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감정이 만나 따뜻한 교류의 장을 만든 2025년의 키워드들.

K-POP DEMON HUNTERS
K-팝과 우리나라 전통 무속이 결합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오징어 게임>의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공개 3개월 만에 누적 시청 수 3억1420만 회를 기록하며 플랫폼 역사상 최초로 3억 뷰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운 것. 갓, 김밥, 국밥, 더피 등 한국적 문화 요소가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소다 팝 챌린지’는 물론 주제곡 ‘골든’ 역시 테일러 스위프트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며 지구 곳곳에 울려 퍼졌다. <케데헌> 효과로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5% 늘었다. 작품 속에 나오는 낙산공원, 남산서울타워 등지에 ‘성지순례’가 이어졌다.
ARE YOU EGEN OR TETTO?
2025년, MBTI를 잇는 새로운 자아 탐구 트렌드가 호르몬으로 향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줄인 ‘에겐’과 ‘테토’가 개인의 성향을 대변하는 단어로 떠오르며 각종 테스트가 성행했다. 그렇게 등장한 에겐녀, 테토녀, 테토남, 에겐남 같은 용어는 구체적 설명 없이도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 이런 성향 분류는 인간관계는 물론 연애, 패션, 메이크업, 취향 등 다양한 범위까지 확장된다.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셀프디깅(Self-Digging)’의 유행이 올해는 호르몬으로 옮겨갔지만, 이런 분류 방식이 성별의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COLLECTING MUSES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 80년 만에 연간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관람객 규모에서 루브르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에 이어 전 세계 5위권에 드는 성과다. 박물관이 자체 제작하는 상품 ‘뮷즈(뮤지엄 굿즈)’의 판매액도 크게 증가했다. 인기 뮷즈는 자주 품절될 정도. 작년 매출액이 212억원으로, 현재 관람료가 무료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살림살이를 이 뮷즈 판매액이 충당하고 있다고. 한편, 국립 중앙박물관은 원활한 관람을 위해 예약제와 관람료 유료화 등을 검토 중이다.
LOCAL HIP
지자체들이 각자 사활을 걸고 지역 축제에 매진하면서 한국의 지역 축제는 1000개를 넘어섰다. 지역 축제를 방문하는 것이 젊은 층에게 재미있고 ‘힙한’ 활동으로 떠올랐다. 대표적 성공 사례인 김천의 ‘김밥축제’는 이틀 동안 김천시 전체 인구 13만 명보다 많은 15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대부분 먹거리에 치중한다는 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축제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SPEED UP!
F1(포뮬러 1)이 2025년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우며, 마니아의 스포츠에서 모두의 뜨거운 스포츠로 등극했다. 올 상반기 F1 현장을 찾은 관객 수는 약 390만 명으로, 이는 2023년 전 시즌 관객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치다. 이런 인기를 반영해 태그호이어, 타미 힐피거, 아디다스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는 이미 F1과 특별한 협업을 발표했으며, 글렌피딕, 잭 다니엘스, 뱅앤올룹슨 역시 F1 소속 선수와 팀을 발 빠르게 섭외했다. 애플은 미국 내 F1의 경기 독점 중계권 경쟁에 뛰어들어 거액으로 중계권을 확보했을 정도. 국내에서는 영화 가 흥행을 견인했다. 영화는 누적 관객 수 520만 명을 넘기며 2025년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했다. 13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F1의 쇼런 ‘피치스 런 유니버스’에는 메르세데스 소속 선수 발테리 보타스를 보기 위해 3만 명이 운집하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The Next AI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올해 최고의 만남이 지난 11월 3일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성사됐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과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이 한자리에 모인 건 다름 아닌 ‘AI(인공지능)’ 때문이었다. 글로벌 CEO들의 ‘치맥 회동’은 무서운 속도로 일상에 스며드는 AI에 대한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8월,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DC의 아태 지역 기업의 AI 도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AI 도입률은 32%로 아태 지역 평균인 2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기업이 AI를 다양한 직무에 도입하거나 AI 역량을 경쟁 우위의 핵심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AI 활용은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넘어 내 손안의 생활과 문화 전반에 깊숙이 침투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 자기 계발은 물론 인간관계와 연애까지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해진 AI를 보며, 우리는 외면할 수 없는 동행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모르는 정보가 생기면 유튜브나 포털사이트보다 “챗GPT한테 물어봐”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린다.

LET’S DRINK MATCHA
내추럴 와인이 가고 말차(Matcha)가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이 대세가 되면서 전 세계 말차 소비량이 급증했으며, 커피보다 건강하다는 점 덕분에 말차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클린 걸(Clean Girl)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손에 말차라테를 들지 않은 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를 찾기 어려울 정도. 이에 호응하듯 아이폰 17 역시 그린 컬러를 채택했다.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말차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해, 2023년 43억 달러였던 시장이 2030년 7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포토그래퍼
- 허윤선, 이정혜, 최정윤, 김정현
- 일러스트레이터
- UNIQUIST

