson)은 이 기준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 얘기한다. 이상적인 수분 섭취량은 나이와 체중, 활동량, 건강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며,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개정된 전미의학한림원(Institute of Medicine of National Academies)의 가이드에서는 19~30세의 성인 여성은 2.7L, 남성은 3.7L를 섭취하라고 권장한다. 영양사이자 얼라이브+웰 뉴트리션(Alive+Well Nutrition)의 창립자 앤시아 리비(Anthea Levi)는 보편적인 권장량이 미덥지 않고 내게 알맞은 정확한 섭취량을 계산하고 싶다면 체중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몸무게(kg)에 0.03을 곱하면 돼요. 68kg의 체중이라면 2L가 적정량인 셈이죠.”

02 ‘갈증’은 수분 보충의 신호다

우리는 ‘갈증’이라는 감각을 크게 오해하고 있다. 목마르다는 건 수분 보충의 시작이 아니라 수분 보충의 적정 시간이 이미 크게 지났으니 조속히 행동하라는 일종의 경고 신호로 보는 게 옳다. 일반적으로 갈증은 호흡, 소변, 땀 등으로 체내 수분이 1.5L 이상 손실되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니 물 마시는 걸 미루지 말자. 물을 마실 때는 소량의 액체를 장시간에 걸쳐 꾸준히 섭취하는 게 좋다. 모건 박사는 우리 몸은 한 번에 많은 양의 수분을 흡수할 수 없어 물을 한꺼번에 벌컥벌컥 마신다고 해서 수분량이 정상 수치로 즉각 회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03 운동 전후로 수분 섭취를 자제한다

수분량은 활동량과 관계없이 늘 중요하지만, 땀 흘리는 운동을 할 때는 평소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 수분이 부족하면 근육 경련, 집중력 저하, 민첩성과 회복 속도가 떨어지는 등 운동 수행 능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 중에는 가쁜 호흡으로 인해 수분이 평소보다 빨리 없어지니 운동 중보다는 종료 후 물을 마시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된다.

04 수분 섭취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모건 박사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수분 균형의 적신호는 생각보다 쉽게 켜진다고 경고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바쁘다 보니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깜빡 잊어버립니다. 현재 얼마나 마셨는지, 섭취량을 늘릴 필요가 있는지 자각해야 하죠.” 수분 섭취량을 기록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보다 적은 양에 놀란다고 덧붙였다. 수분 섭취를 자주 잊는다면 시야 안에 물병이 들어오도록 곁에 두고, 시간에 따라 나눠 마실 양을 미리 정해놓자.

05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을 멀리한다

하루 목표 수분량을 달성하기 위해 꼭 액체만 마실 필요는 없다. ‘먹는 것’만으로도 수분 섭취량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는 게 넬슨 교수의 설명이다. 과일과 채소처럼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은 물을 대체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오로지 식사로만 대체해도 괜찮다는 건 아니다. 일일 권장량을 달성할 듯 말 듯한 부족한 상황에서 좋은 대안이 된다는 의미다. 평균적으로 우리는 20% 정도의 수분을 음식으로 충당하며,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으로는 오렌지(88%), 멜론(90%), 딸기(92%), 수박(92%), 애호박(94%), 오이(95%), 양상추(96%) 등이 있다.

06 물 대신 전해질 음료를 마신다

‘전해질’은 전기를 띤 미네랄로, 체내 수분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전해질을 구성하는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이 수분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영양사 리비는 전해질이 풍부한 음료가 일반 물보다 무조건 몸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은 균형 잡힌 식사만으로도 충분한 양의 전해질을 공급받아요. 누구나 전해질 보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해죠.” 실제로 게토레이나 파워에이드 같은 이온음료나 전해질 보충제는 운동선수나 고온에서 계속된 육체노동을 하는 소수의 사람에게 적합하다. 재빠른 수분 공급이 필요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전해질 보충은 필수가 아니며, 전해질 보충제의 높은 설탕 함유율은 수분 보충에 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07 물 대신 음료를 자주 마셔도 괜찮다

“모든 종류의 액체가 수분을 공급하지만, 어떤 종류의 음료를 선택할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양사 리비의 말이다. 당류가 높은 탄산음료, 시럽이 첨가된 커피, 생과일주스 등은 마실 때는 상쾌하지만 물만큼 수분 보충에 효과적이지는 않다. 심지어 어떤 음료는 설탕 분자가 체내 수분을 빼앗고 혈당을 올려 탈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모건 박사는 급격한 혈당 스파이크가 지속되면 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 음료 외에 지나친 탄산과 카페인 역시 경계해야 한다. 넬슨 교수는 “탄산은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실제 마신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마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죠. 이 경우 적정 섭취량보다 수분을 적게 섭취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카페인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지나친 배뇨 활동으로 탈수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 하루 카페인 섭취량은 400mg으로 제한하는 게 안전하다.

08 마시기 싫어도 억지로 마셔야 한다

앞서 언급한 수분 섭취 실수가 일어나는 건 맹물 특유의 밋밋한 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는 이유가 그 맛 때문이라면 물맛을 높여줄 무언가를 첨가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넬슨은 맛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면 물에 과일이나 채소를 첨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레몬즙이나 라임즙, 베리류, 민트나 바질 같은 허브를 첨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 특유의 밍밍한 맛이 덜해 마시기 수월할 수 있는데, 수분 보충 효과는 동일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09 물 섭취량은 고정적이다

몸에 적합한 수분 섭취량은 고정된 값이 아니다. 날씨와 활동량을 비롯해 질병 같은 변수가 생겼을 때는 수분 섭취량을 반드시 늘려야 한다. 특히 열이 나거나 구토, 설사 증상이 있을 때는 체내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수시로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 이 밖에 음주하거나 2형 당뇨 환자에게 처방되는 경구 약물, 변비약, 이뇨제를 복용할 때도 추가적인 수분 보충이 요구된다.

10 물을 많이 마시면 무조건 좋다

수분 보충은 다다익선 오류에 빠지기 쉬운 영역이다. 충분한 물을 마시는 건 체력 유지와 소화에 필수적이지만, 과도한 섭취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1~2시간 내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종종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물 중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영양사 리비는 “저나트륨혈증은 메스꺼움, 구토, 체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고, 최악의 상황에는 간질 발작이나 혼수상태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라며 위험성을 설명했다. 수분 보충 상태를 가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소변의 색을 관찰하는 것이다. 모건 박사는 진한 노란색이나 붉은 기가 도는 소변보다는 맑고 연한 소변이 최상의 상태를 나타낸다고 조언한다.

    CAROLINE TIEN
    포토그래퍼
    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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